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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역사 - 중동의 3천년 역사를 이해한다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시토미 유조 지음, 정애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8월
평점 :
이 서평은 #북유럽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중동, 요즘 매우 핫합니다. 3월부터 시작된 이슈가 끝이 나질 않고 있지요. 어떻게 되려는지 궁금합니다. 직접적인 생활에도 타격이 크니까요. 그렇게 다들 관심을 갖고 있는 중동에 대해서, 정작 역사는 그다지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중동에 이란, 사우디라아비아, 이라크가 있다, 정도??를 알고 있는게 저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번에 아라비아 역사, 총 3천 년에 걸친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 있다고 하여, 냉큼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각보다 어렵다’였습니다. 이름도 낯설고 왕조와 부족이 계속 바뀝니다. 중동에 이렇게 많은 나라가 있었던가? 하는 정도로 말입니다. 물론 3천 년이면 사실 굉장히 긴 편이긴 합니다. 한 국가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방식보다는 오아시스 도시와 교역로를 중심으로 여러 세력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처음에는 연표와 지도를 자꾸 확인하게 됩니다. 좀 정신이 없었습니다. 큰 틀을 잘 알지 않으면 이해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너무 단순하게 알고 있었던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가 생각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저는 무함마드나 이슬람 제국 정도로 얕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사바 왕국부터 남아라비아의 여러 왕국, 그리고 그런 왕국들의 무역(주로 낙타 교역이네요)이나 로마와 페르시아의 세력 다툼까지 언급합니다. 시바 여왕의 이야기로 정말 얕게 알고 있던 사바 왕국이 남아라비아의 중요한 왕국이었다, 는 것도 하나의 지식으로 잘 얻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허구에 가까운 전승과, 사실의 역사 기록이 어디어디가 실제로 겹치는지 구분해주는 설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네요.

역사가 꽤 복잡한 이유는 이 지도만 봐도 느낌이 좀 옵니다. 물론 넓은 땅덩어리긴 하지만 많은 민족들과 나라가 존재합니다. 북쪽에는 비잔틴, 사산조 페르시아, 서쪽에서는 홍해에 이르고 남쪽에는 인도양, 동쪽은 페르시아만까지 넓게 퍼져 있는 것이 중동입니다. 사막이라고 하면 언뜻 고립되고 황폐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여기는 어떻게 보면 여러 문명이 만나는 길목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향신료와 유향이 오가고, 많은 교역이 일어났던 곳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3세기의 남아라비아 기록에서는 후대의 문헌과 당시 비문 기록이 다르게 전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또 흥미롭습니다. 투바 왕조처럼 후대 전승에서는 크게 보이는 존재가 실제 사료를 놓고 보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는 대목입니다. 역사는 이미 정답이 정해진 이야기를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남은 기록이 적을수록 연구자들이 비문과 여러 전승을 맞춰가며 복원한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수천 년 전 일을 안다는 것이 결국 기록을 읽고 서로 비교하는 작업이라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래서 역사가 재밌는 겁니다. 역사학자들은 머리가 깨지겠지만요.

이슬람이 등장하고 이후로는 좀 더 친숙한(?)이름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무함마드가 사망한 뒤에는 정통 칼리파가 성립이 되었고, 이후로는 우마이야조와 압바스조로 연결이 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렇게 역사가 흘러가면서도 이 책은 그냥 이슬람 제국만의 역사에 대해서만 언급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아라비아 반도의 입지와 파워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서 재미있게 서술합니다. 정치의 중심이 아라비아 반도 밖으로 옮겨가면서 아라비아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시기도 있고, 향신료무역이 흥함과 동시에 성지순례의 붐으로 다시 중요한 곳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아랍'이라는 말의 어원도 재미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시리아 사막의 낙타 유목민을 가리키는 말로 등장하고 나서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범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냥 아랍, 아라비아, 중동을 비슷한 말로 뭉뚱그려서 섞어 쓰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름 하나에도 시대에 따라 다른 뜻이 들어갈텐데, 이런 표현들도 제대로 구분해서 써야하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근세에 관련된 아라비아 역사는 더 흥미롭습니다. 포르투갈과 오스만 제국, 영국의 아라비아 진출, 사우드 왕조의 성장 등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석유의 역할과 현대 국가의 형성까지도 역사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확실히 석유 이전의 아라비아가 더 인상적으로 남습니다. 원체 부유한 산유국이 그득한 곳이었다보니, 그 전의 역사들이 잘 눈에 띄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그냥 훌훌 재미로만 보기에는 상당히 학술적인 내용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왕국과 많은 부족들이 등장하고, 시대도 무척이나 길어서 읽다가 까먹고 읽다가 까먹고 그랬기 때문이죠. 그래도 이렇게 읽어봤더니 지금의 중동이 좀 다르게 보이는 거 같습니다. 이슬람만 생각나던 중동이 이렇게 다양하고도 복잡한 역사가 있었다니,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게 사실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전쟁이나 석유, 종교 갈등으로만 보이던 '사막' 지역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이미지가 되네요. 수많은 왕국과 부족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교역로를 따라 다른 문명과 연결되면서 지금의 중동이 된 것입니다. 현재의 중동을 이해하려면 그보다 훨씬 오래된 아라비아부터 봐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그런 해답을 제시한 역사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