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락을 원하지 않습니다. 신을 원하고,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나 는 죄악을 원합니다
가지고
는 숨길 수 없는 감미로움이 이번 통화 상대는 여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게 한다. 여자라, 나는 진모의 예전 여자들을 생각한다. 입대하기 전까지 진모의 여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기야 코밑에 수염이 나기 시작하던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미 여학생하고 사단을 일으켜 퇴학을 당할 만큼 시작부더 화려했던 진모였다. 그 뒤로 군대에 가기 전까지, 여자애 어머니가 달려와 포악을 떨며 집안을 뒤집은 일이 두 번, 오빠라는 사람이 찾아와 밥 먹던 진모를 냅다 쓰러눕힌 적이 한 번, 들어와서며느리로 살게 해달라고 시장까지 쫓아가 어머니를 괴롭힌 덜떨어진 여자애가 걸린 적이 한 번, 우선 떠오르는 큰 사건만 해도 다섯이었다.그 많은 여성들을 다 물리치고 군대에 갔던 진모는 제대 후 지금까지 일 년이 가깝도록 고요했다. 군대에 다녀온 이후 진모기몰두하고 있는 일은 오로지 조직의 재건과 정비, 그리고 관리다. 날이면 날마다 밖으로 나돌면서 집에다는 빨랫감이나 내놓것이 고작인 진모에게 어느 날 뭐가 그리 바쁘냐고 물었더니다는 대답이 이랬다."위아래도 없어. 나 없는 새 엉망이 되었더라고. 손 좀 봐줘야놈들이 한둘이 아냐. 조직의 보스 노릇, 아무나 하는 건 줄 알아
한 글자마다 느끼는 느낌이 다르다왠지 살아 온 또는 살아가야 할 한순간 순간들을 느끼는 문장들...너무 힘겨운 하루 하루가 인생이 녹아든다
시간의 감각이 날카로울 때가 있다. 몸이아플 때 특히 그렇다. 열네 살 무렵 시작된편두통은 예고 없이 위경련과 함께 찾아와일상을 정지시킨다. 해오던 일을 모두 멈추고 통증을 견디는 동안, 한 방울씩 떨어져내리는 시간은 면도날을 뭉쳐 만든 구슬들 같다. 손끝이 스치면 피가 흐를 것 같다. 숨을 들이쉬며 한순간씩 더 살아내고있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까지도 그 감각은 여전히 그자리에 숨죽여 서서 나를 기다린다.
성첩에 횃불을 밝히면 안에서 밖을 내다보기보다 밖에서 안을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이성구는 말했다. 임금은 김류의 소견을 물었다. 불빛은 안팎에 고루 미치는 것이므로 성첩에 불을 밝히면 내다보기도 좋고 들여다보기도 좋을 거라고 김류는 대답했다. 묘당의 논의는 저물녘에 끝났다.성안에는 비축해놓은 송진이나 어유(魚油)가 없었고, 젖은 겨울소나무를 잘라서 관솔불로 쓸 수도 없었다.청병의 주력은 강가에 있었다. 주력은 다가오지 않았지만 겨누어지지 않은 힘이 성을 조이고 있었다. 분명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성벽을 집적거리지 않는 날에도 청의 잠병들은 조선 초병의시야 안에서 산발적으로 총포를 쏘고 연기를 올렸다. 조선 초병들이 연기를 겨누어 총포를 쏘면, 연기 속에 청병은 없었다. 청의잠병들은 매복 진지에서 벗어나 토끼굴 같은 이동 진지를 따라빠르게 움직였다. 연기는 곳곳에서 올랐다. 청의 잠병 부대는 조선 초병들을 성벽에 붙잡아놓았고, 병조는 전 병력을 총안 앞에배치했다. 겨울은 깊어갔고 싸움이 없는 날에도 성은 말라갔다.노복들을 모두 성첩으로 올려보내, 호조는 관량사에 인력을 배치할 수 없었다. 관량사는 번을 마치고 내려온 노복들을 다시 부리자고 주달했으나 병조가 반대했다. 관량사는 곡식을 찧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