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 1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의 끝자락에서 논개를 만났다.
저자인 김별아를 미실이라는 소설로 들어 알고 있었다. 전작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번에 출간한 논개는 작가의 3번째 역사소설이라 하는데 은은한
색동의 표지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아 보이는 책을 충만한 기대속에 읽게
되었다.

두권으로 나누어진 소설 논개는 1권에서는 논개의 출생과 성장과정과
관헌의 노비처럼 살다가 마침내 현감이였던 최경회의 부실이 되기까지의
삶을 담고 있다. 논개가 몰락한 양반의 무남독녀였다니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력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논개의 출생과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사주에 개(犬)가 4개나 되서 '개를 낳았다'는 뜻으로 지은 논개라는
이름의 유래와 함께 흥미로웠다. 영리하고 사람에게 친근한 동물인 개가
논개의 사주에 그렇게 들어 있었던 운명의 힘은 무엇이였을까..
2권에서는 시대 배경이 되는 임진년에 일어난 왜란이 큰 줄거리가 된다.
논개의 삶과 죽음이 전쟁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란 당시의 나라모습을 비교적 짧고도 핵심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다.
안이한 상태로 자기 잇속을 채우기 급급했던 임금과 상급관리들이
전쟁이라는 큰 일이 나자 모두 나몰라라 뒷걸음질치는 모습이 한심스러웠
다. 대의명분 운운하며 예와 의를 중하게 여기던 부류들은 자신의 안녕을
위해 도망가 버리고 그 자리에 천대받던 아랫관리들이 소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찡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 낮은 벼슬로 떠돌며 경시되었던 그들이 가장
어려운 때에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었다. 2권 p82
이름조차 생소한 수 많은 의병들의 봉기는 그때의 절박함과 명분이 아닌
삶 그 자체를 위해 싸움터로 나가야 했던 비장한 결의를 느껴지게 했다.
중요함을 알기에 성을 비워주라는 조정의 명을 어겨가며 전라도와 경상도
의 의병들과 얼마의 관군과 民들이 힘을 합쳐서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진주성이였지만 안타깝고도 잔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그들. 끝까지
대항하다 피를 흘린 장수들이나 패배한 전쟁의 책임으로 남강으로 몸을
던지던 의병장들의 모습은 슬프고도 슬펐다.
-촉석루의 세장사는
잔을 들고 웃으며 저 강물을 가리키노라.
강물은 변함없이 도도히 흘러가니
저 물이 마르지 않는 한 내 혼도 죽지 않으리! 최경회作  2권 p304
패배뒤에 남는 것은 두려움과 끈을 놓아버린 희망일 것이다. 왜군들의
처연한 피의 복수속에 논개는 사랑하는 지아비 최경회를 잃은 절망과
악몽속에서 복수를 다짐하고 마침내 열손가락 아로낀 가락지속에 애잔한
사랑과 부박한 생을 담아 왜장과 함께 남강의 물속으로 스무살의 짧은
생을 던졌다.

작가는 논개라는 인물의 새롭게 제대로 조명을 하고 싶다 하였다.
그것도 충(忠)이나 의(義)의 개념이 아닌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살았던
삶을 보여주고 싶다했다. 전설이면서 역사가 된 그녀를 삶보다 죽음 한토막
의 일화로 알려진 그녀를 이렇게 두권의 책으로 엮어낸 의도는 논개를
어설프게 알고 있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그녀의 새롭고도 새로운
일면 때문일 것이다. 잃었던 성을 찾은 논개 아니 주논개는 남강의 푸른
물빛같은 사랑의 힘으로 다시 쓰여진 것이다.'왜란때 진주의 논개라는
기생이 왜장을 끌어안고 물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의기어린 기생이야기였지만 왜 기생이였는지 왜 그곳이 진주였고 남강이였
고 그 상대가 왜장이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면 그에 대한 답을 찾고
논개라는 인물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면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것이라
본다.

처음 만나본 김별아의 소설은 문체의 화려함(?)을 넘어선 너무 많은
수식어로 보는 중간중간 불편함이 앞섰다. 당시 조선의 상황을 설명하는
사료에 의존한 기술들은 그나마 담백하게 서술되었지만 큰 줄거리 안에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 가는 이야기들은 시를 보는 듯한 표현력의
남발이 거슬림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한자성어와 고어의 홍수도
과유불급이란 말을 떠올리게 했다. 많은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김별아
작가처럼 이렇게 소설을 꽃향기 나게 쓰는 작가를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소설에서 나는 꽃향기는 향기로울수도 있지만 때로는 퉁박스럽고 거추장
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류는 담백한 문체들이다.
 이렇게 저렇게 꾸미지 않아도 신선한 나무향 같은 문체들이 그 자체로
기분을 돋우워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날때는 조금 더
소박해진 문체를 보고 싶다. 하지만 이것이 김별아 작가의 개성이자 힘이라면
그대로 인정하고 좋아하도록 노력해보겠다. 논개를 책으로 접한뒤 조금이나마
그의 행적을 더듬어보니 예전에 교과서에서 흘려 넘긴 변영로의 시구절이 다시금
새롭게 느껴졌다.

논개(論介)

- 수주 변영로 -

..중략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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