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웅의 어머니 옥자는 여든 다섯에 치매가 왔다. 가끔 정신이 돌아올 때도 있지만 옥자를 돌볼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 아들도, 며느리도..
성현이 할머니를 집으로 데려와 돌봤지만 옥자는 손자가 잠든 어느 날밤 아파트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떠났다.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산 사람은 오래 붙잡지 못한다'.
맞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도 다시 살아간다. 잊혀져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니까 사는 거다.
상현은 엄마의 마지막 편지를 보고 울었다.
'살아, 그냥 살아'.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목숨이 붙어있는 것이 산다는 걸까.
홀로 남은 상현의 삶은 살아있는 것보다 죽음에 가까웠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자전적 고백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위적으로 꾸민 스토리가 아닌 절절하게 겪어낸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가버린 사람도 그렇게 가기는 싫었을 것이다. 남은 사람도 그렇게 홀로 남겨질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슬프다는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감정이 밀려왔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살다보면 '다행이었다' 싶은 순간이 올거라고 등을 두드려 주고 싶었다. 홀로 남은 아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