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검은 표지에 오묘한 눈빛을 가진 여자가 해골을 감싸안고 바라보는
이책은 소설책으로는 조금 두꺼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550페이지)
처음에 '죽음을 연구하는..' 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심령술에 관한
책인줄 알았다. 하지만 '중세를 휘젓고 다닌 CSI'라는 표현에 아이러니
함을 느끼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CSI'는 범죄에 대한 과학수사를
소재로 해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유명한 미국 드라마 시리즈인데
얼마나 인기가 많았으면 시즌으로 벌써 7번째(한시즌당 24편정도)로
접어들고 있다. 가끔 그 드라마를 접하며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며 본적이 많은데 '중세의 CSI'를 책으로 만나보게 되다니 적지 않은
기대를 갖고 읽어보게 되었다.
 
12세기쯤의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법의관이자 여의사인
아델리아가 살인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처음의 사건은 케임브리지에서 피터라는 아이의 실종과 잔인하게 죽은
사체의 발견으로 시작된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범인을 유대인으로
지목하는 루머가 떠돌게 되고 그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로 유대인들이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희생자인 3아이의 실종과 잔인한 살해사건으로
일은 더 커지게 되고, 그 사건들의 해결에 아델리아가 나서게 되었다. 여의사라는
큰 타이틀(?)을 가진 그녀였지만 그때 당시 중세의 여러 제약들로 인해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과 더불어 당시 막강한 권력의 상징이였던
종교의 힘에 시련을 겪기도 하지만 꿋꿋이 이겨내며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종교가 과학을 이기던 시기에 아델리아같은 사람들은 소신과 용기를 갖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이다. 어느시대나 진실은 밝히기 위한 노력은 거짓을 말하는 이들의
노력보다 몇배는 더 있어왔다. 사건의 진실을 위한 아델리아의 모습을 내내
따라가면서 어느덧 책속에 푹 빠지게 되기도 했다.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배경이 되는 중세의 역사적 상황과
문화와 사람들의 생각과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그 세세한 표현들과 당시 신의
권력을 자랑하던 교황과 교회들의 모습과 그 권력속에 타락해져 가던 종교인들의
모습을 아주 사실감 있게 그려낸것이 감탄스러웠다.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였다.
 
저자인 아리아나 프랭클린은 원래 기자출신이였다. 결혼후에 기자를 그만둔
그녀는 중세의 역사와 법률에 대한 연구를 거쳐 글을 쓰기 시작했고 마침내
역사소설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그녀의 책을 만나본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아주 치밀한 표현력과 긴장감 넘치는 구성에 그녀의 명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만든 천재적인 여의사인 아델리아란 캐릭터에 대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앞으로 '중세의 CSI'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여도 나를
잠 못들도록 붙잡았던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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