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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의 교양 -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 ㅣ 세계척학전집 7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평점 :
이 서평은 #네이버북카페 #책책책책을읽읍시다
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곳에는 크고 작은 서열이 존재합니다. 회사에는 직급이 있고 학교에는 성적과 인기가 있으며, 모임에서도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큰 사람과 조용히 따르는 사람이 나뉩니다. 겉으로는 서열을 따지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처음 만난 사람의 나이와 직업, 학력부터 궁금해하는 것을 보면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질문이 다 그런거죠? 몇 살이에요? 말 놓지요? 하면서 서열을 정합니다.
제목을 보았을 때도 조금 불편한 느낌이지만, 사실이니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서열이라고 하면 권력이나 계급처럼 좀 거북한 단어부터 떠오르는데, 표지에는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서열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취향과 능력이라는 모습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설명도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시대지요.

저자인 이클립스는 확실히 이런 쪽으로 콘셉트를 잡은 듯 합니다. 24인의 지성에게서 훔친 답, 지금까지 시리즈는 다 그런식으로 그 방면의 24지성들을 선정, 엑기스를 추려내어 좋은 것을 배우고자 하는 방식이지요. 그래서 신뢰도는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 24명의 조언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책에서는 돈만 자본인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무엇을 알고 어떤 행동을 자연스럽게 할 줄 아는지도 자본이 되며, 부르디외는 이를 문화자본이라고 불렀습니다. 식탁에서 포크를 어느 손에 드는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처럼 누구에게 따로 배운 기억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건 가정교육이라고 할지, 기품이라고 할지, 그런 부분에 가깝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평가받기도 합니다. 젓가락질만해도 중요한 것 같지는 않지만,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최근 돈이나 시간을 들였지만 별로 쓸모가 없었다고 느낀 일을 적어 보라는 질문도 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무엇을 낭비라고 생각하는지가 현재 자신의 위치와 가치관을 보여 준다는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같은 물건이나 경험도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소비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취향과 지식을 쌓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결국 취향도 개인의 순수한 선택만은 아니며, 살아온 환경과 배움이 축적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인생은 길고, 걸어온 길에 따라 평가됩니다.

강도와 강간, 살인처럼 인간의 폭력을 연구한 사례도 등장합니다. 범죄의 이유를 돈이나 쾌락만으로 설명하기보다 그 밑에서 움직이는 감정과 지위의 문제를 살펴봅니다. 상대에게 무시당했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위치가 흔들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은 조금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우발적 살인이라는 것이 그렇게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가장 강한 침팬지라고 해서 혼자 왕이 될 수는 없습니다. 힘이 세더라도 다른 침팬지들과 연합하지 못하면 결국 자리에서 밀려납니다. 가장 강한 자가 가장 처참하게 죽었다는 사례를 보면, 권력은 단순한 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것이 있지요. 힘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면, 항우와 유방 중에 결과는 뻔했을 것입니다.

늑대 무리의 ‘알파’에 관한 이야기도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과 달랐습니다. 흔히 알파 늑대는 싸움에서 이긴 가장 강한 개체라고 생각하지만, 야생의 늑대 무리는 부모와 새끼로 이루어진 가족에 가깝다고 합니다. 과거 동물원에 갇힌 낯선 늑대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가 자연 상태의 법칙처럼 알려졌던 것입니다. 결국 혼자서는 모든 것을 이룬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도 그런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지위를 얻는 방식도 지배와 위신으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지배는 힘과 위협으로 상대를 복종시키지만, 위신은 능력과 지식을 인정받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합니다. “존경은 배움의 값이다”라는 표현처럼, 인간은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관찰하고 배울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자연스럽게 지위를 내어 줍니다. 우리는 지배를 해야 할까요, 위신을 세워야 하는 것일까요?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지배와 위신은 감시가 사라진 뒤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기도 하지요. 무서운 상사가 지켜볼 때는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지만, 그가 자리를 비우면 움직임도 멈추거나 오히려 흉을 봅니다. 뒷담화라고 하지요? 그런 사례가 심심찮게 있습니다. 반대로 존경받는 사람은 그 자리에 없어도 사람들이 그의 방식을 기억하고 따릅니다. 힘으로 얻은 복종과 신뢰로 얻은 영향력의 차이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가 지향하고, 지양해야 할 것이 어떤 것인지 곱씹어보게 만듭니다.

서열은 일부 권력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되었고, 책을 읽고 나서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교실이나 회사,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도 우리는 상대가 자신보다 위인지 아래인지 끊임없이 판단합니다. 첫인상부터 시작해서 알아나가면서는 말투와 옷차림, 지식과 취향처럼 평범해 보이는 요소도 사람의 위치를 결정하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사람을 판단할 때 겉으로 드러난 능력이나 직업, 말하는 방식에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의 특성상, 인생의 방향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 #서열의교양 은 서열을 없애자거나 높은 자리에 오르는 방법만을 알려 주는 책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왜 누군가를 따르며, 무엇 때문에 무시당했다고 느끼는지를 여러 사례로 보여 줍니다. 반복되는 인간관계에서 답답함이나 억울함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을 묶고 있던 보이지 않는 지위의 규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책입니다. 지위의 규칙에 대한 깊은 생각과 이해를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