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시간 2008-2013
이명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예전의 왕과는 다르지만 현대의 대통령도 분명 천운을 타고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명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권력을 위해서 누군가는 부를 위해서 또 누군가는 소신껏 자신의 국민들을 이끌기 위해서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크건 작건 한 나라의 대통령은 그 나라를 대표하고 국민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가 분명하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는 말은 난세를 극복한 명장이라면 분명 영웅일 것이라는 뜻외에도 난세를 헤치고 이끌어줄 영웅을 기다리는 간절함 같은 것이 더한 것은 아닐까.

대통령복이 지지리도 없다면 없는 우리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의미는 남다르다.

전후 극심한 가난을 이기고 경제국가로 도약해준 대통령역시 독재라는 오명을 쓰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한 도시를 지옥으로 만든 대통령이 있었는가 하면 임기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대통령도 있었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처한 상황만큼이나 극적인 대통령을 맞아야 했던 우리민족은 불행했을까, 행복했을까.  문득 지금 논란이 되고있는 이 책을 집어들면서 여러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다.

누군가는 자기자랑으로 끝난 책이라고 비난했고 비밀유지서약을 깨고 쓰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썼다고도 했다.



가난한 어린시절을 거쳐 대기업의 회장과 서울시장을 지냈던 이명박 전대통령에게 나는 표를 찍었던 사람이다.

오랜동안 군부출신의 대통령이 휘둘렀던 권력이 싫었고 글로벌시대에 걸맞는 CEO같은 대통령의 이미지가 좋았던 것같다.

그가 대통령으로 있는 기간동안 소고기파동으로 연일 촛불시위가 있었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었던 시기에도 나는 그에 대한 믿음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사실 능력있고 의욕충만한 누구라도 일단 대통령직에 오르면 생각만큼 나라를 통치한다는 것이 쉬울 수가 없을 것이다.

이제 좀 먹고 살만해진 나라가 되긴 했지만 언제 어디서 경제파동이 터질지, 핵으로 위협하는 북한을 어떻게 대처할지 특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수명 몇 년쯤을 내놓고 덤벼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며 대통령 후보에 나선 인물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곤 했었기 때문이다.

글쎄 나같은 보통이하의 사람의 머리로 돈도 많고 이제는 누리기만 해도 살만한데 뭐하러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권력이 주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매력이 분명 있는 모양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러했듯 임기후 칭찬보다는 욕이 더 무성한 그 자리에 왜들 서로 가려고 하는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 모든 나라가 그러하듯 누군가는 통치자가 되어 나라살림을 맡아서 해야한다. 운이 좋은 국민이라면 덕이 많고 능력있는 지도자를 만나 큰 고생없이 삶을 누릴 수 있겠지만 과연 이런 리더를 만난 나라가 얼마나 될까.



보통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전직 대통령들은 자서전을 준비한다고 한다.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면서 한 나라의 리더로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숙제같은 느낌이 아닐까...하지만 대체로 누구의 자서전으 봐도 사실 자신의 잘못보다는 공을 위주로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렇게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살면서 왜 인류는 몸무게를 재는 저울만 개발이 되었을까. 한 인간의 인생을 스캔하는 스캐너가 있다면 너무도 분명하게 재단이 끝날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쟁으로 얼룩진 조선시대의 왕조실록에도 비교적 진솔한 평가들이 남아있었듯이 현대의 대통령들에게도 사관이 필요한건 아닐까...하는 아쉬움이 몰려온다.

'내가 편하자고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 국가를 그 길로 인도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나의 신념과 나를 뽑아줜 국민의 뜻에도 반하는 일이었다.'

운동권출신 학생이라는 이유로 취직도 어려웠던 청년 이명박은 명장 정주영의 발탁으로 해외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아무리봐도 적자로 끝날 사업임을 판단하고 어렵게 정주영에게 직언을 하고 폭동이 일어났을 때 다 모두 도망가버린 사무실에서 금고를 끌어안고 버텼다는 일화하나만으로도 그가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 판단할 수 있다.

자신이 믿는 정의라면 누구보다 앞장서 바로잡을 기개와 고집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대통령이 되어 자신이 편하자고 잘못된 길로 인도할리는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신념들이 먼 훗날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할 일이었다면..과연 당시의 판단이 정의로웠다고 말할수 있을까.

이 문제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 대통령도 한 인간이기 때문에 섣불리 대답하기 어렵다.



이명박정부시절에 대북정책은 그전과 그전전 대통령의 정책에 비하면 한마디로 얼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점에서도 나는 그의 정책을 지지했었다. 사실 댓가를 지불하고 얻어낸 정책들은 반드시 부작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구는 열어두었어야 했다는 의견에도 강하게 반발하긴 힘들다. 그만큼 북한의 문제는 정답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일이다. 햇빛정책이든 얼음정책이든 분명 환영하는 의견뒤에는 반대의견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재난을 당한 동포들에게 온정으로 보낸 물품까지 군수품이나 지도층의 물자로 쓰여졌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통일은 언젠가 도둑처럼 올 것이다'라는 의견과 통일의 댓가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한다는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



재임초기 그의 발목을 잡았던 소고기파동을 보면서 그는 이 문제가 사실 전임대통령때 마무리짓지 못했던 미국과의 FTA문제를 매듭짓기 위해서 거쳐야했던 수순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슬그머니 공을 다음 사람에게 넘겼다는 말인데

그런점에서는 그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혹시라도 본인은 다음 대통령에게 공을 넘긴 문제는 없는지 묻고싶다.

임기내에 이루고자 했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넘어간 일들도 있을 것이며 특히 그가 강하게 주장했던 4대강 사업역시 현정부에서도 고민인 것은 사실이다. 어제 보도에서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재조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분명 이명박전대통령은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서 강을 정비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민족적인 사업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 사업이 시행되면서 흔히 말하는 끼리끼리 다 해먹었는지 수중보가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 문제가 있다면 다듬고 고쳐야 한다. 그가 전임 정부에게 물려받아 고심했던 세종시문제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글귀이다.

'우리끼리 싸우면 우리가 상처를 입고,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가 피해를 입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기전 아무 전제도 없이 예단도 없이 스스로 판단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판매가처분청구까지 받았다는 이 책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서전에 자신의 '과'를 쓰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나는 그가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렇게 극복했다..라는 글보다 자신의 '과'에 대해서도 솔직히 썼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하지만 임기내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빼고는 자신의 업적을 나열하는 식의 글에서 다소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실제로 임기후 그의 측근의 비리가 드러나 법의 심판을 받았음에도 그런 점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결국 모든 것은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 지금 이 책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박근혜대통령은 임기 3년차에 접어들었다. 이 책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고 그런 점에서 자서전이 너무 일찍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다만 이런 전직 대통령들의 족적들이 현재의 대통령과 미래의 대통령들에게 본보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모든 일에는 분명 잘하는 일이든 못하는 일이든 본받을만한 의미가 있기때문이다.

얼마전 보았던 연극 '염쟁이 유씨'에서 나온 대사가 떠오른다.

'그 사람의 성품은 설거지 할때 나오는 법이여...' 흔히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한다는 말도 있다.

떠나는 뒷모습에 모두 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그런 멋진 대통령을 기대해본다.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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