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소녀 파랑 소년 푸른숲 그림책 6
패트리샤 피티 지음, 양병헌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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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만 둘인 엄마다.

 그런데 두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 둘째는 딸이냐는 질문을 더러 받기도 한다.

 앞 눈을 찌를듯한 단발에 위아래로 핑크를 입고 양말까지 분홍색이 들어간 것으로 골라 신어 완벽한 핑크룩을 완성한 덕분이다.


 핑크 덕후 수준인 아들에게 핑크 옷 사입히기는 참 어렵다. 핑크 옷 대부분이 여자 아이를 겨냥한 것이라 레이스와 어깨뽕은 기본으로 장착했으며 레깅스가 아닌 분홍색 바지는 정말 희귀'템'이기 떄문이다. 


 솔직히 걱정도 되었다. 시크릿쥬쥬, 겨울왕국 새겨진 물품만 사려고 하고, 양말과 팬티는 여아용을 고르는 이 아이 정말 괜찮은 걸까?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을 나까지 요구하지는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다가도, 문득 사회의 잣대로 아이의 욕구를 재단하고픈 욕망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이 그림책은 참 따끔하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했다. 심각한 내용도 아니고 큰 사건도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보면 볼수록 울림이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작가가 아닌, 저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도 '분홍 소녀 파랑 소년'이라니! 


 작가가 앞표지를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제목은 분홍소녀 파랑 소년인데, 분홍소녀의 글씨는 파랑이고 파랑소년의 글씨는 분홍이다. 게다가 통상적으로 남자가 앞에 오기 마련인데, 의도적으로 여자를 먼저 앞에 두었다.


처음 이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을 때는 밋밋하게 느꼈지만, 너무 심각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잔잔하게, 이대로 성별에 색깔을 그대로 의미 부해도 되는가? 라는 작은 질문 하나를 마음속에 품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셈일테니까.


 핑크 덕후 둘째와 참 재밌게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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