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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ㅣ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p.14)
[ 스스로를 테마로 삼기 ]
자신의 의견과 바람과 느낌들에 관한 한
그저 맹목적으로 닥치는 대로 살아가거나
되는대로 맡겨선 안되고
우리 스스로를 테마로 삼아서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의 특징이라는 깨달음입니다.
이것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자신의 경험과
내적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하루하루의 생활을 살다보면 일정과 타성 속에서 나를 돌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순간 많은 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직면하는 우리는 내가 어떤 생각을 가졌고 어떤 바램을 품고 어떤 느낌들에 휘말려서 이런 일들을 겪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그냥 당하고 있다는 기분만 남게 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면 그 안에 나라는 주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명상을 하던 일기를 쓰던 또는 하루를 차분히 돌아보든 내적거리를 두는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또 나도 모를 흐름 속에 휘말러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명확히 알고 있다.
p.21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 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겪었던 일을 말로 표현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할 경우엔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어떠한 일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문하며
그동안 틀림없다고 확신하던 생각에 대한 증거들을 다시금 살펴볼 때
그것이 검사대에 오르고 테마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 확신에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느낀 경험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식함은 인식된 것을 비로소 완성한다.
:내가 겪었던 일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나의 경우를 돌아보면 일단 내가 겪었던 일이 불쾌했다면 잊어버리고 싶어 했고 즐거웠다면 그냥 좋았다하며 지나갔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일을 겪은 후 스스로 내가 겪었던 일을 말로 표현한다면 그 상황을 좀 더 잘 돌아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면 그 일이 좋은 일이거나 힘든 일이거나 나에게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스스로를 완성해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인식함은 인식된 것을 비로소 완성하고 나 스스로도 완성하는 것이다.
p.22
이것을 일반화해본다면,
경험을 나타내는 우리의 언어가 세분화될수록
경험 자체로 세분화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감정 교육(Education sentimentale)’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p.23~24
우리가 감정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가르쳐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감정에 이리저리 튕겨나가는 고무공이 되지 않는 것,
그리고 감정이 가진 권력이
우리 안에서 휩쓸고 돌아다니는 이물질로 경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감정을 긍정된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느껴야 합니다.
: 내 감정에 대한 공부! 가 참 중요하다. 감정을 알고 다루는 연습! 도 중요하다. 그런 연습 속에서 감정에 얽혀들던 내가 조금 자유로워진다. 아직도 연습하고 있는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연습해야 할 과제이다.
p.26
기억은 이야기될 때 이해 가능한 것이 되고
우리는 기억의 힘없는 희생양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기억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잊고 싶다고 해서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기억하는 존재로서의 우리는
자기결정적 존재가 아닙니다.
자기결정적 존재가 되려면 일단 이해하는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즉 기억이 휘두르는 힘과 끈질김을 우리의 정신적 정체성의 표현으로 보는 법을 배우고 나면 기억은 더 이상 외부 이물질이 아니게 되어
적군으로서의 공격을 멈추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생성되는 스토리가 있는 자아상은
미래에까지 죽 이어져 쓰입니다.
그저 하루하루 보내면서 미래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한 계획을 가지고 만나게 되는 그 무엇을 경험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누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그림,
즉 우리 자신에게 설명하는 그대로
우리의 과거와 일치하는 그림이 필요합니다.
: 옳으신 말씀!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로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로 이어져 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기결정적 존재가 되기 위해 이해하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말씀도 와닿는다.
스스로가 씹어서 소화한 경험만이 자기 것이 되는 것이다. 스쳐지나는 것은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이다.
p.28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가는 것은
자기결정을 추구하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문하는 사람에게 결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이러한 질문의 답은
오직 여유로운 가능성의 장 안에서
여러 가지 입장을 바꿔보는 정신적인 활동을 할 때에만 얻을 수 있습니다.
: 사람의 성장에 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알 것 같다.
p.39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 거리 유지하기
각자 차별화된 자아상 만들어가기
그 자아상을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새롭게 고쳐나가서 발전시키기
자기인식을 넓혀가기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과 기억을 갈고 닦기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타자의 조종을 명료히 꿰뚫어 보고 방어하기
그리고 자기 목소리 찾기
p.55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 아닌지조차 알지 못한다.
p.70
자신을 안다는 것은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나의 생각,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떠했으면 좋겠다는 나의 생각,
그 두 가지 사이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그 사람에 투사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꿰뚫어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반대로 나에 대한 타인들의 투사를 알아차리고
그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그 어떤 감정도 무위로 끝나는
포템킨 전함의 단단한 표면 같은 얼굴이 아닌,
진실하고 교류 가능한 감정들을 가지고 우리 자신을 대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 정토회에서 불교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와 같은 맥락인 것 같다.
누구나 각자의 업식에 의해 세상을 바라보고 또 그 것은 옳고 그른 것이 없다는 말씀이었다. 자신을 안다는 것이 내가 인식하는 틀을 알아간다는 것! 또 내가 바라는 방향을 알아간다는 것! 이라는 문장이 참 놀랍다. 또 타인도 그의 인식틀에 의해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고 그를 인정하고 이해하되 그에 구속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내 입장에서는 매우 불교적인 표현이었다. 모든 진리는 통하는 것인가? ㅎ ㅎ
p.78
[문화적 정체성과 그 형성]
오늘날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로는
직장이나 사업, 체면, 돈 같은 것들에 있어서의 이로움이
전면에 부각되고 있습니다.
외국어는 곧 외국시장을 의미하는 것이죠.
그러나 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우리는 언어의 낯섦에서 다른 정신의 낯섦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범주와는 다른 범주,
행위와 관습을 서술하는 다른 방식,
자신과 타인의 경험을 언어화하는 다른 방식이 존재함을 보고
이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다른 삶의 운율을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언어를 바꾸면 삶은 다른 소리와 맛을 냅니다.
하나의 경험이 주는 분위기와 필체와 속도가 달라지지요.
세상 안에서 존재한다는 것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 내가 해외여행을 가서 느꼈던 부분들이 이런 분분도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지 주어진 환경과 사람이 달라졌으니 그렇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언어도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다른 틀로 그 느낌과 생각을 찍어 표현하는 일이니까 다른 모양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영어로 표현하는 것도 재밌지만 스페인어를 꼭 배워보고 싶다. 한 두 달 독학하다가 그만둔 스페인어가 다시 떠오른다. 다른 언어로 말하며 다르게 살아가는 느낌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졌다.
p.79
자신이 선택한 언어의 틀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발전시키는 것,
이것이 언어적 교양의 최고단계입니다.
그리고 시인과 작가들이 시도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p.87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나 개인적으로는,
존엄성과 자유가 있는 삶속에서
나는 다른 방식이 아닌 내가 보는 바로 그 방식으로 이해한다. “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지구상 어느 땅에 살든
자신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뤄낸 것입니다.
p.96
단지 하나의 문화를 아는 것과 체험하는 것을 구별하는 일이
저에게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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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공간속에서 우리는
자기결정, 존엄성, 도덕적 경험 등에 대해
많은 것을 듣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자기안의 것들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비록 풍부한 지식은 있을지 몰라도
아직 교양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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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을 쌓는다는 것,
그것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 내안의 것들이 새로 만난 것들과 만나 다시 새로운 내가 되어 가는 과정.
교양을 쌓는다는 것이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멋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