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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자세 교정법 - 피아노 연주를 위한 알렉산더 테크닉
모리 아사 지음, 나지윤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7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끝없는 연습과 통증의 굴레, 그 해답을 찾아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많은 이들이 하나의 끝없는 딜레마에 부딪히곤 합니다. 더 나은 소리, 더 완벽한 테크닉을 향한 열망으로 매일 수 시간씩 건반 앞에 앉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실력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듯 정체하고 몸에는 원인 모를 통증이 찾아옵니다. 손목이 시큰거리고, 어깨는 돌덩이처럼 굳으며, 허리는 연주가 끝난 뒤에도 뻐근한 고통을 호소합니다. 이러한 문제 앞에서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연습이 부족해서’ 혹은 ‘재능이 없어서’라며 자신을 탓하고, 고통을 참아가며 연습 시간을 더욱 늘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저는 피아노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지만 취미로만 할 때에도 이런 고통을 느꼈던 적이 있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모리 아사의 『피아니스트 자세교정법』은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연습’이라는 개념 자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쾰른 국립음대 수석 피아니스트이자 공인 알렉산더 테크닉 지도자라는 독특하고 신뢰도 높은 이력을 지닌 저자는, 문제의 원인이 연습의 ‘양’이 아닌 몸을 사용하는 ‘질’에 있다고 단언합니다. 이 책은 ‘더 열심히’가 아닌 ‘더 지혜롭게’ 연주하는 법을 알려주는 혁명적인 안내서입니다. 피아노 연주를 위한 신체 사용법을 ‘알렉산더 테크닉’이라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론에 입각하여 풀어냄으로써,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고 연주의 완성도를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합니다. 통증의 원인을 찾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소용이 없겠지요.

패러다임의 전환 - ‘더하기’가 아닌 ‘덜어내기’의 연습
이 책이 제시하는 가장 핵심적인 철학은 연습에 대한 관점을 180도 전환시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더하는’ 연습에 익숙합니다. 더 빠른 손가락 훈련, 더 강한 타건을 위한 근력 운동, 더 많은 연습곡 정복 등, 기존의 능력 위에 새로운 기술을 계속해서 쌓아 올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저자는 책의 본문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더하는 연습이 아니라 방해하는 요소를 덜어내는 연습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하며, 이러한 기존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방해하는 요소’란 연주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이 되어버린 불필요한 긴장, 몸의 구조에 어긋나는 잘못된 움직임, 그리고 ‘올바른 자세’에 대한 경직된 고정관념 등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려운 패시지를 연주할 때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하거나 턱에 힘을 주는 행동, 손가락의 힘만으로 건반을 누르려고 애쓰는 습관 등이 모두 연주를 방해하는 요소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불필요한 힘의 개입은 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차단하고 에너지의 흐름을 왜곡시켜, 결국 통증을 유발하고 소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됩니다.
이 책은 이러한 ‘방해 요소’를 자각하고 ‘덜어내는’ 도구로서 ‘알렉산더 테크닉’을 제시합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우리 몸이 어떻게 움직이도록 설계되었는지를 이해하고, 무의식적인 습관의 개입을 의식적으로 멈춘 뒤, 본래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회복하도록 돕는 메소드입니다. 즉, 이 책은 단순히 새로운 피아노 테크닉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몸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불필요한 습관을 내려놓음으로써, 몸이 가진 본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몸 사용 설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덜어내기’의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효율적인 연습이며,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책은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습니다.

몸의 재설계 - 발끝부터 손끝까지 이어지는 유기적 시스템
‘덜어내기’라는 철학적 기반 위에서, 우리 몸을 해부학적으로 이해하고 재설계하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여정으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책의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피아노 연주가 단순히 손가락의 독립적인 활동이 아니라 발끝에서 시작해 머리끝까지 이어지는 전신의 유기적인 협응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1장 ‘피아니스트를 위한 알렉산더 테크닉’에서는 머리-목-척추의 관계가 몸 전체의 균형과 움직임의 질을 결정한다는 핵심 원리를 소개합니다. 연주 중 목이 앞으로 빠지거나 등이 굽는 자세는 척추 전체의 정렬을 무너뜨리고, 이는 결국 팔과 손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하게 됩니다. 저자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 자신의 몸 상태를 자각하고 이 중추조절이 자유롭도록 허용하는 것이 모든 테크닉의 선결 조건임을 분명히 합니다.

