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피 -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장편소설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지음, 최혜정 옮김 / 슬로우리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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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강남에 가면 병원들만 들어가 있는 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다. 거리에는 붕대로 얼굴을 감싼 외국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걷고 있나 카페나 식당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여자들은 대개 얼굴이 비슷하다. 톡 나온 이마 날렵해진 턱선, 성형수술의 결과이다.


우리보다 의학적으로 더 발달했다는 나라에가도 이렇게 많은 병원들을 보기가 어렵다.

아마 전세계에서도 의사수가 가장 많지 않을까. 대학입시성적이 높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과가 의과이고 일단 의사가 되면 미래는 보장된다는 사고가 만연해있다.

맞는 소리이지만 요즘에 맞지 않기도 하다. 병원 수가 너무 많고 파산하는 의사도 있단다.


지호는 강남의 유명 의료법인 병원의 피부과 의사이다. 비록 SKY대는 아니지만 의대진학에 성공했고 의대생이라면 피터지게 경쟁한다는 성형외과, 피부과 의사가 되었다.

레이저 시술을 하고 보톡스 주사를 놓고 박피를 한다. 요즘 의사라는 직업도 마케팅에 능해야 살아남는다. 사실 지호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연애를 할 시간도 별로 없지만 자신도 없다. 하지만 사랑을 나누고 싶은 신체적 열정은 넘친다.


그래서 선택한 게 성미였다. 완벽한 몸매에 지적인 사고, 그리고 끊임없이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는 상대였다. 없던 욕정도 성미를 보고 만지면 다시 끓어올랐다.

완벽했다. 바쁜 지호를 기다리면서도 짜증을 부리지 않았고 늘 다정했으며 잠자리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지호는 진료가 끝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성미와 사랑을 나누고 싶어서다.


하지만 성미의 진짜 정체를 알게되면 나를 비롯한 독자들은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한민국의 모습들은 너무 리얼하고 직선적이어서 민망함이 몰려온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한국에서 외교관인 남편과 함께 5년을 살았다.

그런 그녀가 우리나라의 진짜 모습을 이렇게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속살까지 봤다는게 부끄러웠다. 지호와 성미의 사랑, 지호를 사랑했던 사랑의 죽음같은 스토리짜임도 훌륭했지만 무속신앙과 유교문화에 대한 이해까지 웬만한 한국인보다 깊숙한 세심한 시선이 놀라울 정도이다.

지금은 희미해진 펜데믹 시기에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던 모습들이 다시 떠올랐다.

불과 얼마전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잊혀지고 있었는데...그저 '박피'라는 제목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운 주제를 잘 다룬 놀라운 소설이었다. 누구나 매끈한 피부를 갖고 싶을 것이다.

삶도 그렇고. 인위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허망한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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