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 네이버 인기 블로그 '풀각시 뜨락' 박효신의 녹색 일기장
박효신 지음 / 여성신문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

황토빛 흙 위를 걷는 맨발의 하얀고무신을 보고 있자니
금세라도 흙냄새가 날 것 같은 책이였습니다.
저자인 박효신님은 서울에서 35년간 나름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한 사람이였지만 죄를 덜짓고 욕심을 버리기 위한 방법으로
시골살이를 택합니다.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고 살지뭐'식의
무모한 귀농이 아닌 15년간이나 준비하고 또 준비하면서
정말 농사꾼이 될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에 흙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그 과정과 생각들이 얼마나 꼼꼼하고도
당찬지 여간한분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전원생활을 꿈꿉니다.
하지만 그 모습들을 들여다보면 도시의 편리함을 모두 농촌으로
옮겨서 단지 배경만 산과 들이 있는 자연풍경으로 바뀐것
밖에 없습니다. 한가지를 잃으면 한가지를 얻는 그 마음
씀씀이를 깨닫지 못하고 그저 모두 얻으려고만 하니 진정한
전원생활을 하기는 힘들겠지요. 그러니 모두 꿈으로만 남아서
꿈만 꾸는것 아닐까요. 시골에서 생활한다는 자체가 도시의 편리함을
어느정도 양보하고 포기할줄 알아야 하는데 이미 도시에 길들여진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가기에는 욕심이 너무 많아져 버렸지요.
아니면 아쉬운대로(?)라도 전원생활을 해보자면 박효신님 말대로
돈많이 벌어서 시골에다 아주 그림같은 집을 짓고 정원도 만들고
취미삼아 작은 텃밭이나 가꾸며 살수도 있겠지요. ^^

저자는 진정한 농사꾼이 되기위해 인근 대학교의 농업경영자과정을
수강해서 들으며 농사에 필요한 지식을 익히고, 배운 지식들을
직접 농사에 실천하면서 그야말로 거름냄새나는 농사꾼이
되어 갑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명함에 '풀각시 박효신'이라는
너무나 예쁜 이름을 새겨 넣으며 작은 꽃하나, 이름모를 잡초들하나
예사로 넘기지 않게 되는 정많은 자연인이되지요.

담담하고 소박하게 그려진 풀각시 박효신님의 시골살이 모습은
고단한 노동의 시간도 있지만 편안하고 행복해보입니다. 자신이 원해서
하게 된 일이니 더 그렇게 보이는것 같습니다. 꿈에 그리는 것처럼
시골은 그저 풍경이나 감상하면서 차나 마시는 별장의 개념이 아니라
직접 땅을 일구고 곡식들을 심고 땀냄새가 흠뻑 배이도록, 허리가
아프도록 일을 하며 노동의 값진 의미를 깨우치며 살아가는 그 모습이
다른 무엇보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시골살이라는 것이
휴식이나 놀이의 개념이 아닌 생활이고 일터인 것을 바로 알게 해줍니다.

느림의 미학을 깨닫고 자연의 시간에 몸을 맡기며 여유롭게 짓는 그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보는 사람마저 즐겁게 만듭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듯 써내려간 글들은 한껏 친근함이 느껴지고 그때그때를
알려주는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은 풀각시님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듭니다. 직접수확한 옥수수를 내다팔고, 5일장터에서 어머니와 팥죽을
사먹고, 꽃잎으로 차를 마시고, 술을 담궈서 지인들을 부르고,
호박을 심고, 곶감을 만들고, 할미꽃을 사랑해서 직접 길러보고..
어느것 하나 빠질것 없이 사계절을 오롯이 담은 이야기에
가슴이 훈훈해지고 뭔가 모를 찡함도 느껴집니다.
지금 3년째로 접어든 행복한 농사꾼 박효신님을 보면서
내가 그나이를 되었을쯤에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효신님처럼 용기있게 시골로 가진 못하더라도 나도 어딘가에서
내가 사랑하는 무언가를 가꾸고 돌보며 욕심내지 않고 지금보다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마음 여유로운 이가 되어 있기를 바래봅니다.
지금부터 노력하면 좀더 준비된 넉넉한 웃음을 지을수도
있겠지요 ^^ 풀각시, 그리고 자연과 함께 한 시간 행복했습니다.

- p105

욕심을 버려라....
아름다운 것 볼 줄 아는 건강한 눈이 있고,
아름다운 소리 들을 줄 아는 밝은 귀가 있고,
아름답다 느낄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이 있고,
먼 데서 가끔 찾아오는 다정한 친구들이 있고,
편히 누워 쉴 넉넉한 집이 있고,
가슴에는 아직 식지 않은 열정이 있는데,
지금도 가진 것이 그리 많은데 무얼 더 갖고 싶어하는 게야.

☆ 풀각시님 뜨락
http://blog.naver.com/hyoshin48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