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패배
에마뉘엘 토드 지음, 권지현 옮김 / 아카넷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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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네이버북카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2022년 2월 24일은 세계사에서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 진입을 발표했을 때 서방 세계는 이를 단순한 침략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붕괴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에마뉘엘 토드는 이 사건을 나토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서구 문명이 직면한 거대한 해체의 신호탄으로 해석합니다. 인류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표면적인 뉴스 이면에 숨겨진 심층적인 구조를 파헤치며 이 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도 우러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자 소개를 읽고 나서야 이 사람이 보통 학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우러 전쟁에 프랑스, 거기다가 인류학자가 뭘 썼을까, 라고 생각을 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엄청난 통찰력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1976년에 소련의 붕괴를 미리 예측한 『최후의 추락』을 쓴 사람이고, 2002년엔 미국의 경제적 쇠락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반미"를 외치는 선동가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인구통계와 가족 구조, 문맹률 같은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해온 학자입니다. 그 점이 읽는 내내 마음에 걸리긴 했습니다. '이 사람의 예측이 또 맞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내내 따라다녔습니다. 아무래도 내용이 좀 부정적이긴 하니까요. 비관론자가 맞으면 사실 좋을 일은 없다는 것이죠.



책의 핵심 주장은 간단히 요약하면 이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 우러 전쟁은 그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싸움이 아니라, 미국과 나토, 러시아 간의 전쟁이라는 것입니다. 푸틴이 2022년 2월 24일 전 세계 앞에서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했다"고 발표했을 때, 그의 연설은 우크라이나에 관한 것도, 돈바스에 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나토의 지속적인 확장과 우크라이나의 군사화에 대한 도전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토드는 이 지점에서 시작해 전쟁의 본질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짚어 나갑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흥미로웠던건, 이 전쟁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 러시아의 강함이 아니라 오히려 서방의 내부적인 허약함이라는 그의 시각입니다. 러시아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고, 서방은 막대한 지원을 쏟아부으면서도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토드는 이를 서방 시스템이 이미 속부터 망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다른 의견들도 있겠지만, 이 의견도 매우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런데 저자의 특성이라고 해야될지 모르겠지만, 목차만 훑어봐도 꽤 공격적입니다. '유럽의 조력 자살', '영국: 제로 국가를 향하여', '미국의 본성: 과두제와 니힐리즘' 같은 챕터 제목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에 대한 비판이 전방위적입니다. 러시아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서방 스스로가 얼마나 부패하고 공허해졌는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두들겨패기 같긴 합니다. 제목부터가 '패배'였으니 사실 긍정적인 부분이 나오긴 좀 힘든 것도 있긴 하지요.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프로테스탄티즘의 쇠퇴와 허무주의의 확산을 연결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종교적 기반이 무너진 자리에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으면서, 미국 사회는 신자유주의적 탐욕만 남은 텅 빈 상태가 됐다는 것입니다. 영국은 금융 중심 국가가 되면서 제조업과 문화적 정체성을 잃었고, 유럽연합은 이 종교적 진공 상태에 떠밀려 스스로를 파괴하는 선택들을 반복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스칸디나비아 챕터에서는 페미니즘이 극단화되면서 오히려 사회적 결속을 해치는 방향으로 흘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동의 여부를 떠나서 시각 자체가 꽤 날카롭습니다. 정치적 성향이라고 말하기엔 그렇지만 저자의 의견에 딱히 반박할 만한 논리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책 중간에 흥미로운 통계표도 등장합니다. 그냥 넘어갈만한 내용이 아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외국인 학생 숫자를 보여주는 통계표입니다.

중국이 88,512명으로 압도적 1위이고, 인도가 36,565명, 한국이 25,994명으로 3위입니다. 인구비율로 따지면 한국과 대만이 정말 엄청난 숫자라고 보이기도 하네요. 그런데 저자는 이 수치를 통해 미국이 전 세계 인재를 흡수해 굴러가는 구조임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미국 자국민들이 이공계 고급 학문을 기피하고 있다는 내부 공동화의 증거로 해석합니다. 미국이 강한 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인재를 빌려 쓰면서 강한 척하고 있다는 것이죠. 기회의 땅이라고 부르는 미국인데, 인재를 흡수하는 관점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않으면 미국의 것이 되는 거니까요. 지리적으로 가까운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하면 사실 좀 무섭기까지한 '동방'의 진출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 말미의 추신에서는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다룹니다. 충돌이 재개된 직후 미국이 즉각 항공모함을 보내 이스라엘 편에 무게를 실어준 장면에서, 토드는 미국이 얼마나 폭력적인 방식을 선호하는지를 읽고 비판합니다. 민간인 희생을 대하는 방식에서 미국의 도덕적 권위가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가자 전쟁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읽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해석이 아닌가 싶은 대목도 있었습니다. 판단은 읽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현재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다들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뒤표지에는 "서방은 분열을 넘어 해체 중이다!"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까 이게 단순히 책을 팔기 위한 자극적인 카피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로 전 세계적인 혼란이 발생하였고, 그 틈을 미국이 전적으로 채우려 했지만 여러 나라들과의 갈등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의 내용에 100% 동의하기엔 그동안 갖고 있던 지식과 정보가 막아섰습니다. 우리가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겨온 서방 = 서양= 선진 = 안정이라는 일종의 공식을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뉴스를 보면 항상 러시아가 나쁜 편이고 서방이 옳은 편처럼 묘사되는데, 이 책은 그 구도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에 전부 동의하기는 그동안의 제 인생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폭력성을 너무 가볍게 다루는 부분도 있고, 서방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서방 편을 들지 않는가, 라고 생각해보면 이렇게 차근차근 답하려 한 책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처럼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시기에, 치우쳐 있는 뉴스만 보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기 쉽습니다. 이 책은 그런 점을 일깨워주는 하나의 척도였던 것 같습니다. 읽는 내내 이게 뭔 소리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대목도 있었지만, 그 불편함 자체가 이 책을 존재하게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다양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알아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읽을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 지금, 또 하나의 생각할 거리가 생겼습니다.

좋은 책을 소개해준 북카페에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 서평은 #네이버북카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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