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둠의 천문학
은하른(신박천문연구소) 지음 / 든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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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맘수다 카페를 통해 업체에서 무상으로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천문학이라고 하면, 무엇인가 마음속에서 멋지다, 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낭만의 학문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스갯소리로도 천문학은 먹고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생활에서는 동떨어져있기에, 마음속에 멋진 느낌만을 간직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은 꼭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둠의, 어둠의 천문학. 어둠의 천문학이라니, 처음에는 블랙홀이나 암흑물질처럼 아주 어려운 천문학 이론을 다루는 책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넘겨 보니, 어렵기만 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천문학 지식 너머에 있는, 조금 더 낯설고 흥미로운 우주의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들려주는 이야기책이었습니다.


이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표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천문학을 어느 정도 배웠습니다. 태양계 행성 순서도 외웠고,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한다는 것도 알고, 별자리 이름도 몇 개는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밤하늘을 보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질문을 몇 개 스스로 해보았습니다.

별은 왜 반짝일까요?

토성의 고리는 정말 우리가 보는 그 고리가 전부일까요?

소행성이 지구로 날아오면 인류는 막을 수 있을까요?

우리 은하는 우주 속에서 어느 정도 크기의 존재일까요?

이 책은 그런 질문들을 하나씩 꺼내서 던집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우주 지식을 배웠다”는 느낌보다, “아, 내가 우주를 너무 단순하게 알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겉핥기도 못하고 있었네요.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소행성 충돌 이야기는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

DART 미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이게 무엇인가 하니, 인류가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그 궤도를 바꾸는 실험이었습니다. 책에는 디모르포스라는 소행성의 공전 주기를 단축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천체의 궤도에 직접 영향을 준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살짝 소름끼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주 이야기는 멀고 낭만적인 것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별, 은하, 행성, 망원경, 이런 단어들은 아름다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소행성 이야기는 다릅니다. 예전에 아마게돈이라는 영화가 갑자기 생각이 나는데, 현실로 다가온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했습니다.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책에서는 잠재적 위험 소행성, 즉 PHA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현재 2,400개 이상의 잠재적 위험 소행성이 목록에 올라 있다고 합니다. 물론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구 주변을 지나가는 수많은 천체를 계속 관측하고 계산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주가 마냥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이롭고 아름다운 우주는 차갑고 무서운 면모도 있다는 것이죠.

천문학은 먼 별을 바라보는 학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구를 지키기 위한 학문이기도 합니다. 망원경은 아름다운 은하 사진을 찍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천체를 미리 찾아내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DART 미션은 꽤 상징적인 사건처럼 느껴졌습니다. 창고에 있는 십여년전에 구매한 천체망원경을 꺼내보고 싶어졌습니다.

과거의 생명체들은 거대한 소행성 충돌을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인류는 적어도 관측하고, 계산하고, 실험하고, 방어할 가능성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과학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아마게돈 영화에서도 결과는, 아시죠?


토성 하면 누구나 고리를 떠올립니다. 아니면 저만 그런 것일지도요. 그런데 이미지는 언제나 고리를 갖고 있는 별, 하면 토성이긴 합니다. 저도 어릴 때 과학책에서 토성을 보면 늘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행성보다 훨씬 특별해 보였고, 고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태양계에서 가장 멋진 행성처럼 느껴졌습니다. 영어이름도 멋진 새턴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토성의 고리보다 훨씬 거대한 고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바로 포에베 고리입니다. 이 고리는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령 고리’라는 표현이 붙은 듯합니다. 책에서는 이 고리가 왜 보이지 않는지도 설명합니다. 고리를 이루는 입자들이 햇빛을 잘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시광선 관측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있는 방식이 제한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쉽게 믿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냥 있는 말은 아니겠지요. 반대로 보이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천문학은 계속 그 생각을 깨뜨립니다.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빛, 인간의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는 거리, 인간의 시간 감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우주적 시간을 도구와 계산으로 밝혀냅니다.

포에베 고리 이야기는 그래서 단순히 “토성에 더 큰 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게합니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세계는 사실 아주 작은 일부였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구나. 과학은 결국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일일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답을 얻게 됩니다.

천문학을 하면 누구나 감성적으로 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만해도 그런 느낌이 드네요.


다양한 사진과 그림들이 이 책에 등장하면서 거대한 우주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러시아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는 큰 인형 안에 작은 인형이 들어 있고, 그 안에 또 더 작은 인형이 들어 있는 구조입니다. 책은 이 비유를 통해 우주의 구조를 설명합니다. 이렇게 하니 이해가 쏙쏙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는 처음에는 태양계를 배웁니다. 태양이 있고,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있습니다. 어릴 때는 태양계만 알아도 우주를 꽤 많이 아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수금지화목토천해... 이렇게 외우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태양계를 익히지요. 그런데 조금 더 배우면 태양계는 우리은하 안의 아주 작은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은하도 다시 은하군, 은하단, 초은하단 같은 더 큰 구조 속에 들어 있습니다. 책에는 라니아케아 이야기도 나옵니다. 결국 우주는 하나의 구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구조 안에 또 다른 구조가 들어 있는 방식으로 이해됩니다. 광년에 대한 개념도 익힙니다. 지구를 순식간에 도는 빛이 몇억년을 가도 도달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신선한 충격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인간의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자기 삶이 세계의 중심인 것처럼 살아갑니다. 내 일, 내 고민, 내 가족, 내 직장, 내 하루가 가장 크게 느껴집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은 자기 삶을 살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우주의 크기를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이 아주 작은 점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허무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중한 것과 함께 살아가는 그 가치는 무엇과도 비할바가 아니니까요.

우주는 어둡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아니라,

어둡기 때문에 더 알고 싶어지는 곳이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은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질문을 만들기도 합니다. 어둠이 있기 때문에 관측이 필요하고, 모르는 것이 있기 때문에 과학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것들을 얻었습니다.

- 소행성 이야기는 우주가 현실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 토성의 유령 고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보여 주었습니다.

- 겨울 대육각형은 밤하늘을 그냥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 마트료시카 우주는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그 작은 인간이 얼마나 큰 질문을 던지는 존재인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정말로 밤에 한 번 밖으로 나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오늘 하늘에 별이 보일지, 시리우스는 어디쯤 있을지, 내가 보고 있는 저 빛은 언제 출발한 빛일지 궁금해졌습니다. 몇억년을 달려온 것일까요? 저 별은 지금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기도 했습니다.

우주에 관심은 있지만 너무 어려운 천문학 책은 부담스러웠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겠네요. 또 별자리나 행성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 아이들과 함께 우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께도 좋겠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밤하늘이 예전과 조금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별은 그냥 반짝이는 점이 아니라, 아주 먼 곳에서 온 오래된 신호처럼 느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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