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시게루의 게임론 - 오늘의 닌텐도를 만든 전설적인 게임 디자이너
제니퍼 드윈터 지음, 이석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서평은 네이버북카페 #책책책책을읽읍시다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닌텐도, 하면 어릴적부터 갖고 싶었던 게임기의 대명사였습니다. 닌텐도하면 브라운관 TV의 앞에 놓아둔 게임기에 두꺼운 팩을 꽂고 전원을 올리던 특유의 소리, 접촉이 잘 안 되면 팩 밑부분을 입으로 '후후' 불어 다시 꽂던 익숙한 풍경이 떠오릅니다. 이런 것을 안다면 상당한 연륜(?)이 있으실텐데요, 화면에 선명한 로고와 함께 경쾌한 8비트 사운드가 울려 퍼지면, 작은 거실은 단숨에 미지의 모험 공간으로 변하곤 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게임을 잘 아는 분들은 당연히 아실 캐릭터들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슈퍼 마리오, 동키콩, 젤다의 전설, 피크민까지... 당연히 잘 아시는 분들은 바로 아하, 하실테고, 게임을 잘 모르는 분들이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이 캐릭터들의 이름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평범한 화투·장난감 제조사였던 닌텐도를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제국으로 끌어올린 주역이 바로 미야모토 시게루입니다.

이 미야모토 시게루를 연구한 책이 오늘 이야기하고자하는 '미야모토 시게루의 게임론'이라는 책입니다.


전설적인 게임 디자이너, 사실 전설이라는 것도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예전에는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프로그래밍이나 그래픽 같은 기술적인 영역부터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게임 디자인을 플레이어가 무엇을 보고, 어떤 행동을 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게 할지 기획하는 것으로 봅니다. 진정한 의미의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어떤 말인지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네요.

잘 생각해보면 미야모토 시게루의 게임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잘 맞는 표현도 없는 것 같습니다.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어릴적 닌텐도가 안겨준 충격은 단순한 오락 그 이상이었습니다. 마리오...하면 생각나는 것이 스테이지에서 물음표 블록을 머리로 치고, 튀어나오면서 도망가는(?) 버섯을 먹어 캐릭터가 커질 때의 사운드를 들었을 때, 손끝으로 전해지던 짜릿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 짜릿함을 준 것이 시게루입니다. 인터넷 공략집도 없던 때라 "어느 하수구 파이프로 들어가면 비밀 스테이지가 나온다더라", "어디 벽을 부수면 뭐가 숨겨져 있다"는 동네형들의 이야기- 공략이라고 하지요 - 를 듣고 확인해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즐거움이 미야모토 시게루가 치밀하게 만들어 놓은 스토리텔링 덕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미야모토가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이야기 자체보다 플레이어가 직접 겪는 ‘체험’이었습니다. 이야기는 행동할 이유를 주고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게임의 중심에는 결국 컨트롤러를 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저였습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있었지요. 물론 게임에도 이야기는 필요하지만, 영화나 소설처럼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게임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움직이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며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단적인 예가 슈퍼마리오 시리즈입니다. 줄거리랄 것도 없습니다. 마리오가 피치 공주를 구한다? 이게 끝입니다. 그런데 게임에서는 이런 스토리보다는 어디서 어떤 액션으로 넘어가느냐,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미야모토가 플레이어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바로 그 방법입니다. 마리오가 플레이어 자신이라고, 그렇게 강조합니다. 화면 속의 마리오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건 맞지만, 실제로 뛰고 부딪치고 죽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사람은 컨트롤러를 잡고 있는 플레이어입니다. 직접 참여하는 경험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미야모토가 보여주었습니다. 게임에 계속 빠져들게 하는 강점은 한 번만 더 하면 될 거 같은데, 같은 아쉬운 마음, 그리고 저기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그런 자연스러운 호기심인데, 미야모토는 그런 것을 잘 살려서 게임에 녹여내었고, 닌텐도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잘하려면 연습이 필요하고, 짧게 즐길 수도 있지만 마음먹으면 몇 시간이고 빠져들 수 있는 게임.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방식처럼 느껴지지만 이런 구조를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을 겁니다. 수십년 전에 미야모토는 이런 것을 생각했었던 거죠. 대단한 사람입니다.

결국 그가 디자인하고 계획한 것은 캐릭터나 스테이지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감정까지 포함한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젤다의 전설..부터 정말 다양하게 닌텐도에서 발매한 게임들을 정리해 둔 부분입니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물론이고 닌텐도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끌어올린, 다양한 게임들에 대한 역사, 설명이 있습니다. 이 부분만 읽어도 미야모토 시게루가 얼마나 전설적인 인물인지, 느끼게 됩니다. 게임을 했던,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이라면 정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미야모토 시게루가 정말 대단한 이유는 단순히 유명한 게임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리오나 젤다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게임을 어떻게 즐기고, 무엇에서 재미를 느끼며, 왜 다시 컨트롤러를 잡게 되는지를 누구보다 일찍 고민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결과를 닌텐도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어릴 때는 그저 재미있으니까 했습니다. 블록이 있으면 두드려보고 싶었고, 파이프가 있으면 들어가 보고 싶었고, 절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한번 죽으면 아쉬워서 다시 시작했고, 간신히 스테이지를 넘겼을 때는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치밀하게 고민한 결과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게임을 좋아했던 분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리는 재미가 있고, 지금도 게임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작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게임 기획이나 콘텐츠, UX처럼 사람의 행동과 경험을 설계하는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저는 그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 감탄만 하고 있었는데, 깊게 생각할 부분도 꽤 보였던 거 같습니다.

저는 책을 읽는 동안 어린 시절 브라운관 TV 앞에서 게임팩을 꽂고 마리오를 움직이던 기억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결국 미야모토 시게루가 만든 것은 단순히 게임 캐릭터나 스테이지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만 더 해볼까?' 하는 그런 마음을 자연스럽게 만든 것이 미야모토 시게루의 게임 디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