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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괴담 - 기괴하고도 불길한 일본 실화 100
마츠바라 타니시 지음, 김지혜 옮김 / 시원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이 서평은 #북유럽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책 읽을 복이 터지는,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입니다만, 정말 책들이 많이 도착했습니다. 순서대로 읽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화 기반의 무서운 이야기라는 것에 혹했지요. 그리고 길게 늘어지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짧게짧게 실화 내용을 정리해 둔 것이기에 읽는 부담도 덜해서 그냥 먼저 읽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즐거운 휴일 시간을 보내게 되었네요.

책 표지가 개인취향에 딱 맞습니다. 뭔가 불쾌한 듯하면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라 그런가봅니다. 실화를 자꾸 강조하니까 더 궁금해지기도 하는 내용입니다.

저자부터 평범하지 않습니다. 마츠바라 타니시는 일본의 개그맨이면서, 사고나 사건이 있었던 이른바 ‘사고물건’에서 직접 생활해온 사람이라고 합니다. 개그맨이라고 하니 양념을 좀 친 감도 있지만, 실제로 살아왔다고 하니 책 내용의 신뢰도는 꽤 올라갑니다. 재미로만 보려고 했는데, 조금 으슬으슬하네요. 저자는 TV 프로그램을 계기로 오사카의 사고물건에 살기 시작했고 이후 여러 지역의 사고물건을 옮겨 다녔다고 합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기묘한 사건들을 방송과 책에서 이야기해왔고, 국내에도 그의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개봉했던 것은 몰랐고, 어떻게 지나갔긴 하나봅니다. 그러다보니 책의 괴담은 누군가에게서 멀리 전해 들은 전설이라기보다, 저자가 직접 겪었거나 주변에서 들은 실제 경험담을 짧게 정리한, 더욱 실화 기반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책에는 모두 100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래서 한 이야기의 분량이 길지 않기 때문에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보기에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냥 쭉 읽었네요. 다음 이야기 기대, 기대, 기대하면서요. 57번째 이야기인 장난도 그렇습니다. 십여 년 전, 한 중고 매장의 남자 화장실에서 벌어진 일을 다루는데, 아무도 쓰지 않는 칸이 자꾸 사용 중으로 표시되고 문 아래로 아이의 발이 보이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이상해집니다. 짧은 몇 페이지 안에서 일상적인 공간이 갑자기 불편한 장소로 바뀝니다. 이런 이야기는 길게 설명할수록 힘이 빠질 텐데, 필요한 부분만 남겨놓아 더 찝찝하게 끝납니다. 그런 불쾌감이 공포를 조성하는 것 같네요.
93번째 이야기 시맨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예전에 다니던 철학 카페에 이마에 ‘死’라는 글자를 문신한 남자가 나타났다는 이야기입니다. 겉모습은 기괴한데 의외로 늘 싱글싱글 웃고 다른 사람의 말에도 잘 공감하는 사람이었다는 대목이 더 신경 쓰입니다. 무서운 이야기는 꼭 귀신이 튀어나와야 하는 게 아니라, 설명하기 힘든 사람이나 기억 하나가 오래 남을 때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런 걸 더 노리고 이야기를 구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 저자는 100개 이상의 이야기 중에서 좀 추려서 이 책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책 중간중간에는 사진도 들어 있습니다. 실화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겠죠? 대부분의 이야기와 함께 사진이 있습니다. 액운을 막는 오망성 문양이나 격자무늬, 신사에 놓인 사자탈 머리 같은 이미지가 있네요. 사자탈 같은 저 종이 더미 아래에 번쩍이는 눈 같은 것이 보이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물론 사진 자체가 무섭다기보다 괴담을 읽고 난 뒤 보게 되니 좀더 느낌이 오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글로 상상하던 일본의 신사와 주술적인 분위기가 실제 장소의 사진과 이어지면서 책의 분위기에 정말 잘 어울립니다. 진짜...사진이겠지요? 낮에 읽어서 그래도 다행인가 싶습니다. 보통 이런 사진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면서 공포 영화가 시작되곤 하지요?
뒷표지에 소개된 제목들만 봐도 이 책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사이드미러를 가득 채운 단발머리 소녀, 차가 달려도 계속 따라오는 소녀, 유리 진열장 안에서 끝없이 내려오는 인형, 엘리베이터 안에서 돌다가 촬영하려는 순간 사라진 여자, 산속 여기저기에 나타나는 여고생처럼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싶은 이야기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제목만 보고 골라 읽어도 될 만큼 각각 독립되어 있어 순서를 지킬 필요도 없습니다.
이 책을 무섭게 만드는 건 잔인한 묘사나 큰 반전보다 ‘현실에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중고 매장 화장실, 카페, 엘리베이터, 차 안처럼 누구나 가본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읽을 때는 별일 아닌 것 같다가, 나중에 비슷한 장소를 지나면 문득 생각날 수 있습니다. 정말 있었는지 아닌지를 따지기보다, 사람이 어떤 순간을 무섭다고 기억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전하는지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장소를 봤기 때문에 갈떄마다 좀 느낌이 올 것 같네요. 이런 느낌을 받았다면, 저자는 성공한 것이겠지요.
무엇보다 장점은 가볍게 보기 좋다는 걸 들 수 있겠습니다.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기 떄문에 긴 호흡으로 집중할 필요가 없고,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두세 편만 읽어도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열 편쯤 넘어가 있고, ‘이것만 보고 그만 읽자’ 하면서 또 다음 제목을 확인하게 됩니다. 저는 그냥 다 읽었네요. 100편. 길고 복잡한 공포소설보다 짧은 괴담을 연달아 읽는 걸 좋아한다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낮에는 후루룩 넘어가는데, 밤이 되면 아까 읽었던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 이야기가 뒤늦게 생각나는 책이었습니다. 음... 밤에 나가고 싶어지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