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품격을 더하는 만년필 한 줄 필사
임예진 지음 / 북스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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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일상 속 작은 쉼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 알람을 끄고, 출근길 차 안에서는 라디오 소리나 내비게이션 안내에 귀를 기울이며 도로 위를 달립니다. 회사에 도착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업무를 처리하기 바쁘지요. 하루 종일 수많은 글자를 보고 쓰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문장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 화면 속 글자들은 금방 잊히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바쁜 일상 속에서 만난 『하루의 품격을 더하는 만년필 한 줄 필사』는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캘리그라피 작가인 저자가 쓴 이 책은 복잡한 생각 없이 그저 손을 움직이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시간을 선물해 줍니다. 거창한 의미를 찾기보다, 그냥 예쁜 글씨를 쓰며 힐링하고 싶은 분들에게 딱 맞는 책입니다.




만년필과 종이, 그리고 잉크

보통의 필사 책들이 단순히 내용을 따라 쓰는 데 집중한다면, 이 책은 도구인 '만년필'을 다루는 재미를 꽤 비중 있게 다룹니다. 만년필이라고 하면 뭔가 어렵고 관리하기 까다로울 것 같은데, 책 앞부분에 기초적인 사용법과 세척법이 잘 정리되어 있어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특히 좋았던 점은 101가지 명언마다 그 문장을 쓸 때 사용한 펜과 잉크 정보를 적어두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구에는 이런 색깔의 잉크가 잘 어울리는구나" 하고 참고하기 좋습니다. 라미나 세일러 같은 유명 브랜드의 만년필들이 페이지마다 소개되어 있어, 평소 문구류에 관심 있던 분들이라면 장비 뽐뿌가 올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녕 저렴이 파커를 쓰고 있습니다.




필사의 즐거움: 사각사각 써 내려가는 맛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직접 써보는 '필사' 그 자체입니다. 저자가 골라놓은 101개의 문장은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아 부담 없이 따라 쓰기 좋습니다. 레이아웃도 줄글, 모눈종이 등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게 글씨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책에 실린 문장 중 "한 번에 바다를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우선 작은 강부터 만들어야 한다." 라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무언가 빨리 성과를 내고 싶어 조급할 때가 많은데, 이 문장을 천천히 따라 쓰다 보니 마음이 좀 편안해지더군요.

'그래,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하자.'

펜 끝으로 종이를 긁는 사각사각 소리에 집중하며 한 글자씩 적다 보면, 잡생각은 사라지고 글씨 쓰는 행위 자체에만 몰입하게 됩니다. 10분 정도 짧게 쓰더라도 묘한 성취감이 느껴져서 기분 전환에 아주 좋았습니다.



눈이 즐거운 아날로그 감성

만년필을 쓰는 또 다른 즐거움은 바로 잉크의 색감입니다. 볼펜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색으로 나오지만, 만년필 잉크는 쓰는 속도나 펜을 멈추는 순간에 따라 색이 진해지기도 하고 옅어지기도 합니다. 이걸 '농담'이라고 하는데, 이 미묘한 색깔 변화를 보는 맛이 있습니다.

글씨가 조금 삐뚤어져도 괜찮습니다. 잉크가 살짝 번지거나 색이 달라지는 우연한 효과들이 오히려 손글씨만의 매력을 더해주니까요. 저자도 너무 완벽하게 쓰려고 애쓰기보다 쓰는 과정 자체를 즐기라고 조언합니다. 그냥 좋아하는 색깔 잉크를 넣고 쓱쓱 써 내려가는 그 느낌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나를 위한 가벼운 취미 생활

『하루의 품격을 더하는 만년필 한 줄 필사』는 어렵게 접근할 필요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취미 실용서입니다. 책이 쫙 펼쳐지는 제본이 아니라서 손으로 좀 눌러가며 써야 하는 건 아쉽지만, 종이 질이 괜찮아서 잉크가 예쁘게 먹어들어갑니다. 이 책은 열심히 써 보는 것에 의미가 있으니까요.

악필을 교정하고 싶거나, 새로운 취미를 찾고 계신 분, 혹은 퇴근 후 스마트폰 대신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거창하게 인생을 바꾼다기보다는, 하루 끝에 좋아하는 펜으로 좋은 문장 하나 남기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작은 강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말처럼, 오늘 쓴 한 줄이 모여 꽤 괜찮은 취미 생활이 될 것입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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