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시대, 우리 아이 지키기
김태온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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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을 걷다보면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한 채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그렇게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저도 간혹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기도 합니다. 저는 하면서, 아이들은 안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는 건 알지만, 아이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면 어떻게하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딜레마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예로, 아이가 스마트폰을 너무 오래 보는 것 같을 때, 유튜브를 끄라고 하면 짜증을 낼 때, 게임을 그만하라고 하면 갑자기 예민해질 때, 부모는 자주 헷갈립니다. 이게 단순한 버릇인지, 훈육의 문제인지, 아니면 정말 중독이라고 봐야 하는지 말입니다. 우리 아이는 아닐거야, 하면서도 걱정이 되니까요.

“스마트폰을 든 3세, 유튜브에 빠진 7세.

지금, 아이의 뇌는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좀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 책 내용을 계속 읽다보면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스마트폰이 무조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나 전자매체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객관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설득당하게 됩니다. 어떻게 설득당할까요?


여러 가지 중독과 관련되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저자입니다.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시는 분이네요.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학자 타입이라기 보다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타입이라 좀 더 실용적인 내용으로 구성하였다는 것이 신뢰가 갑니다. 현장에서 어떤 것을 느꼈는지, 그런 내용으로 책을 썼을 거란 말이죠.

보통의 부모라면,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 사용을 할 때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들의 의지부족으로 몰고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좀 다르게 보는 것 같았습니다. '뇌'와 관련하여 이런 저런 분석을 하면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화가 났을 때 아이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런 내용도 있어 실생활에서 참 유용하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계속 보다보면 알게 되는 점이 있는데,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되는 핵심은 결국 ‘뇌’입니다. 아이의 뇌는 아직 발달 중이고,

특히 충동을 조절하고 판단하고 기다리는 힘과 관련된 전두엽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숏폼 영상이나 게임, 빠른 보상 체계는 아이의 뇌를 기다림보다 즉각적인 자극에 익숙하게 만듭니다. 어른도 짧은 영상 하나만 본다고 했다가 어느새 30분, 1시간을 넘기는 일이 흔한데, 아직 자기 조절 능력이 충분히 자라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그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숏폼, 쇼츠.. 정말 큰일이죠. 노래도 예전에는 4분이 넘어갔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노래들은 2분 정도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이유가 집중력의 저하라고 하니, 문제점이 계속 느껴집니다.

MZ세대 그런 것이 아니라, 잘파 세대가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세대들을 말하는 것이지요. 다섯 살 짜리가 태블릿을 달라...고 하는데 부모는 놀라지 않습니다. 그런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지요. 디지털 환경과 함께 자라난 아이들, 말보다 영상을 먼저 접하고, 기다림보다 즉각적인 반응에 먼저 익숙해진 세대입니다. 책 속 표에서는 이전 세대와 잘파세대의 차이를 비교하는데, 이 부분이 참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말을 먼저 배우고, 관계를 오프라인에서 경험하고, 인내한 뒤 보상을 받는 구조가 비교적 자연스러웠다면, 지금 아이들은 영상으로 먼저 배우고, 온라인 관계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며, 흥미가 없으면 몇 초 만에 넘겨버리는 환경 속에 있습니다. 집중력이 12초에서 3초로 줄어들었다...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당히 걱정되게 만듭니다.

물론 이것이 아이들이 나빠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그 시대의 환경에 적응하며 자랍니다. 문제는 그 환경이 너무 빠르고, 너무 강하고, 너무 자극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어른들은 어린 시절에 흙을 만지고, 친구들과 뛰어놀고, 심심함을 견디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에게 심심함은 거의 주어지지 않습니다. 잠깐만 조용해도 영상이 있고, 기다리는 시간에는 게임이 있고, 밥을 먹는 동안에도 화면이 켜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생각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편하자고 아이에게 너무 쉽게 화면을 쥐여준 것은 아닐까?’

