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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배우는 배터리
나카무라 노부코 지음, 김성훈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3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문과로 평생을 살아가며 과학은 전혀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로봇과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배터리 기술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전기차부터 드론, 인공지능 로봇까지—이들이 움직이기 위해선 결국 '전력', 그리고 그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배터리’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뉴스에서 전고체 배터리, 리튬이온, 수소연료전지 같은 용어를 들으면 궁금증은 생기지만, 선뜻 공부하기엔 부담이 컸던 것도 접근을 어렵게 하였습니다.
공부라고는 해도, 배터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얻고 싶었는데 이번에 이벤트에서 당첨이 되어 이 책을 볼 수 있게 되었네요.

배터리의 세계를 다룬 책이지만, 단순한 기술 설명서를 넘어서, ‘세상을 보는 교양서’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배터리와 관련된 세상의 흐름도 느낄 수 있는 책이기 떄문이지요.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배터리의 역사, 원리, 종류, 그리고 그것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서사적으로 정리해줍니다. 단순히 전기화학 반응식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배터리가 필요했고,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 자체로 인문학적인 읽기가 가능해집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가 쓰는 전지 하나하나가 사실은 시대와 산업, 인간의 삶의 방식에 따라 진화해왔다는 점입니다. 망간 전지가 나왔던 이유, 리튬이온 배터리가 대세가 된 배경, 그리고 수소 연료전지가 주목받는 이유 등, 기술은 곧 인간의 선택과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사실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왜 과학이 발전해 왔는지,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등과 상통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그림’입니다. 단순히 삽화를 곁들인 것이 아니라, 그림이 곧 설명이고, 이해를 돕는 구조적 장치입니다. 과학책을 읽다 보면 단어에 걸려 멈추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시각적으로 먼저 그림을 통해 개념을 잡고, 그다음에 글로 이해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지요. 학교의 교과서 생각이 나게 하는 깔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그림들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박물관에서 안내 지도를 따라가며 하나하나 체험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흥미로운 ‘현상’을 배워가는 과정이라는 느낌이 더 가까웠다고 할까요? 물론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간다면 어려워지겠지만, 그건 전공 공부의 영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제가 느낀 바로는 ‘배터리를 잘 설명한 책’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에너지를 통해 현대 사회를 읽어내는 책’에 가깝습니다.
책 후반부에서는 연료전지, 태양광, 원자력, 그리고 배터리 재활용 등 보다 거시적인 주제로 확장되며, 단순한 기술이 아닌 환경, 정책, 산업, 미래 세대의 삶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를 매개로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통찰을 제공합니다. 즉, ‘지식’이 아니라 ‘이해’로 다가오는 책이죠. 배터리가 없이 사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이미 세계의 일부분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 배터리의 위치입니다.

배터리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심어주는 책, 배터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문과 직장인인 저에게 기술과 과학을 교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 책이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배터리는 단지 기기를 작동시키는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기술의 진보, 사회적 필요와 환경 문제를 모두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일조차 ‘현대 기술의 응축’처럼 느껴지고, 전기차 한 대가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에너지 구조의 대전환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책은 기술을 배우기 위한 책이 아니라, 세상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교양서입니다. 전공을 불문하고, 조금이라도 세상의 구조와 기술적 흐름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분명 이 책에서 얻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문과 출신이면서도 기술과 환경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이 좋은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