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의 아이들 북멘토 가치동화 39
정혜원 지음, 원유미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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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를 다룬 역사동화책은 여러 번 접했지만,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어린이 동화책은 처음 읽는다.

이름부터가 낯설다. 을불, 검손, 이랑... 하지만 낯선 느낌도 잠시,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든다.


개인적으로 고구려의 이랑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행동하는 역동적인 인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절로 응원하게 되었다. 특히 그 변화가 사건 중심으로 서술되는 역사 그 이면에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모습을 마주하며 나타난 변화라는 점에서 멋졌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살다가 한 자리에서 만난 삼국의 아이들.

태어나고 나니 그저 삼국 중 한 나라의 백성이었을 뿐인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라와 애국심보다 더 높은 우정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자기 삶을 살아낸다.


환경과 운명을 탓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지며 새로운 선택을 하는 이 아이들을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성장 이야기를 삼국시대 역사와 버무려 동화로 펴낸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한다.


다 읽고 덮어보니, 출판사가 눈에 들어온다. 북멘토다. 작년에 북멘토에서 출간된 '불귀신 잡는 날' 역사동화도 재미있게 읽고 우리반 아이들과 돌려 읽었었다.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역사에 다가갈 수 있도록 좋은 책을 꾸준히 펴내주는 출판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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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케이크 빨간콩 그림책 4
가이아 구아스티 지음, 클레망스 페니코 그림, 여기-시 옮김 / 빨간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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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린이 시를 쓰는 한 시인의 강연에서 이 말이 가장 와닿았다.

세상에는 나를 도와주는 수 천 개의 손길이 있다고.

꼭 엄마, 아빠가 아니더라도. 그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나를 도와주는 수 천 개의 손길이 모여 지금의 내가 이 곳에 우뚝 서 있게 해주는 거라고 말이다.


그림책 속 안나에게도 힘든 일이 하나 있다.

음식을 잘 먹지 않는 것이다.

뭐, 아주 조금씩은 맛보았겠지만 말이다.

그런 안나를 위해 오빠 조가 나선다. 이웃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영양이 풍부한 케이크를 만들 재료를 찾고 있다며, 케이크 만들 재료를 구한다.


그리고 완성된 일명 가장 맛있는 케이크의 결과물은? 후훗.

그 모양과 맛과 이후의 이야기는 다른 독자를 위해 아끼도록 한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하듯이, 안나는 오빠가 만든 케이크를 아주 맛있게 만든다.

자신이 거부했던 음식 속에 수 천 개의 보이지 않는 나를 도와주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거나 쉽게 먹고, 쉽게 남기고, 쉽게 버리는 세상이다.

하지만 내가 오늘 남긴 김치가 할머니가 아픈 무릎을 문질러가며 해주신 김치인 것을 안다면,

배부르다고 남긴 돼지고기가 어떤 과정으로 길러졌고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생각한다면,

송아지를 낳은 젖소가 어떤 마음으로 우리에게 우유를 내주었을지 상상해 본다면....


우리 앞에 있는 음식을 한 끼 먹부림으로 10분안에 해치워야 할 미션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과 고마움이 깃든 선물로 대할 수 있으리라.


간단하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 깃든 나눔과 사랑과 공동체 의식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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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모두의 예술가 1
루시 브라운리지 지음, 에디트 카롱 그림, 최혜진 옮김 / 책읽는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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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빛의 벙커 '반 고흐 전시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왔었다. 전부터 반 고흐를 좋아했던 엄마 덕분에 아이들은 평소와는 달리 반 고흐 관련 굿즈를 듬뿍 살 수 있었다. 생생했던 전시회의 기억은 나날이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한 번 전시회를 보고 온 아이들은 원래부터 집에 있었던 반고흐 그림들과 전시회에서 사온 이런 저런 굿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잘 쓰는 머그컵, 마우스패드, 장바구니까지... 오호라, 드디어 화가 한 명의 이름은 확실히 알고 가겠구나! 엄마는 잠깐 솟아오른 아이들의 반 고흐에 대한 학구열이 꺼질세라, 온갖 도서관을 떠돌며 반 고흐에 대한 어린이책을 빌려다가 읽어주었다. 


