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 도피자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9월
평점 :
예약주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승에 미련을 두고 떠나지 못하는 영혼들이 있다고 믿는다. '귀신'이라고 부르는 존재들.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 존재를 알아보고 저승으로 끌고 가려는 저승사자로부터 잠시 따돌리는 재주가 있는 현수리! 그녀가 영혼을 잠시 대피해주는 공간 '소도' 바로 처마가 그런 곳이다.


미술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수리가 어렵사리 취직한 곳도 무척 수상하다.

인테리어업체이니 소품을 만드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 쓰는 소품이 아니다.

만들라고 하니 만들기는 한다만 팀장도, 그 곳을 드나드는 존재들도 수상하기만 하다.


그런 수리에게 '신산'이라고 불리는 저승차사가 찾아온다. 귀한 영혼이 사라졌으며 그 사건뒤에 수리가 있다고 믿는 차사였다. 아직 귀신이 되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귀신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갑작스런 죽음으로 미처 이루지 못한 소원들이 있으면 저승에 들어가지 않고 떠돈다고도 한다. 그런 귀신들을 잠시 이승에 머무르게 해주고 가끔은 소원을 이루어주기도 하는 수리.

소품을 만드는 일보다는 무당이 어울리지 않으려나.


과거에는 집안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사람이 죽는다. 지금이야 길거리에서 죽기도 하고 대개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다. 집안에서 죽은 망자가 아니라면 모두 객사라고 하는데 시대가 변해서 이 정도는 저승에서도

'객사'라고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아무리 저승이라도 대세를 따라야지.

귀신을 빼돌리는 일에 능숙한 수리는 무서울법도 한 저승사자에게 영혼을 줄줄 흘리고 다니지 않느냐고 비꼬기도 하고 어디에 빼돌렸는지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귀신이나 저승사자와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배짱이 있는 수리이지만 그녀에게는 절친을 잃은 가슴아픈 과거가 있다. 박유원! 그녀는 절친인 수리를 두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었다.

그 뒤 수리의 능력은 더욱 세졌고 귀신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신산이 찾아다니는 귀한 영혼은 바로 세 살짜리 어린 영혼이다.

고작 세 살이라니 죄를 저지를 시간조차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귀하다고 했나.

불교에서는 이승에서의 업을 다 소멸하고 떠나면 윤회의 사슬을 끊고 다시 환생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극락영생'을 할 수 있는 영혼은 많지 않다.

수리는 신산의 부탁으로 쇼핑센터안에 있는 어린 영혼을 하늘로 돌려보내기 위한 협업을 시작한다.

유독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사람과 귀신의 소통을 돕는 영매들이 많다.

땅의 기운이 남다른 모양이다. 혹시 알겠는가 지금 내 곁에도 귀신이 있을런지.

더위가 살짝 가시긴 했지만 낮에는 제법 뜨겁다. 귀신이 등장하고 저승사자도 나오는 소설이지만 무섭기는 커녕 살짝 감동적이다. 이승을 떠도는 귀신을 잠시 머무르게 해주는 수리같은 존재가 분명 어디엔가 있다고 믿는다. 수리야 천국은 따놓은 당상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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