뜨끔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신적인 문제만으로 끝난다면 다행인데, 이렇게 물리적인 신체 능력 저하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몽골 사람들이 눈이 좋다...는 것은 아실텐데, 대부분 넓은 평원에서 먼 곳을 보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보니, 코앞에 디지털 기기를 갖다놓고 계속해서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시력 저하만으로 연결된다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르는데, 저자는 뇌 건강의 이야기를 합니다. 청색광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망막 시세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광선이라고 설명합니다. 지속적인 손상은 디지털 황반변성 초기 증후군 증가와 관련될 수 있고, 취침 전 사용은 멜라토닌 억제로 깊은 수면을 방해하며, 시각피질에도 영향을 주어 정서 조절과 학습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정리되어 있습니다. 더 세부적인 내용은 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해도 크게 와닿는 부분입니다. 스마트폰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로 공부 시간, 시력, 약속 지키기 정도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스마트폰 사용은 수면, 감정 조절, 학습 집중, 관계 맺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가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짜증이 늘고, 수업 중 집중이 떨어지는 것이 각각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기억에 남은 부분은 챕터 14였습니다. 6초의 기적 부분인데요. 감정이 폭풍처럼 몰아칠 때, 뇌를 붙잡는 법으로 소개된 내용입니다. 감정이 치솟는 순간 곧바로 반응하지 않고 6초를 기다리는 것, 멈추고 호흡하고 관찰하는 과정이 나옵니다. 이 부분은 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꼭 필요한 내용이었습니다.

아이와 스마트폰 문제로 다투다 보면 결국 부모도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아이는 “조금만 더”라고 하고, 부모는 “당장 꺼”라고 말하고, 그다음에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부모의 화가 먼저 폭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자는 이 6초가 전두엽이 다시 가동될 시간을 벌어준다고 설명합니다. 짧지만 결정적인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6초를 참으면 아이의 인생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보다 조금 더 늦게 화내고, 조금 더 천천히 반응하고, 조금 더 오래 기다려주는 부모일 것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야속했던 적이 많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같은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반성을 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끄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의 마음을 완전히 닫아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호함을 말하지만, 동시에 회복과 관계를 놓치지 않습니다. 책의 많은 부분에서 이러한 부모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쭉 읽기에 좋았습니다. 아 이부분은 이렇게 해야겠다, 하면서 공감도 하면서 말이죠.



“오늘 어땠어?”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평범한 질문이 조금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화면에서 아이를 떼어내는 첫걸음은 어쩌면 금지가 아니라, 아이의 하루를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의 관심이 있다면, 아이들의 태도는 분명히 바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스마트폰을 쥐여주었다는 죄책감이 아니라 방향 설정이라는 점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이미 스마트폰을 보여줬다고 해서 늦은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유튜브를 좋아한다고 해서 부모가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하냐, 하는 것입니다. 하루 30분이라도 아무 자극 없이 쉬는 시간, 잠들기 전 화면을 멀리하는 습관, 아이와 하루를 돌아보는 짧은 대화, 손으로 만들고 움직이며 노는 시간. 이런 것들이 결국 아이의 뇌를 다시 건강한 방향으로 돌리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시작해야 합니다.

책의 모든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론대로 모든 것이 된다면, 세상은 문제가 없는 완벽한 곳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맞벌이 가정도 있고, 여러 아이를 키우는 집도 있고, 부모가 너무 지쳐 있는 날도 있고 감정조절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고 “이제부터 디지털 환경을 완전히 끊어야겠다”라고 생각하기보다 “우리 집의 디지털 환경을 다시 점검하여 좋은 쪽으로 가자”는 형태로 받아들였습니다. 아이를 혼내기 전에, 우리 집에서 디지털 기기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먼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달래기 위한 도구인지, 부모가 쉬기 위한 임시방편인지, 아니면 정말 필요한 학습과 소통의 도구인지 말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마지막이겠지요.

이 책은 부모를 죄책감에 빠뜨리거나 불안하게 만드는 책은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되구요.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은 성공하신 것 같습니다. 자녀의 디지털 환경에 불안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에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을 찾아서 적용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두고 매번 싸우는 가정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고, 아이가 영상과 게임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해 걱정되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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