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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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생에서 인연이 되려면 전생의 수천번의 만남이 있어야 한다.

옷깃만 스친 인연 5천 겁, 평생을 함께 할 인연은 억겁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재이에게 소인은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소인에게 내려진 천형같은 병은 둘의 인연을 더 강하게 연결해주지만 아슬아슬하게 끊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한다.


재이는 자신이 받을 유산의 몫을 소인을 위해 아낌없이 포기했다. 가난한 그녀의 빚을 갚아주고 생계를 돕기 위해 형이 운영하는 식품 가명점도 열어준다. 소인의 병에 좋다는 모든 것들을 해준다.

함께 여행도 하고 몸에 좋다는 것들을 구해 먹인다. 왠지 소인의 몸이 조금씩 차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소인과 여행을 하면서 맘에 들어오는 시를 서로 읊어주고 절에 찾아가 간절하게 기원도 한다.

그림을 그리는 소인은 유독 반 고흐를 좋아한다. 그녀를 위해 네덜란드까지 날아가 반 고흐의 그림도 보게 해준다. 재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구하려고 한다.


너무나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살아생전 단 한점의 그림만을 팔았던 반 고흐의 삶을 따라가며 소인은 가슴이 저려 눈물을 흘린다.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그는 불후의 명작이라고 남기지 않았는가.

간절한 창작의 열정에 비해 자신의 작품이 초라함을 느끼고 절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소인을 재이는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고 위로해준다.


자신을 위해 더할 수 없는 헌신과 희생을 하는 재이를 보며 소인은 더 살고 싶다고 갈망한다.

그와 평생을 같이하고 그의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점차 다가오는 어둠의 그림자를 느끼며 혹시 홀로 남을 재이가 자신을 놓지 못하고 홀로 살게 될까봐 걱정스럽다.

반 고흐의 그림에 등장하는 검은 까마귀떼가 자신을 하늘나라에 있는 아빠곁으로 데려가는 상상을 하며 괴로워한다.


부처가 그녀를 치유하는 듯한 꿈을 꾸고 완치판정을 받은 소인을 보며 재이는 이제 고난은 끝났다고 환호한다. 하지만 둘의 운명은 환한 빛이 아닌 암울한 회색빛 같은 느낌은 왜일까.

인간의 수명은 의학의 발달로 100세를 넘어섰다. 환경파괴로 무수한 병들이 생겨나지만 완치의 기적을 경험하기도 한다. 재이의 간절한 바람과 노력이 둘을 행복한 미래로 이끌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초조하게 책을 넘겼다.

삶도, 만남도, 인연도, 죽음도 역시 운명이었던가 보다.

무엇보다 노장의 작가가 이런 순애보를 그려냈다는 것이, 등장하는 시와 노랫말들이 가슴에 고였다. 아, 이런 노래도 아셨구나.

대작을 썼던 작가가 이런 러브스토리를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자들은 행복했다.

소인의 투병속에 작가가 겪었다는 투병의 경험이 겹쳐져 더 가슴이 애렸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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