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꽃이 피고 지는 것도 해가 뜨고 지는 것도 다 황홀한 일입니다.
모든 것이 당신 것만은 아닌 이 계절에 강아지풀, 실비단 안개,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는 마음만큼은 당신 것입니다.
이렇게 시인은 당신 편에 서서 다 당신 차지라며, 초롱꽃을, 달님을 시와 그림을 선물더미처럼 한가득 건네줍니다.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하여 1960년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공주사범학교에 입학하며 운명적으로 시를 만났다.
집안 내력에 문사적 기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사모하는 여학생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시를 만난 것이다.
그 시절 신석정과 김영랑, 김소월의 시를 읽고 청록파3인 등 시인들의 시를 만나 많은 도움을 얻었으며, <한국 전후 문제 시집>은 좋은 교과서가 되었다.
군 제대 후 교사로 복직하면서 다시 한 여성을 만나 호되게 실연의 고배를 마시고 비틀거리다가, 그 비애감을 표현한 시 「대숲 아래서」로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심사위원은 소년 시절 좋아했던 박목월, 박남수 선생 두 분이었다.
첫 시집 『대숲 아래서』 이후,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까지 39권의 창작시집을 출간했으며 산문집,시화집, 동화집, 선시집 등 100여 권을 출간했다.
받은 문학상으로는 흙의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편운문학상 시와시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유심작품상, 난고문학상 등이 있고 공주에서 공주풀꽃문학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태주
너는 비둘기를 사랑 하고 초롱꽃을 사랑 하고 너는 애기를 사랑하고 또 시냇물 소리와 산들 바람의 흰 구름 까지를 사랑한다
그러한 너를 내가 사랑하므로 나는 저절로비둘기를 사랑하고 초롱꽃 , 애기, 시냇물 소리. 산들바람, 흰 구름까지를 또 차례로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2018. 9. 9
나태주 썼습니다.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P10
대숲 아래서
1 바람은 구름을 돌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본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에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에 메마른 눈물자국,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박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기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행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 P14
황홀극치
황홀, 눈부심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함 좋아서 까무러칠 것 같음 어쨋든 좋아서 죽겠음
해 뜨는 것이 황홀이고, 해 지는 것이 황홀이고 새 우는 것 꽃 피는 것 황홀이고 강물이 꼬리를 흔들며 바다에 이르는 것이 황홀이다.
그렇지, 무엇보다 바다 울렁임, 일파만파, 그곳의 노을, 빠져 죽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황홀이다.
아니다. 내 앞에 웃고 있는 네가 황홀, 황홀의 극치다.
도대체 너는 어디서 온 거냐? 어떻게 온 거냐? 왜온 거냐? 천 년 전 약속이나 이루려는 듯. - P18
너를 두고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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