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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 천 년간 풀지 못한 한국어의 수수께끼
향문천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평점 :
한국인으로 살면서 한국어에 대한 큰 궁금증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냥 저냥 잘 살아오기도 했구요. 그런데 언어와 관련된 여러 가지 공부, 관련 직종으로의 취업을 생각하다보니 한국어에 대해 잘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네요. 한국어는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런 원초적인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이런 책을 찾았네요.
제목이 비장합니다. 한국어 비사, 비사라고 하면 숨겨진 이야기나 일이라는 뜻이겠지요. 사실 한국어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려고 해도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잘 모르겠는데, 특별함을 알 수 있는 것은 '한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어를 연구하시는 분들은 더 잘 알고 계실테니 이렇게 '한국어 비사'라는 책을 펴내셨겠지요.
천 년간 풀지 못한 한국어의 수수께끼라는 워딩도 한국어 분석에 대한 저자의 자신감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있을까요?
향문천이라는 분은 2024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제가 읽은 3월 기준으로 약 18만 명 정도의 구독자를 갖고 계신 유튜버입니다. 우리의 한국어가 태어나게 된 뿌리, 줄기, 그리고 주변 국가들과의 언어를 비교하며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책을 펴내셨네요. 게다가 크게 놀랐던 점은 저자의 연령입니다. 책 내용만으로 봤을 때는 상당한 내공(?)을 갖추었기에 나이가 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20대였습니다.
한국어는 분명 주변의 언어들과는 다릅니다. 어디에서 흘러왔는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줍니다. 제가 지식을 쌓아왔던 내용이 새로운 학설로 인해 변한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우랄 알타이 어족이었던 한국어가 더이상 그런 계열이 아니라는 것... 학교에서도 알타이 어족이라고 교육을 하지 않는데, 이유는 한국어가 알타이 어족이라는 걸 증명할 수가 없어서라고 한다네요.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다.
고대-중세-현대 한국어로 크게 세 부분으로 한국어를 나눈다면 중세와 현대의 한국어는 연관성이 있는 편이지만, 고대 한국어와 신라어로 분류되는 중세 한국어는 연관성이 또 없다고 하는 것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기 때문에 중세 한국어는 신라어라고 생각하고 계속 연구를 하는데, 이유가 향가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물론 이런 부분들도 너무나 오래된 역사의 한 부분이라 여러 자료를 모으고 모아 그저 추측을 할 뿐인데 어떤 학설이 100% 맞다, 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자의 글도 100% 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학설이 있고, 나는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신라어가 아닌 고구려어의 후손이라고 주장한다,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설득(?)당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네O버에서 돌아다니던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했던 내용을 책에서도 찾을 수 있었던 것이 신선했습니다. 일본어와 한국어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 비슷한 단어가 있다는 것이죠. '구두'의 경우 한국어 사전에는 일본어에서 온 단어라고, 일본어 사전에서는 한국어에서 온 단어라고 이야기한다는 점입니다. 책에서는 어떻게 일본어에서 왔는지를 분석해주는데, 이제 이걸 알게되다 보니 일본에서는 어떤 근거로 한국어에서 왔느냐를 말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책을 펴낸 일본인도 있을려나요?
근대에 들어서 생긴 많은 단어들은 일본과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고 있고, 실제로 사실이었습니다. 대부분은 일본에서 와서 지금까지도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중국 유래도 있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도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저자의 유튜브 내용을 보면서 책을 읽는 것도 좋습니다. 발음 같은 경우에는 책만으로 파악하기 보다는 들어 보는 것도 좋으니까요. 그렇게 들어본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전혀 다른 외국어처럼 들리기도 하니까요. 알아듣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만약 지금의 언어를 가지고 과거에 간다면 외국인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어학 관련 학자나 교수는 아닌 분이지만, 이렇게 분야에 관심과 열정을 갖고 한우물을 파며 연구해오신 분의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전공은 아니지만 주제를 가지고 풀어내는 전체적인 내용은 한 편의 긴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언어도 계속해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하던 것들이 표준어가 되기도 하고, 사어가 생기기도 하면서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죠.
우리 나라는 상당히 특별한 역사적 사건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한국어 사용이 억압 받아 사라지기도 했을 것이며, 일제의 잔재로 남은 단어들도 많습니다. 긴빠이, 이빠이, 공구리 등 수많은 단어들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서히 사라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요. 몽골의 어느 언어가, 세계를 지배하던 언어가 어느샌가 사라지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한국어가 이렇게 명맥을 이어가며 세계에 알려지게 된 것은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용자가 사용하는 언어인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언어에 대한 분석, 연구, 홍보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체계적으로 한국어와 한국어의 역사를 분석하여 농축해 놓은 지식을 습득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이런 책을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서평은 네이버 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서적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