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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의 트릭 해부학 - 추리소설의 트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9월
평점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책책책을읽읍시다 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에도가와... 하면 코난이 생각나는 것은 사실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영향입니다. 코난은 어디서 그 영감을 받았나 하고 생각해보면 또 에도가와 란포라고 하더군요. 일본의 작가이지요? 그런데 그런 에도가와 란포의 트릭을 알려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알아내는 일과 범인을 숨겨 두는 일은 얼마나 다를까요. 『에도가와 란포의 트릭 해부학』은 그 숨기는 방법을 들여다보는 책으로, 추리소설가인 란포가 여러 작품의 트릭을 모아 분류한 글과 탐정소설을 쓰고 읽는 일에 대한 생각이 실려 있습니다. 작품마다 감춰 둔 비밀을 한곳에 펼쳐 놓았으니, 제목에 붙은 해부학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서평을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책의 앞부분은 범인이나 피해자의 정체, 범죄 현장, 범행 시간, 흉기 등을 나눈 분류와 작품 목록이 중심입니다. 코난 도일, 엘러리 퀸, 에드거 앨런 포 등의 이름이 이어지는데, 낯선 작품이 많다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는 2부부터 보고, 궁금한 유형을 앞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쭈욱 쭉 읽다보면, 밀실 트릭을 나누는 방식이 특히 재미있습니다. 범인이 방 안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따지는 데서 끝나지 않고, 범행 당시 피해자가 그 안에 없었던 경우도 따로 구분합니다. 문이 잠겼다는 말을 들으면 일단 방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하게 되는데, 출발부터 다시 따져야 하는 셈입니다. 같은 밀실이라도 질문을 어디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풀어야 할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란포가 모아 놓은 트릭을 모두 좋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별 다섯 개를 무조건 준다? 그런 건 아니네요. 기계 장치를 이용한 사례에는 지나치게 기계적이거나 유치하다는 지적도 붙입니다. 복잡한 장치를 고안했다고 무조건 좋은 이야기가 되지는 않겠지요. 방법을 설명할 수 있는 것과 독자가 그 상황을 납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런 평가가 있어 트릭 목록을 보면서 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받아들이는 것은 그 소설 내에서의 자연스러움과 맥락이긴 하겠죠. 억지 트릭을 보면 괜시리 화가 나기도 하니까요.

「창의성의 한계에 대하여」 부분을 읽을 때는 작가의 에세이 같은 느낌도 듭니다. 란포는 문학의 숙달과 창의성을 구분하며, 새로운 수수께끼를 만드는 일을 발명이나 발견에 견주었다고 합니다. 오래 쓴 만큼 문장은 능숙해지겠지만, 새로운 착상까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독자는 좋아하는 작가에게 익숙한 재미를 기대하면서도 수수께끼는 매번 새롭기를 바라니 참 어렵습니다. 점점 요구치가 높아진다는 거, 쉽지 않습니다. 상향 평준화가 되면 독자들은 즐겁긴 하지만요.

이부분, 스릴론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기에서는 논리적인 재미와 함께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의 마음을 짚습니다. 트릭을 이만큼 정리한 사람이니 논리의 정확함부터 따질 듯하지만, 긴장하며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드는 재미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기발한 장치 하나만으로 추리소설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 책의 다른 글들과 함께 생각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유명 작가인 요코미조 세이시와의 대담도 실려 있어 작가들이 추리소설을 두고 나누는 이야기까지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즐거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사례가 자세한 만큼 스포일러가 되어버립니다. 저야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대부분 읽어봤기 때문에 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읽어 볼 생각이 있는 작품이라면 해당 설명을 넘어가는 편이 좋습니다. 작품 이름만 확인하려다 해결 방법까지 알게 될 수 있으니 이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스포 당한 범죄, 스릴러 소설만큼 비참한 것이 없겠지요.

추리소설을 읽을 때, 범인을 맞히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수수께끼나 트릭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한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읽은 작품을 찾아 비교하거나, 관심 있는 트릭부터 골라 보아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겠습니다. 이런 방법을 다 알고 나면 더는 속지 않을까요? 분류표 밖에서 또 다른 궁리를 하는 작가가 있을 테니, 그건 장담하기 어렵겠습니다. 이렇게 트릭을 파악하고 나도, 또 새로운 트릭들이 나오겠지요. 그래서 책이란 재미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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