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비록 몸은 땀에 젖어있고 폭염에 지쳤있지만 이 책은 꼭 안아주고 싶어졌다.
어쩌면 이렇게 무거운 나를 가볍게 해주다니...기특하기 짝이 없는 책이었다.
해마다 여름이 길어지고 지독해졌다. 짧은 봄이 지나가면 미리 두려움이 몰려온다.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우려나. 도대체 인간들은 지구에 무슨 짓을 한건가.
가뜩이나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 나는 장보러 마트에 가는 일도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도 부엌에 서는 일이 힘들었다. 그래도 뭔가 요리를 해서 가족을 먹이고 나도 먹어야하는데..
냉장고 앞에 가만히 서서 오늘 저녁 만큼은 무겁게 차리지 않겠다고 작은 선택을 하는 일.
바로 지금 내가 저녁을 차리기 위해 냉장고를 가야 하는 이 시간, 이 대목이 나를 붙든다.
많은 것을 잘 해내려 하지 말고 내가 얼마나 데워져 있는지 먼저 알아차리라니.. 코끝이 시큰해온다.
인연이라는게 몇 만겁의 윤회를 통해 맺어졌다고 믿는 나는 쉽게 인연을 끊지 못했던 것 같다.
'관계에는 서로에게 맞는 온도가 있다'는 말은 이 나이에 이르고 보니 깊은 공감이 느껴진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쉽게 끊어내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던 인연들.
계속 나를 졸아들게 만들면 불을 잠시 줄여야 한다. 맞다.
너무 오래 두면 타버리는 게 음식만은 아니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뭘 잘 버리지 못해서 집안은 늘 어수선하다. 그럼에도 조금만 비우면 다시 채우고 싶어지는 이상한 초조함이 있다. 막연한 욕망일까. 가난한 유년의 기억때문일까.
사실 얼만큼을 채워야 욕망이 사라지는지를 알지 못한다. 없어도 불편하지 않을 물건들이 너무 많음에도 쉽게 덜어내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이제는 좀 쉬어도 좋지 않을까...싶은 나이에 이르렀음에도 나는 늘 뭔가에 쫓기듯 쉬지 못한다.
그런 태생인지도 모른다. 잘 쉰다는 것은 나를 덜 추궁하는 일이라는 말이 훅 가슴을 친다.
아, 내가 나를 너무 몰아부치고 있었구나.
오늘 하루, 이 책을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가벼운 무게만큼이나 마음이 가벼워진다. '조이연'이란 이름을 오래 오래 가슴에 새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