단행본이나 예술 전집 속에서 반 고흐 이야기책은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내가 빌렸던 책 중 대부분이 그림에 대한 설명 나열이거나 어린이 눈높이에 맞지 않는 내용이었다. 게중 딱 한 권만 반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을 적절히 버무려 아이들 눈높이에서 쉽게 스토리텔링으로 다가간 느낌이었고, 아이들 역시 그 책만 여러번 읽었다.



그러다가 책읽는 곰 출판사에서 나온 <모두의 예술가 1. 빈센트 반 고흐>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일단 그림이 눈에 확 들어온다. 오일 파스텔 느낌이 나는 재료로 쓱쓱 그린 그림이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색연필 그림으로 느껴질 것이다. 유채 물감을 썼던 반 고흐의 작품과 결이 비슷한 재료로 삽화가 그려져 명화에 대한 진입 장벽을 확 낮추어 준다. 책 내용 또한 단순히 반 고흐의 작품과 삶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게다가 페이지를 걷을 때마다 실제로 반 고흐가 그렸던 그림이 내용과 어우려져 화가를 다룬 그림책의 장점을 참 잘 살렸다. 페이지 구성 또한 어색하지 않고, 외국책이지만 읽어주기 쉽게 잘 번역되었다.



간만에 예술가를 다룬 잘 만들어진 그림책을 만나서 참 기쁘다. 이쯤되면 모두의 예술가 시리즈가 궁금해져서 검색해 보니, 앞으로도 다른 화가들의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올 예정인가보다. 기대가 된다.



다만, 2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책의 도입부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어요.

빈센트의 동생 테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활달한 성격이었지요.'

너무 급작스러운 전개이다. 원본책에서 이렇게 쓰여져 있더라도, 도입은 어린이 독자를 위해 조금은 더 설명을 넣었으면 한다. 나머지 부분은 자연스러운 전개인데, 첫 페이지는 읽어줄 때마다 자꾸 걸려서 아이들에게 자꾸 부연설명을 하게 만든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페이지에 삽입된 반 고흐 그림 아래 작품 제목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맨 뒷장에 간단한 작품 설명이 나와 있지만, 궁금할 때마다 펼쳐보기는 참 번거롭다. (어른들이나 들춰보지, 아이들은 궁금해도 그냥 지나가기 마련이다.) 다음 인쇄본에서는 제목과 연도 정도는 작게 주석으로 달면 좋겠다.


이 두 가지가 보완된다면 더욱 재미있게 모두의 예술가 시리즈를 읽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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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서 상을 받았습니다 - 별별 시상식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68
마틴 젠킨스 지음, 토르 프리먼 그림, 김지연 옮김 / 꿈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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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컨셉이 아이들을 끌어당기는 책이다. 6살, 8살 아들이 한동안 며칠에 걸쳐 이 책을 읽어달라고 졸랐다.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말들도 있어 최대한 풀어서 읽어주기는 했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자기들끼리 다음 동물을 골라대며 꽤나 재미있게 듣는다.

한참을 읽어주다가 물었다. "얘들아, 방금 한 말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

"아니요. 어려워요. 그런데 대충 알 수는 있어요."

어려운 단어가 많은데도 그냥 듣고 싶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흔한 동물도감과는 달리, '이유가 있어서 상을 받았다는 주제'로 각 동물들에게 상을 하나씩 준다.

