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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
토머스 길로비치 & 리 로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이방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 / 한국경제신문 / 토머스 길로비치, 리 로스
제목을 보는 순간 나는 이 책을 열어볼 수밖에 없었다. 안경을 쓰고 수염을 길게 기른 현인(?)이 책의 표지에 그려져 있기에 더욱이. 나는 항상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지식을 찾으러 돌아다녔었다. 조각조각의 지식들은 이렇게 저렇게 나의 머릿속 여기저기에 무질서하게 쌓여는 가는데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그러니 ‘이 방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 The wisest one in the room’이라는 제목에 혹 할 수밖에... ^^
사회 심리학과 행동 심리학의 전문가인 두 사람은 지혜를 이루는 다섯 가지 기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하나, 객관성이라는 환상 알기
둘, 상황이 발휘하는 힘 이해하기
셋, 언어자체가 지혜의 바탕
넷, 행동이 정신을 결정 한다
다섯, 시야의 열쇠구멍 넓히기
먼저 객관성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타인에 비해 자신이 훨씬 객관적이며 공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타인의 의견은 주관적이며 제멋대로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은(…)자기는 늘 진실을 말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자기 견해와 다를 때는 무조건 그들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 한다”
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그들이 정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순박하게도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는’ 속박실재론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이점과 역사, 사람마다 독특한 것들로 빚어진 것일 뿐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 외의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소중하며 하나 보다 둘의 생각이 모일 때 그 실제에 더 가까이 가게 되어 주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정토회에서 이야기한 아상을 버리는 작업과 유사하다. 내가 보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 속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생각이다. 나 역시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한 일들이 꽤 있다. 앞으로는 좀 더 시도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두 번째는 상황이 지배하는 힘에 대한 이야기 이다. 첫 번째 이야기와도 이어질 수 있는데,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어떤 개인을 절대로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적인 여러 요인을 온전하게 이해했다는 느낌이 든 다음에 비로소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행동관성(behavioral momentum)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기가 꺾이거나 풀이 죽은 사람은 어떤 도전 과제나 일상의 온갖 시시콜콜한 일을 앞에 두고는 막막하게만 느낀다. 하지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손쉬운 일부터 해치우기 시작하면, 설령 그게 잠깐 동네를 산책하는 것이나 샤워를 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조금 전까지 느끼던 막막함이나 어려움은 한결 누그러진다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니까 말이다. ‘이 방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엄청나게 크고 어려운 일을 해내는 비결이 공을 경사로에 올려두는 것임을, 한 번에 조금씩만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것임을, 곁가지로 빠지기 쉽게 하는 모든 경로를 막아버리는 것임을, 그리고 목표가 눈에 들어올 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동기부여를 확신하고 기대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세 번째로 언어가 가지는 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가 어떤 현상이나 대상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 지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부여되고 맥락이 다르게 이해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생긴 사고의 방향에 따라 당연스럽게도 우리의 행동이 결정되고 결과가 빚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이름을 붙이는 일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잘 닦여진 길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라는 것을 더 느끼게 되었다.
네 번째는 거꾸로 행동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진짜로 이뤄질 때까지 진짜로 이뤄진 것처럼 행동해라’
(Fake it till you become it)
라는 말이다. 예전에 읽었던 ‘시크릿’이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반장이 되고 싶다면 이미 반장인 것처럼 행동하라는~ 놀랍게도 나의 행동에 나의 정신이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현상을 유도하기 위해 타인을 도울 때는 마찰력을 이길 만큼만 밀어야한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미묘한’ 압박과 ‘부드러운’ 유도는 사람들에게 자기 행동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믿음과 선호를 반영한다고 느끼게 할 수 있지만, ‘명백한’ 압박과 ‘강한’ 유도는 반대의 효과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야의 열쇠구멍을 넓히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직관적인 마음은 이성적인 마음에 비해서 충동적이며, 즉각적인 주의력이 미치는 영역 너머에 존재하는 정보를 찾아보지도 않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저지르는 실수는 올바른 대응이 너무 어려워서가 아니라 잘못된 대응이 너무 쉽기 때문에 저질러진다.
