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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지손가락 ㅣ 숨쉬는책공장 청소년 문학 4
이주현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3년 2월
평점 :
책 표지에서 발갛게 물든 준의 엄지손가락이 보인다.
엄지손가락은 이 책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책 내용에 흥미를 더해주는 좋은 그림이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스스로 선택한 인생의 전환점
준의 엄지손가락은 불안한 마음을 상징한다. 마음이 불편해지면 손이 어느새인가 입으로 옮겨가 있고, 피가 흐를 때까지 물어뜯게 된다. 도벽까지 생기게 되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나서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돈을 훔치고, 물건을 훔치고.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러는 사이에 준의 엄지손가락은 불편함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사실 준은 가장 큰 피해자이다. 새아버지와의 새로운 가족에 대한 어색함과 불편함, 학교에서의 적응 문제. 많은 일들이 겹치며 한국의 학교에서는 버티지 못해 하얼빈의 학교로 유학을 갔지만, 거기에서도 다시 따돌림을 겪게 되고, 도피하듯이 항저우로 학교를 옮긴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안정을 구하기 위해, 안정을 갈구하며 마음의 쉼터를 찾으려 한다. 하얼빈에서 알게 된 친구를 따라 간 것이지만 항저우에서도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모두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겉도는 상진이란 친구에게만 의지하다가, 또 다시 방황하게 될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다른 학교로 옮기려 고민하던 와중, 한국인 친구 해주를 만나 방법을 찾는다.
해주는 상처가 많은 준의 엄지에 봉숭아물을 들인다. 손 끝이 붉게 물들어 불평하는 준에게 해주는 나중에는 손톱에만 물이 예쁘게 남을거라 이야기한다. 해주와 지내다가 해주의 동생인 해호를 따라 중국인들이 다니는 학교를 다니게 된다.

어딜 가도 두려움을 느끼던 준은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중국 학생들이 많은 것에 두려움이 있었으나, 오히려 준에게는 진정한 전환점을 맞는 계기가 된다. 상처투성이인 준의 마음 그 자체인 엄지손가락을 붉은 손톱이라고, 행운의 상징이라고 추켜 세워주며, 자신들의 꽌시에 받아들인다. 처음에는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에 신경을 쓰며 더 이상 개의치 않게 된다. 그들 사이에 녹아들고 싶게 된다. 그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레이샨

준은 자신의 특기를 발견하게 된다. 우연하게 발견한 특기는 달리기다. 달리기가 빠른 준에게 친구들은 번개 같이 빠르다는 레이샨이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준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 친구들은 용기를 북돋우어 주고, 준은 성장한다. 힘든 일이 있어도 더 이상 엄지를 물어 뜯지 않게 된다. 의형제까지 생기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준은 레이샨으로서 거듭나게 되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준을 레이샨으로, 친구로 인정해준다.
여름방학이 되어 한국으로 일시 귀국하려던 준은 큰일을 겪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풀려나긴 하나 미안한 마음에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전에 갔던 황산을 오르게 된다.
황산에 올라 준은 자신을 진심으로 대했던 사람들에게 고마움의 메시지를 보낸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들을 보게 되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공항에 가서도 다시 사람들의 격려를 받고, 배웅을 받으며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준의 엄지에는 더 이상 상처가 남아있지 않았다. 흉터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책 뒤편에 나와 있는 말처럼 준은 스스로의 상처를 극복하고 이를 뒤로한 체 현실에 두 발을 디디려고 한다. 힘들어 하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준은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험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당당하게 살아가자, 하고 말이다.
책을 덮으며

교실에서 많은 아이들과 매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언제나 다 받아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두의 문제를 파악할 수 없다. 학급 내에 준 같은 아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겉으로는 웃고 떠들지만 속은 곪아가는 아이도 있을지도 모른다. 어른들에게서 안정을 얻지 못하고 상처받으며 살아가는 아이들, 친구들 사이에서 힘들어 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이 책의 응원메시지가 전달되면 좋겠다. 많은,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레이샨처럼 살아가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가며, 성장하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소중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숨쉬는 책공장, 이주현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