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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깬, 28인의 AI 미래 통찰
강요식 지음 / 나이스에듀 / 2026년 2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현대 비즈니스 환경과 사회 구조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이 미치는 파급력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압도적입니다.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단 한 번 이긴 것이 뉴스로 나올 정도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무려 10년전입니다 - 이제 그 승부욕 강하던 이세돌이 더이상 인공지능에게는 이길 수 없다는 말까지 하였습니다. 바로 어제의 일입니다. 재대결의 결과는 여러분도 당연하게 여기다시피, AI의 승리였지요.
매일같이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적 성취와 패러다임의 전환을 마주하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지식 노동자로서 다가올 초지능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도, 막상 AI 관련해서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뜻 책에 손이 안 갔었는데, 책의 부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술혁명가와 인문철학자의 대담, 와트에서 칸트까지 어우르는 내용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말하자면 1차 산업혁명의 시작인 증기기관을 이끌어 낸 사람부터 등장하고, 철학자인 칸트가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샘 올트먼까지 나오는, 그야말로 1~4차 산업 혁명이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연결된 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기술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혁신 엔진을 전속력으로 가속하는 것만큼이나 인류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윤리의 브레이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가상 대담을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맹목적인 기술만 발전되면 괜찮다는 기술 지상주의를 경계하고 인간 고유의 비판적 사유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엿보이긴 합니다.

저자 강요식은 AI리스트이자 정치학 박사, 그리고 시와 수필로 작가로서 문단에 먼저 이름을 올린 사람입니다. 기술과 인문이라는 두 세계를 동시에 걷는 드문 이른바 문이과에 통달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청소년신문 사장과 서울AI재단 이사장을 거치며 정책·교육·현장을 두루 경험한 그의 궤적 자체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기술과 인문의 융합이 얼마나 절실한가—을 몸소 증명합니다. 맹목적인 기술 낙관론도, 과도한 비관론도 아닌 균형 잡힌 시각이 책에서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습니다.