생각해보면 내가 무심코 하고 나서 후회하게 되는 행동들이 이런 일들이다. 조금만 생각해보고 했다면, 천천히 했다면 다르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나의 행동을 살피는 맥락도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시야의 열쇠구멍을 더 넓혀야 한다. 그 방법으로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어떤 사안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역할‘ 이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지금 생각하는 것과 10년 뒤에 같은 상황에서 생각할 것을 상상해서 비교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또 획일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검열과 맞서 싸우기 위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걸 말해봅시다”라는 말로 회의를 시작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사람들은 전체 맥락에서 벗어난 또는 반대되는 의견을 내고 주장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나도 모르게 전체 의견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또 각 개인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를 찾아서 내도록 하여 전문적 지식와 다양한 견해가 한자리에 모이도록 해야 그 모임이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지나온 회의에서 이 두 가지를 정말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나아가기보다 자꾸 제자리걸음을 했는지도 모른다. 아쉽고 후회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방향을 제시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저자는 말한다.
‘뒤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이 책을 통해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다. 또 불교에서 말하는 참회와 해탈의 과정이기도 하다. 조금씩 나아질 수 있기를...
다음 챕터에서 작가는 이 방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타이틀로 행복의 비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사람은 환경이 바뀌더라도 그 변화에 곧 익숙해지며, 그 변화가 가져다주는 고통과 기쁨은 시간이 지나면 소멸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경험에서 중요한 것은 절정과 마지막 순간이다. 행복한 가족여행을 원한다면 기간이나 장소에 집착하기보다 최고로 행복한 순간, 마지막으로 즐겁게 마무리하는 것을 더 의미있게 생각하라.
- 물질 구매와 경험 구매는 처음에는 같은 양의 행복감을 준다. 그런데 물질 구매의 전율은 점점 시들해지지만, 경험 구매에서 비롯된 기쁨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는 “우리는 앞으로 언제나 파리를 함께 가지고 있을 거야.”라고 말한다.)
- 지혜로운 사회라면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원, 산책길, 해변, 자전거 도로, 열린 공간 등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루스벨트가 주창한 국립공원 제도도 그 좋은 예다.
- 나이가 들면 행복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는 흥분보다 차분함에 많이 집중되어 그렇게 보일 뿐이다. 이것 역시 진정한 행복임은 두말한 필요도 없다.
이 내용도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행복과 일맥상통한다.
어떻게 갈등을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한 챕터로 정리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 “어떤 사람은 사물의 현재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왜 그러냐?’라고 묻는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없었던 어떤 것들을 꿈꾼다. 그리고 ‘안 될 것이 뭐 있느냐?’라고 말한다.” 로버트 케네디의 유명한 말이다.
- 갈등 당사자들이 합의를 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상대방이 현실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소박실재론을 잊어서는 안된다.
- 제로섬 협상을 넘어서서 비제로섬 협상으로 이 문제를 재정리하는 것이 좋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대통령이 북미사이에서 현명한 조정자 역할을 해온 것에 대해 감탄하게 되었다.
학습부진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 성장형 마음가짐과 목표의식
- 자기가치 확인과 긍정적인 충격
( 막연한 긍정적 평가보다는 적절한 객관적 평가와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대한 명확한 지적 그리고 네가 그 지점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는 교사의 격려)
개입을 하되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지혜롭게 해야 한다. 이 말은 공허한 칭찬이 아니라 현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라는 뜻이다. 또한 학업 성취의 목표를 그 학생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가치 및 그 학생에게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더 폭 넓은 욕망과 연결해야 하며,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날려 버릴 자기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심어주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라는 의제에 대해서는
누구를 위해서 또 얼마나 오랫동안 희생을 감수할 것인가에 대한 불편함이 이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적용하지 못하게 한다. 월스트리트 게임이 아닌 공동체 게임으로 인식할 때에 이 사회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