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떠나는 사람 - 태원준 여행 산문집
태원준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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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래전에는 '역마살'이 있다고 하면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떠돌다가 죽는다는 뜻으로 좋지 않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구촌 시대은 현대에서는 이처럼 좋은 팔자가 또 있을까 싶다. 

 월요일 아침 겨우 일어나 만원버스나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지 않아도 어찌되었든 먹고 살고 있으니 팔자중에서도 상팔자라고 생각한다.


나름 유명한 TV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하고 강연도 하고 지금처럼 책도 내고 있으니 직장인들보다 더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입품도 팔고 글품도 파는 사람이다.

그래도 부럽다. 조금 전 몇 달만에 겨우 취업을 하고 희망을 갖고 출근을 하던 딸내미가 이달까지만 근무하기로 했다는 비보를 들은 직후라 더 그랬다.


처음 여행을 시작하던 무렵에는 지금처럼 검색이 용이하지 않아서 일일히 지도를 보고 계획서를 짰다고 한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게 해결되는 시간에 이르렀으니 그의 여행은 좀더 편리해졌을 것이고 섬세해졌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몇 년전 읽었던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보다

여유롭고 활기가 팍팍 느껴졌다. 나이가 들었어도 오히려 체력은 좋아진 모양이다.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https://blog.naver.com/hjmjkklll/20192978933

그래도 기록에 대한 열망은 여전한 모양이고. 그걸 어떻게 다 보관하고 있는지, 혹시 모를 지구 멸망에 대비해 복제한 외장 하드 세 개를 꽁꽁 싸맨 뒤 각기 다른 안전한 장소에 분산해놓았다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때론 여행자가 '극한직업'이란 생각도 든다. 시장에서 파는 벌집의 원조를 찾아가는 촬영에서 너무 오지랖이 넓었다. 가뜩이나 자신의 집을 탈취당한 벌들이 얼마나 화풀이를 하고 싶었겠나.

결국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강연을 가야했던 사연을 보니 웃기만 할 수가 없었다. 촬영에 진심이었고 프로는 프로였네.


잊혀질만 하면 터지는 비극적 뉴스는 바로 '무차별 총기난사'이다. 자신을 왕따시켜서, 혹은 신념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는 범죄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그런 장면을 전하는 영상에서 기적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총을 들고 교실로 들어가는 학생을 본 교사가 가만히 그에게 다가가 그냥 안아주었다. 순간 악마였던 소년은 교사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고 총을 내려놓았다. 그게 바로 허그의 힘이 아니던가.

여행중에도 비슷한 감동이 있었던 모양이다. 고성방가로 민폐를 끼치던 여행자를 가만히 안아주었다는 할아버지. 어떤 감동적인 영화보다 더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집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카메라가 몇 대 있다. 한창 디카가 유행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화질도 좋은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저자가 들고 다니는 카메라에 찍힌 영상은 남달랐다. 그냥 풍경이 아닌 그 무엇들이 담겨있었다. 확실히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를 아는 전문가답다. 감사하게 이 사진들로 해서 내가 닿지 못했던 곳, 시간들과 만날 수 있었다.

잘 읽고 잘 보고, 잠시 시름을 잊고 웃었다. 그리고 쓰기의 달인인 저자처럼 나도 글을 남긴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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