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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의 피 -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미스터리 스릴러
김교협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절판

1. 영생의 피-제목이 주는 흥미로움
영생이라는 말은 사실 살아가면서 죽음을 향해 천천히 공평하게 가고 있는 우리로서는 솔깃할 단어이다. 죽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이 세상에는 많으며, 어릴 적 공상으로나마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영생의 피라는 제목이 먼저 호기심을 자극한다. 흡혈귀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오히려 반대로 피를 주며 지배를 하는 이야기였다. 영생을 얻을 수 있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넘쳐난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욕망 관점에서 봤을 때는 그러하다. 이 책에서는 그런 인간의 욕망과 결부된, 영생을 약속하며 사람들을 지배하는 이누맘이라는 ‘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2. 피가 흐르는 사건들의 시작
모든 일은 과거의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고대의 서사, 오랜 옛날의 복수, 환생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있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며 그러하기에 흥미를 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에 신화라고 부르는 일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의 나라가 무대가 되고, 과학세계의 정점에 있는 미국에서 모든 일이 일어난다. 과학과 신화의 대결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모든 일의 중심에 있는 이누맘, 신으로 태어난 존재가 있고, 육체적 욕망과 함께 정서적인 부족함을 채우는 에밀리, 이런 에밀리를 이용하는 스테판. 사건의 원인이 되는 미라를 발견한 발굴단, 발굴단의 수장인 네오박사, 경찰 등이 등장한다. 에밀리와 스테판의 이야기가 주로 서술되며, 관찰자적 시점에서 여러 사건들이 진행된다. 자기가 잘못된 것임을 알지만 정신적으로 이끌리며 의지하기에, 스테판의 요구에 따르게 되는 에밀리. 그리고 이누맘이 나오는데, 신으로 등장하여 모두를 파멸로 이끌어 나가려 하는 존재, 자신을 받드는 사람만 복속시켜 제국을 건설하려는 존재이다. 자신을 잠에서 깨운 것에 대한 대가는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의 정점에 서는 것이며, 이를 위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추종자들도 받아들인다. 이누맘을 받들기 위해 몸담았던 경찰 조직을 배신하고 자신이 경호하던 사람을 죽이고 충성을 맹세하는 경찰. 언론에서는 경찰을 비판하고, 정부를 비판하고, 불가사의한 실종과 살인사건에 대한 두려움에 추종자까지 생겨나게 된다. 일련의 사건들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되지만, CIA와 경찰들의 노력, 그리고 핵심 인물인 에밀리와 강제적으로 이누맘의 집단에 끌려들어갔던 조력자에 의해 이 모든 사건들은 해결이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3. 책을 덮으며
책을 읽을 때는 개인적으로 기대평이나 요약과 같은 내용을 보지 않는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반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제하고 책을 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책의 경우에도 제목만을 보고 읽기 시작하였는데, 책 전체를 읽고 나서 상당한 여운이 남았다. 제목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생명, 욕망, 영생. 생명이 있기에 영생을 위한 욕망을 갖게 되고, 그러한 영생을 위해 생명을 바치는 사람들. 그런 영생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또 다른 지배자의 탄생. 영생을 얻기 위해 다른 생명을 빼앗는 자들. 신화의 요소를 도입해서 이야기를 구성한 것이지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입하여 보면, 영생은 우리가 얻고자 하는 부귀영화와 다를 것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개인적인 생각도 해본다. 우리에게 보이며, 실질적인 힘을 행사하는 것은 부귀, 그리고 영화가 아닌가? 우리가 신으로 받들 만한 존재인 것이다.
4. 저자에 대하여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사람처럼 보인다. 길에서 지나쳐도 그런 사람을 봤던가? 할 정도의 모습이었다.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러하였다. 하지만 저자의 필력은 사람을 바로 몰입하게 하는 정도였다.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하며 사건을 이해하기 쉽게, 관찰자의 시점에서도 알 수 있도록 묘사가 잘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하거나 하지 않아 상상이 가능한 부분도 많이 있었다. 처음에는 독서 시간을 만들어 짬을 내가며 조금씩 며칠에 걸쳐 읽으려던 계획이었는데, 늦은 밤에 시작하여 이른 새벽까지 단숨에 읽고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저자는 인간의 욕망을 잘 파악하여 어떻게 독자들의 눈길을 끌게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가져보고 다음 새로운 신간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