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맘수다 카페를 통해 업체에서 무상으로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이순신이라는 이름은 우리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익숙합니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왔고, 나라를 구한 영웅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유명해서였을까요. 정작 이순신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고, 절망적인 순간에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렸는지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책 제목부터가 인간으로서 고민했던 영웅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합니다. 적을 물리치는 방법보다 먼저 자신을 경계하라고 말하는 장군이라니요.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 이순신이 아니라, 두려움과 오만을 다스려야 했던 한 인간 이순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읽게 된 책입니다.


저자 '이순신' 이라는 게 정말 크게 다가옵니다. 수백 년 전의 조선의 영웅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까요? 난중일기는 1592년부터 1598년까지의 전황뿐 아니라 날씨, 지형, 부하와 백성들의 생활, 자신의 감정까지 기록한 일기입니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영웅의 업적만 보여주는 기록이 아니라, 전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 사람의 목소리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내용들을 잘 발췌하여 정리해두어서 정말 읽을 가치가 큰 것 같네요.

이 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말은 남을 이기기 전에 먼저 자신을 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칼을 들고 적과 싸우는 장군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외부의 적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판단을 흐리는 오만,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존심, 책임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경계해야 할 적이었습니다. 이때 '백의종군'이라는 말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내 안의 오만을 베어내지 못하면 세상의 무엇도 벨 수 없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지금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우리는 환경이나 타인을 먼저 탓하곤 합니다. 하지만 변화를 시작하려면 내가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참 어려운 일이지요. 솔직히 저는 저 때 이순신 장군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프롤로그 이후에 책은 이순신이 의금부의 옥문을 나선 1597년의 장면도 되짚습니다. 고문을 겪고 지위까지 잃은 인물에게 남은 것은 영웅이라는 명예가 아니라 상처 입은 몸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현실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슬픔을 느꼈을지 상상도 되지 않네요...

이순신은 모함으로 파직되고 고문당한 뒤 백의종군했으며, 조선 수군이 사실상 무너진 뒤 다시 통제사로 복귀했습니다. 이후 수적으로 압도적인 열세 속에서 명량해전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이 장면에서 이순신이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못하겠습니다. 그는 실제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다만 무너진 자리에서 자존심을 붙들고 주저앉는 대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시 선택했습니다. 책은 영웅의 기적보다 무너진 사람이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네요.

수군을 폐지하고 육전에 합류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을 때, 이순신 앞에 남아 있던 배는 고작 열두 척뿐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두렵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용기는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상태가 아닙니다. 두려움을 인정하면서도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인정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 느끼게 되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동안에는 계속 도망칠 곳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더 물러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해야 할 일이 오히려 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이순신이 특별했던 이유도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준비와 판단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말은 자칫 무조건 자신을 희생하라는 뜻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살고 싶은 마음 자체를 버리라는 뜻보다는 실패했을 때 빠져나갈 길만 계산하는 태도를 경계하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든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품은 채로는 모든 힘을 한곳에 모으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감당해야 할 현실을 받아들이고 결단하면, 두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죽음을 찬양하는 문장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각오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영웅의 화려한 승리보다 그 승리를 가능하게 한 자기경계와 책임감을 만나고 싶은 분, 실패한 뒤 다시 시작할 용기가 필요한 분,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자신의 마음부터 점검하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