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인간의 거리에
늦가을 수숫대처럼 쓸쓸하게 서 있다.

어느날 문득 그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제 자기 시집 뒤에 당신이 한마디쯤 해줄 때가 되었다고,
사는 동안 우리 정들지 않았느냐고,

우리는 "사다리"(별)를 버리고 곧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고,
그의 슬픔(이별)에는 기쁨(삶)의 눈물도 얼마간 섞여 있다.

"내 손을 새로 만드는
당신의 거룩한 손이 보인다" (몰운대에서)

아직은 그도 나도
저 거리에서
빌려와야 할 그 무엇이 남았나보다.
앞산 시울이 젖어든다.

김용택 시인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경희대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포옹』 『밥값』 『여행』,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수선화에게』, 영한시집 『부치지 않은 편지』『꽃이 져도 나는 너를잊은 적 없다』, 동시집 『참새』,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 「연인」 「울지 말고 꽃을 보라』,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되어준 한마디』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폐지(廢紙)

어느 산 밑
허물어진 폐지 더미에 비 내린다.
폐지에 적힌 수많은 글씨들
폭우에 젖어 사라진다.
그러나 오직 단 하나
사랑이라는 글씨만은 모두
비에 젖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
- P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