스컹크에게는 고약한 냄새 상을, 침팬지에게는 훌륭한 손재주 상을 이런 식이다. 한 동물당 다루고 있는 사실들이 꽤 많아서 쓱 훑어보고 그림에 대한 설명 위주로 대강 읽어주었는데, 엄마 또한 읽어주다가 새로 알게 되는 지식이 대부분이다. 또한 동물 설명에 대한 삽화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내용 이해를 돕는다.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은 책이지만, 2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 제안해 본다.

첫째, 번역이다. 56쪽 치타를 예로 들겠다. 전체적으로 책에 장문과 번역책 특유의 수동적인 표현이 많다.

'치타의 달리기 실력은 지구력이 뛰어나진 않아서 장거리를 내내 빠르게 달리지는 못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인 속도를 내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 '치타는 지구력이 약해서 장거리를 빠르게 달리지는 못하나, 짧은 시간 폭발적인 속도를 내는 데 뛰어납니다.'

** 주어(주어는 달리기 실력이 아니라, 치타가 되야 '달린다'는 서술어와 호응한다)와 서술어가 연결되지 않고, 어린이책에 어려운 말이 많고 장문이다

'다른 야생 고양잇과의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치타는 몰래 숨어 있다가 조심스럽게 따라가서 갑자기 덤벼드는 사냥 기술을 씁니다.'

->'치타는 다른 야생 고양잇과의 동물들처럼 몰래 숨어 있다가~'

** 주어가 맨 앞에 있어야 이해하기 쉽다.

둘째, 실제 동물 사진의 부재다.

치타, 침팬지, 송골매 등 아이들이 잘 아는 동물들도 있지만 그 외에도 '마운드빌딩 흰개미, 아홀로틀'같은 동물은 처음 들어봐서 실제 동물 사진이 조그맣게라도 있으면 책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 건의 사항에 대해서는 외국 책을 번역한 관계로 판권에 문제가 있겠지만, 참고하시라고 남겨본다.

내용은 두루두루 참 좋았지만, 서평에 언급한 치타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 편에서도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많았다. 사실 그대로 번역하느라 그랬겠지만, '어린이책'인 만큼 문장이 쉽고 간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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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소녀 파랑 소년 푸른숲 그림책 6
패트리샤 피티 지음, 양병헌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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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만 둘인 엄마다.

 그런데 두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 둘째는 딸이냐는 질문을 더러 받기도 한다.

 앞 눈을 찌를듯한 단발에 위아래로 핑크를 입고 양말까지 분홍색이 들어간 것으로 골라 신어 완벽한 핑크룩을 완성한 덕분이다.


 핑크 덕후 수준인 아들에게 핑크 옷 사입히기는 참 어렵다. 핑크 옷 대부분이 여자 아이를 겨냥한 것이라 레이스와 어깨뽕은 기본으로 장착했으며 레깅스가 아닌 분홍색 바지는 정말 희귀'템'이기 떄문이다. 


 솔직히 걱정도 되었다. 시크릿쥬쥬, 겨울왕국 새겨진 물품만 사려고 하고, 양말과 팬티는 여아용을 고르는 이 아이 정말 괜찮은 걸까?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을 나까지 요구하지는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다가도, 문득 사회의 잣대로 아이의 욕구를 재단하고픈 욕망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이 그림책은 참 따끔하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했다. 심각한 내용도 아니고 큰 사건도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보면 볼수록 울림이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작가가 아닌, 저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도 '분홍 소녀 파랑 소년'이라니! 


 작가가 앞표지를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제목은 분홍소녀 파랑 소년인데, 분홍소녀의 글씨는 파랑이고 파랑소년의 글씨는 분홍이다. 게다가 통상적으로 남자가 앞에 오기 마련인데, 의도적으로 여자를 먼저 앞에 두었다.


처음 이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을 때는 밋밋하게 느꼈지만, 너무 심각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잔잔하게, 이대로 성별에 색깔을 그대로 의미 부해도 되는가? 라는 작은 질문 하나를 마음속에 품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셈일테니까.


 핑크 덕후 둘째와 참 재밌게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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