목차를 보면 역사의 흐름에 충실히 따르고 있니다. 책의 전반부는 제임스 와트와 토마스 에디슨 등 1차 2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을 주도한 선구자들의 치열한 발자취를 매우 세밀하고 분석적으로 추적해 나갑니다. 제임스 와트의 분리응축기 발명이 단일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어떻게 거대한 자본주의 산업 사회의 튼튼한 근간을 형성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토마스 에디슨의 무수하고 끈질긴 실패가 어떻게 종국에는 빛의 민주화라는 인류사적 쾌거를 이루어냈는지 심도 있게 살펴보는 내용입니다. 이들 위대한 발명가들의 위대한 성취는 단순히 선천적으로 뛰어난 두뇌가 빚어낸 우연한 결과물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불굴의 도전 의지가 융합되어 만들어낸 위대한 합작품입니다.와트의 경우 책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상당히 독특한 경제 개념을 도입합니다. 읽어보시면 아하! 하고 무릎을 탁 치실 것 같습니다.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면 현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인 앨런 튜링과 피시 대중화를 이끈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를 거쳐 인공지능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젠슨 황과 일론 머스크에 이르는 현대인들의 서사가 진행됩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제 3차 산업혁명, 그리고 4차 초연결 혁명으로 급격하게 이행하는 과정입니다. 사실상 인류의 생존 방식과 문명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재편되는 현장입니다. 그 현장에 저는 있었고 - 현재진행형이죠? - 지금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연산의 핵심인 GPU로 AI시대의 황제로 등극한 젠슨 황의 이야기와 우주 산업과 모빌리티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는 현재의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무자비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증명해 줍니다. 이른바 '용팔이'였던 젠슨 황이 세계 1위 기업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젠슨 황이 한국을 방문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현대 인터넷 생태계를 지배한 구글의 창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오픈에이아이의 샘 올트먼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부분도 주의 깊게 읽어보면 좋습니다. 정보 검색의 혁명을 이룩한 구글의 압도적인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계가 스스로 문맥을 추론하고 새로운 창작물을 쏟아내는 샘 올트먼의 업적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기계의 알고리즘이 인간의 복잡한 지적 노동을 무서운 속도로 대체해 나가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 인간은 과연 기계와 차별화되는 어떤 고유한 창의성과 영적 가치를 발휘하며 생존해 나갈 수 있을까요?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아이, 로봇'을 아시는 분들은 유명한 대사를 알고 계실 겁니다. 로봇은 감정과 관련된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윌 스미스의 분노에 찬 대사가 있습니다. 2004년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나요? 화이트칼라의 많은 일들을 AI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블루칼라의 일도 많은 로봇들이 나타나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몇 년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생각만 해도 두렵습니다. 아니, 아직은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본문 내용 중 역사적 맥락을 직관적으로 바로 이해하게 해주는 부분은 1차 산업혁명부터 현재 진행형인 4차 산업혁명까지의 발전 과정을 도식화한 이 부분입니다. 1760-1840년에 걸쳐 약 80년 간 전개된 1차 기계화 혁명이 수십 년의 긴 세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사회 구조를 변화시켰다면 4차 초연결 초지능 혁명은 불과 몇 개월 단위로 전 세계의 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바꾸고 있습니다. 새로운 AI 모델이 나올 때마다 큰 이슈가 되면서, 새로운 기능에 대한 이야기가 지구를 뒤흔드는 수준입니다. 주요 에너지원의 패러다임 변화와 생산 방식의 비약적인 진화 그리고 공장 노동자 중심에서 지식 노동자를 거쳐 새롭게 재편되는 노동 형태의 역사적 흐름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대단히 뼈아픈일입니다. 러다이트 운동이 과연 일어날까요? 로봇에 대한? 옛날과 지금은 분명히 다릅니다. 이 도표는 인간의 노동과 일자리 그 자체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해야만 하는 불가역적인 시점에 우리가 도달했음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요?

책의 앞부분에서 언급하고 지나가는 내용이지만, '시간의 강물을 건너며' 이 부분이 책 전체의 내용에서 인문학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 이야기해주는 것 같습니다. 기술은 눈부시게 진보하지만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가치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외침은 거대한 기술의 파도를 마주하며 우리가 반드시 쥐고 있어야 할 최후의 윤리적 보루와 같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 기계가 인간이 직면한 모든 문제에 대해 완벽에 가까운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 시대가 도래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무지에 대한 겸허함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 삶의 목적을 묻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인간 특유의 주체적 사유 능력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갈고닦아야만 합니다. 제가 이렇게 어려운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칸트에서 장 폴 사르트르까지 이르도록 많은 철학자들이 정립해놓은 철학 사상에서 얻어낸 지식일 따름입니다. AI와 인간을 구분짓는 유일한 부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책을 집어들었었습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 책은 상당히 깊은 사유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속도와 효율성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며 거침없이 질주하는 현대의 기술 만능주의가 도래한 AI 주도의 시대에 인문학적 제동을 강하게 걸어주기 위한, 그런 책인 것 같습니다. AI가 발전하기에, 더더욱 인간으로 남아야 한다는 그런 인문학적 이야기입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인류의 물리적 육체적 근육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키며 문명의 도약을 이끄는 1차 산업혁명의 중요 포인트였다면, 다가오는 범용 인공지능 시대는 인류의 추상적이고 지적인 근육을 무한대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두 번째 도약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어야만 합니다. 저는 터미네이터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고, 이제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30년 전만 해도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지금은 어떨려나요?
엄청난 기술 발전의 역사와 관련되어 인문학적, 인간의 철학적 흐름을 조화롭게 펼쳐낸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에 경의를 표합니다. 오랜만에 몰입되어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고도의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시대에 인간의 지성을 되새김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