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떠나면
크리스털 하나 김 지음, 허선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도 세계 어디에선가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나와는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죽고 집을 잃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물론 내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실감은 나지 않지만 무슨 전쟁이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쉽게 모른 척하기 힘들지 않은가.


계산해보시는 않았지만 반도 끝에 자리잡은 토끼모양의 우리땅은 전세계 땅의 얼마큼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나마 절반으로 쪼개지지 않았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지...만약 한국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5천만이라는 남한의 인구가 배는 되지 않았으려나. 전쟁은 일제 강점기로 흠집 투성이었던 땅마저도 파헤쳤고 반으로 갈랐다.


저자인 크리스털 하나 김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을 경험한 외할머니의 얘기로부터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아마 외할머니가 직접 이 글을 썼다며 좀 더 비참하고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생생하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 현장에 있었던 피난민의 후손, 손녀가 전하는 피난살이는 처절함보다는 낭만같은게 느껴질 정도였다. 열 여섯살인 해미는 전쟁이 반발하자 어머니와 아픈 남동생 현기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왔다. 판자집보다 못한 허름한 곳에 정착한 사람들보다 그나마 형편이 나아 친척이 두고 간 낡은 초가집을 차지할 수 있었다.


먹을 것은 당연히 부족하고 폐병을 앓는 동생은 치료를 꿈꿀수도 없다.

조금쯤은 몽환적인 사고를 하는 어머니는 자존감이 남다른 사람이다. 현기를 돌보면서도 밤만 되면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경환을 만나 훔친 돈으로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서로의 어려움을 나눈다. 사춘기 소녀와 소년에게는 어쩌면 첫사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환의 사촌형인 지수는 아버지로부터 돈을 꽤 많이 받아서 가난한 해미에게 먹을 것을 갖다주고 청혼을 하려고 한다. 살아 돌아오지 못할 전쟁터에서 돌아올 희망을 갖기위해 가족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결국 해미는 지수와 결혼을 한다. 지수는 전쟁이 끝나갈 무렵 뜻하지 않은 사고로 팔을 잃는다.

하지만 살아 돌아왔다. 해미를 사랑하기 보다는 '자신이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수는 강한 집착으로 해미와의 사이에 딸을 연이어 낳게 된다.

경환은 여전히 해미를 잊지 못한다. 잘생긴 경환을 스쳐간 여자는 한 둘 이 아니었다.

결혼을 해보려고 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이미 사촌형인 지수의 아내가 된 해미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경환은 늘 해미를 기다렸다. 언젠가 딸들을 데리고 자신에게 올거라고.

하지만 해미는 오지 않았다. 결국 경환은 그녀를 떠난다.

만남도, 사랑도, 결혼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왜 하필 가난한 땅에 전쟁이 벌어지는 시대에 태어났던 것일까.

다른 나라,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경환과 해미, 지수의 삶은 달라질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시린 사랑이야기면서 한민족이 겪어야 했던 비극의 시간을 살아내야 했던 젊은이들의 아픔들이 잘 그려졌다. 운명에 순응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결국은 길었던 고단함을 스스로 끊어내야 했던 한 여인의 시간들이 애닯다.

이 소설을 읽는내내 내가 그 속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보다는 무대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해미도 자신이 삶의 무대에 선 배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조금쯤은 멀리 떨어져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것 같은 여유로움이랄까...절박함보다는 그런 감정들이 더 많이 다가온 시간이었다. 이제 이 무대에 등장했던 많은 인물들은 모두 떠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 그들의 시간을 기억해준다면..머물다 간 그 시간들이 소중해지지 않을까.

해미, 경환 그 곳에서는 너희의 사랑과 갈망이 꽃이 피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