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전혀 예상하지 못한 자의 냄새가 맡아졌다. 그 당혹스러운 등장에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정신이 너무 몽롱해서 꿈을 꾸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정말 아버지인 건가?]10여 년 만의 재회였지만 감동 같은 건 없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지 의문만 들 뿐이다. 아버지는 나를 들어 이리저리 보다가 어딘가에 내려놓았다. 그곳이 제법 깊게 파인 구덩이라는 건내 몸에 흙이 덮이기 시작한 뒤에야 알았다.
[아버지. 내 몸 좀 함부로 자르지 마라. 그러다 죽으면 어떡할 거냐.]들켰기 때문에 당당히 허리를 펴고 불만을 표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우스운 소리를 들었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엄살 부리지 마라. 네놈은 쉽게 안 죽어.]그때는 아버지가 무슨 확신을 가지고 그리 말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았다. 내 명줄은 질겼다. 기름이 부어지고 불에 타 버렸음에도 나는 죽지 않았다. 분명 죽을 거라 생각하며 의식을 잃었는데도 다시 깨어났다.
어렸을 때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내 팔 다리를 자르고 교체하던 시절, 나는 그게 싫어서 안쪽 굴에 숨은 적이 있었다. 나는 옷더미 속에 들어간 뒤 눈을 감고 웅크려 숨을 죽였다. 물론 금방 들켜별 의미는 없었다.
내 허락이 떨어지자 페르닌은 땅에 쪼그려 앉아 열매를 따 먹었다. 떫을 텐데도 배고픔 앞에서 맛은 뒷전인지 행복하게 볼을 오물거렸다."맛있냐?""네, 맛있어요."
좋은 의미로 유명한 건 아니었지만, 일단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곳이라고 배웠다. 페르닌은 내가 가문을 안다고 하자 얼굴이 밝아졌다.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것으로 착각한 건지 다행이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게 같잖아 보여 웃었던 것을 지금도 생기억한다.‘일단 내 둥지로 가자. 따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