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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영화 특별판)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평점 :
등교하지 않는 아이. 우리는 이런 아이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학교를 가지 않는 것은 분명 일반적인 사회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무엇인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어떤 이유가 있던 간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아라는 낙인을 찍고 들여다보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일어나는 판타지와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은 매우 두꺼운 편이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무게감에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고, 며칠이나 걸릴까 하는 고민도 했다.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책을 열고 나서 책을 다시 닫는 것이 한 순간처럼 지나갈 정도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하루면 충분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고코로는 중학교 1학년이며, 이른바 등교 거부자이다.
이 책은 이런 고코로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집단 괴롭힘에 의해 학교 가는 것을 멈추게 되고 집에서 지내는 일상이 반복된다.
어느 날, 거울이 빛나며 외딴 성으로 가는 문이 열리게 되고
고코로는 선택을 한다. 숨막히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인 외딴 성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 곳에서 다른 여섯의 친구와 늑대님을 만나게 되고, 아침에 성으로 오고, 저녁에 성을 떠나는 일상이 시작된다.
늑대님은 이 곳에 소원을 이루어주는 열쇠가 있으며, 3월30일까지, 1년간 열쇠를 찾아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기간안에 열쇠를 찾아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지며 기억이 사라지고, 열쇠를 찾지 못하면 성에서의 기억은 남지만 성에 다시 올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성에 오게 된 모두가 각자의 현실을 힘들게 살아가고 있고, 아픔이 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방법은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잠자코 있는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여섯 명의 친구들과 공유하며 서로와 가까워져 간다. 아이들은 모두와 함께 지내면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모두가 같은 학교인 유키시나 제 5 중학교 출신 또는 그 곳에 가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의 큰 복선이 되는 부분인데 책을 읽게 될 분들이 잘 읽으면 좋을 부분이다. 모두의 이야기가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지만, 개개인에게는 무척이나 큰 일이자 상처가 되며 극복하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어른이라면 이겨내거나 감정을 조절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또한 힘들고 벅찬 일일 수도 있는 것이기에, 어린 시절의 나에게 감정을 대입하면서 가슴이 아리고 슬픔이 배어나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아이들의 힘들었던 기억들은 나에게도 있었기에, 그런 슬픔을 느꼈던 적이 있었기에, 극복할 수 없다고 괴로워했던 적이 있었기에 그렇다. 늑대님의 존재는 성을 열어주는, 아이들을 보듬어 주는 존재이기도 했고, 슬픔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어떤 마음으로 이런 성을 만들어서, 누구를 데려왔을까? 왜 아이들을 빨간모자라고 부르기도 하고, 왜 일곱 아이였을까?
여러 가지 수수께끼가 쌓이고 쌓이면서 궁금증을 최대치로 올려준다. 열쇠의 답을 묻는 아이들에게, 늑대님에게 왜 서로를 바깥에서 만날 수 없는지 질문하는 아이들에게 늑대님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 있어.
늑대님의 크나큰 힌트, 열쇠를 찾기 위한 답이다.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서 헷갈리다가도 결말 부분에서 모든 것이 풀리며 짜릿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처음 예상했던 결말과는 달라, 반전을 원했던 작가의 의도가 멋지게 적중해서 마음이 편안해지기까지 하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책을 덮고 나서는 내 마음의 불편했던 부분이 풀리는 듯 했다.
주제가 무거운 만큼, 작가는 많은 고민을 하면서 글을 썼을 것 같은데 그런 아이들의 고민을 글로 잘 담아내었고, 풀어나가는 과정도 잘 묘사해주었다. 일곱 아이의 기억, 상처받은 마음, 치유의 과정 및 이야기도 책에 담겨져 있었다. 두꺼운 책이니만큼 모두를 섬세하게 잘 이야기해주면서 누구나 몰입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 새삼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였다.
마지막 부분 역자의 글이 너무나도 마음을 울려 공유하고자 한다.

" 괴로움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 따뜻한 인간을 갈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당신만의 거울 속 성이 되어주리라고 믿는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마음의 치유와 평화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에게도 거울 속의 성이 필요한 힘든 시기가 있었다. 누구나 이런 힘든 시기를 견디며 시간을 지금도 마음 속 한편에서는 거울 속 성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많은 위로가 되어, 감사하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소중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멋진 작품을 써주신 츠지무라미즈키, 그리고 이런 멋진 작품을 멋진 글로 번역해주신 번역가 서혜영 님, 그리고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