2장 ‘무리 없이 몸을 사용하는 기술’은 이 책의 가장 구체적이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자는 피아니스트의 몸을 발, 다리, 골반, 척추, 팔, 손 등으로 나누어 각 부위의 구조와 기능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연주에 기여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지지’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흔히 의자에 ‘앉아있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발바닥이 땅을, 좌골이 의자 좌판을 단단히 ‘지지’하고 있음을 느끼라고 조언합니다. 이처럼 안정적인 하체의 지지 기반이 확보될 때, 비로소 상체와 팔은 불필요한 긴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보내주신 사진 속 ‘건반 바닥으로부터 지지받는다’는 그림은 이러한 개념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는 건반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누르는’ 행위가 아니라, 손끝이 건반이라는 지지면에 닿아 그 반작용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는, 상호작용의 개념으로 타건을 재정의합니다. 이 작은 인식의 전환은 타건의 질을 바꾸고, 힘들이지 않고도 풍부하고 깊이 있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3장과 4장은 이렇게 재설계된 몸의 사용법을 실제 연습과 연주에 적용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치기’가 아닌 ‘듣기’에 집중하는 연습 태도부터 시작하여, 큰 소리를 낼 때 온몸의 무게를 싣는 법, 여린 소리를 낼 때 불필요한 힘을 빼고 섬세하게 조절하는 법, 옥타브나 화음을 무리 없이 연주하는 법, 안정적인 템포를 유지하는 법 등 피아니스트들이 겪는 매우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이 모든 해법은 ‘근육을 더 단련하라’는 식의 처방이 아닌, ‘몸의 구조를 이해하고 불필요한 긴장을 제거하라’는 일관된 원칙에 기반하고 있어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올바른 자세’라는 허물 벗기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올바른 자세’라는 낡고 경직된 강박관념으로부터 연주자들을 해방시킨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허리를 꼿꼿이 펴고, 어깨에 힘을 빼고, 손목을 둥글게’라는 식의 자세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틀에만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몸은 부자연스럽게 경직되고 음악의 흐름을 방해받기 쉽습니다.

저자는 사진 속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이 문제를 명확하게 지적합니다. 한 그림에서는 연주자가 ‘올바른 자세’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마치 마네킹처럼 뻣뻣하게 굳어있는 반면, 다른 그림에서는 ‘음악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훨씬 더 자연스럽고 유연한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이는 진정으로 좋은 자세란, 정해진 모양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 자유롭게 움직일 준비가 된 ‘역동적인 안정 상태’임을 보여줍니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자세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중력과 균형을 이루며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과정’ 자체를 의미합니다. 등받이에 쿠션을 대어 척추가 자연스럽게 설 수 있도록 돕거나, 미끄럼 방지 매트를 사용하여 하체의 안정감을 높이는 등의 구체적인 팁들은, 연주자가 이러한 역동적 안정 상태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도구입니다. 결국 이 책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자세를 고치려고 애쓰지 말고, 음악에 집중하면 몸이 스스로 최적의 길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과 자유를 선물합니다.

지속 가능한 연주, 진정한 음악적 자유를 향한 여정
이 책은 단순한 피아노 테크닉 서적을 넘어, 연주자가 자신의 몸과 깊이 소통하고, 통증 없이 연주를 평생의 즐거움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지침서라고 생각됩니다. ‘더하기’의 강박에서 벗어나 ‘덜어내기’의 지혜를 가르쳐주며, 몸을 기계적인 도구가 아닌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자세의 틀에서 벗어나 음악적 의도가 이끄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고질적인 통증으로 연주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던 전문 연주자,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 좌절하는 전공생, 이제 막 피아노를 시작하며 좋은 습관을 기르고 싶은 입문자, 그리고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연주를 즐기고 싶은 모든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원리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며 자신의 몸을 탐구하다 보면, 어느새 연주가 고된 노동이 아닌 즐거운 유희로 변해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약속하는 것은 단지 통증 없는 연주나 향상된 테크닉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몸의 자유를 통해 얻어지는 진정한 ‘음악적 표현의 자유’입니다. 불필요한 긴장과 나쁜 습관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날 때, 우리의 내면은 비로소 음악을 통해 온전히 흘러나올 수 있습니다. “이제 피곤하게 연주하는 시간은 끝났다”는 책의 선언처럼, 『피아니스트 자세교정법』은 모든 피아니스트들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며, 더 깊이 있는 음악적 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