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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 ㅣ 가볍게 읽는 도스토옙스키의 5대 걸작선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인경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23년 7월
평점 :
러시아 문학의 거장, 도스토예프스키. 대표 걸작으로 알려진 다섯 가지 작품 중에 하나인 백치를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릴 적에도 읽어봤습니다만 읽고 나서 지난 시간이 읽기 전 살아왔던 시간보다 더 길 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났기에 다시 이렇게 읽어 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컬처블룸카페 에서 책을 제공 받아 명작을 되새겨 보게 되었네요.

원래 백치는 1000페이지가 넘는 긴 책으로 알고 있는데, 뿌쉬낀하우스는 약 250페이지 정도의 내용으로 축약을 했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더라구요. 백치라는 제목은 순수함 그 자체인 주인공 레프 니콜라예비치 므이쉬킨 공작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 순수한 주인공 옆에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지요.
므이쉬킨 공작은 가문에서 홀로 남게 됩니다. 거기에다 백치병에 걸려 자신의 고향인 러시아를 떠나 스위스에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공작은 약간의 돈과 편지 한 장을 갖고 귀국할 수 있게 됩니다. 귀국하는 열차 안에서 로고진과 레베제프를 만나게 되고 그들로부터 아름다운 여인인 나스타시아 필리포브나에 대해 알게 됩니다.
공작은 러시아에 도착해서 같은 가문 사람인 리자베타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남편인 예판친 장군도 만나게 됩니다. 거기서 다시 나스타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신과 운명처럼 얽혀진 그녀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사랑과 동정이라는 감정을 동시에 말이죠. 그렇지만 공작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사랑을 원하게 되며, 로고진은 큰 돈을 내어 가며 구애를 합니다. 나스타시아는 공작과 로고진의 사랑을 사이에 두고 마치 줄타기를 하는 듯한 행태를 보입니다. 결혼식에서 사라진다던지 일방적으로 자신의 감정만을 전달한다던지 말이죠. 그러던 중 결국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게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나게 됩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은 극과 극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므이쉬킨 공작은 26살의 귀족이지만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사람들을 잘 믿으며 거짓말 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로고진은 성격이 불같으며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나스타시아는 어릴 적부터 받은 상처가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사람들을 믿지 못하며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갖고 노는 모습도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작 주변 사람들은 공작에게 화를 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공작의 순수한 모습에 반한 것인지 공작에게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백치를 읽다 보면 공작이 말하는 장면에서 주변 사람들이 비웃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순수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보면 다들 그렇게 느끼시겠지만 불편하고 화가 나지요. 그럼에도 공작은 그런 순수함을 잃지 않습니다.
역자의 후기를 보면 공작은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그리스도>입니다. 주변의 인물들이 어떠한 행동을 자신에게 하던간에 순수하게 그들을 인간으로서 좋아합니다. 주변 인물들이 어떤 사람인지 꿰뚫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그들을 좋아하지요.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런 본질에 관심이 없거나 알지도 못하지만 공작은 좀 다른 존재인 것 같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급변하는 유럽의 러시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사형을 선고 받을 정도로 굴곡진 삶을 살았는데 사형 직전에 감형이 되었다고 하니, 그럴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감옥에서 4년, 유배지에서 4년을 살며 많은 가치관의 변화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백치도 이런 영향을 적잖이 받은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의, 하지만 당시라면 평범했을 사람들의 감정이 오고가는 사이에서 마치 그리스도와 같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성품을 가진 어떤 사람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스도의 닮은 꼴이라는 말을 직접 편지로 조카에게 전달할 정도로 그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역자도 그런 점을 잘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나타나는 주된 사상은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인간을 묘사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이상이지... 이 세상에서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존재는 바로 그리스도 한 분이 유일하다...
241쪽, 역자 해설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당시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와 같은, 백치 므이쉬킨 공작과 같은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존재를 그려냄으로써 자신이 원했던 이상적인,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사람을 존재하게 했지 않나 싶습니다.
원작 백치 완역본은 1000페이지가 넘어 읽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뿌쉬낀하우스 에서 출판한 백치의 경우 250쪽 정도의 분량으로 가볍게 읽기 좋았네요. 며칠 걸릴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술술 읽히며 이틀만에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고전 명작, 그 중에서도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뿌쉬낀하우스의 백치를 추천합니다.
이 서평은 컬처블룸을 통해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