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쿠 - 망자의 터
기타자와 도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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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리뷰어스클럽 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행복하겠지요. 그런데 만약에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면? 그런 생각을 해보면 섬짓하긴 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사랑했던 사람이 나타난다면. 둘의 어감은 무척이나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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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쿠: 망자의 터는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제목인 ‘온고쿠'는 ‘먼 나라’라는 뜻으로, 작품에서는 죽은 사람들이 가는 곳을 가리킵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선 말인데, 뭐 북망산천?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이름일 뿐이지요. 계속해서 책을 읽다 보면 왜 이 제목이 붙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먼 나라에서 누가 오는 것인지...


배경은 다이쇼 시대의 오사카입니다. 화가인 소이치로는 간토 대지진으로 아내 시즈코를 잃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제대로 작별할 시간도 없었고, 결국 그는 아내의 목소리라도 한 번 더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녀를 찾아가 강령 의식을 부탁합니다. 누구나 이런 마음을 갖겠지요. 소중한 사람을 갑자기 잃게 된다면 말이지요.

여기까지만 보면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남편의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면 한 번만 더 말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요? 그런데 바로 그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진 뒤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루어져서는 안될 것이 이루어진 것이니까요.




강령 의식을 치른 뒤 소이치로의 주변에는 이상한 일들이 이어집니다. 집 안에서는 백분 냄새가 나고, 한밤중에는 죽은 아내가 부르던 노래가 들립니다. 발소리는 침실 쪽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닫혀 있던 장지문까지 열립니다. 영화로 나오면 좋을 것 같은 공포스러운 내용입니다. 비슷한 형태의 영화가 이미 나와있겠지요? 묘사하는 부분이 숨막히게 좋았습니다. 밤에 읽었더니 더 좋(?)더군요.

이 장면이 인상적인 건 귀신의 모습을 처음부터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다다미를 밟는 소리, 가까워지는 노랫소리, 바로 등 뒤에 무엇인가 앉아 있다는 느낌으로 공포를 만들어 갑니다. 차라리 눈앞에 무엇이 보이는 편이 덜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보이는 공포는 극복이 가능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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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묘하게 느껴지는 것은 소이치로가 그렇게 기다리던 존재가 바로 시즈코라는 점으로, 보고 싶어서 직접 불러냈지만 정작 그녀가 나타나자 뒤를 돌아볼 수 없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랑했기에 바로 보고, 얼싸안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리워했던 사람과 두려운 존재가 같은 사람이라는 상황이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해가 될 부분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소이치로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에게 벌어진 일의 이유를 추적하고, 시즈코가 정말 이승에 남아 있는 것인지도 확인하려 합니다. 책의 초반이 시즈코의 등장(?)으로 인한 호러 요소가 강했다면, 중후반부에서는 점점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나타납니다. 이때 등장하는 존재가 있는데, 에리마키라고 합니다. 망자의 혼을 먹는 괴이 - 괴이가 등장하면 언제나 흥미롭더군요? - 인데, 보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소이치로에게 또 하나의 위협처럼 느껴지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둘의 관계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책을 읽으면서 확인하면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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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요소가 호러라면, 중후반 요소는 미스터리로 생각하고 보면 좋은 구성입니다. 귀신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까가 초반의 주요 흥미 포인트였다면, 나중에는 왜 시즈코가 여기 남아 있는것인지, 후루세 가문에서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습니다.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요?


소원 풀이에 대한 해설이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망자가 생전에 품었던 소원을 풀어 제대로 성불할 수 있도록 하는 의식인데, 여기에는 부채가 사용됩니다. 부채를 펼치고 접게 해주는 작은 부품인 ‘사북’을 떼어낸 뒤 부채를 내걸거나 높이 던집니다. 반대로 사북을 떼지 않으면 망자의 소원을 강제로 이승에 붙잡아 둘 수 있다고 합니다.

설명 자체도 흥미롭지만, 이 설정이 소이치로의 상황과 이어진다는 점이 재밌네요.

죽은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보내지 못하는 마음과, 정말로 그 사람을 이승에 붙잡아 두는 행동은 어디까지 같은 걸까요. 소이치로가 아내를 다시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과연 시즈코를 위한 일인지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소이치로에 감정 이입이 되면, 더욱 재밌습니다. 무섭고요.



결국 이야기의 전체 구성은 이렇습니다. 소이치로가 아내를 불러낸 일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가문에 남아 있던 비밀과 저주가 하나씩 드러납니다. 누군가의 욕심과 미련이 사라지지 않은 채 다음 세대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책을 넘기면서 알 수 있습니다.

호러와 미스테리의 적절한 조화로 흡입력이 강한 책이었습니다. 그런 점은 다 좋긴 한데 잔혹한 장면이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도 나오는 편이라 이런 표현에 민감하다면 참고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내용이 좀 있어서, 솔직하게 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언급합니다.

#온고쿠 를 읽고 가장 오래 남았던 건 결국 죽은 사람을 보내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소이치로는 아내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그 바람이 이루어진 뒤에는 오히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주해야 합니다. 정작 돌아왔더니... 무섭지요.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과 이제는 보내주어야 한다는 사실 사이에서 사람이 얼마나 흔들릴 수 있는지, 거기에 일본의 옛 풍습과 가문의 저주를 섞어 호러와 미스터리로 풀어낸 멋진 작품이라는 것이 제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귀신이 나타나는 장면만 무서운 책이라기보다, 사랑했던 사람을 끝내 놓아주지 못하는 마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결론 내리고 싶습니다.

일본 호러,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온고쿠 #망자의터 #반타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 #고딕스릴러 #온고쿠망자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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