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인문학 - 모자를 보면 시대가 보인다
고호성 지음 / 주류성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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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자를 쓰면 썩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편이라 가진 모자가 많지 않다.

햇볕을 가려주는 챙만 있는 모자와 텃밭에서 일할 때 쓰는 헝겁으로 된 모자, 그리고 추운 겨울날에 쓰는 방한 모자 이 정도만 갖고 있다. 


현대에는 모자를 패션 소품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과거에는 모자가 퍽 중요한 존재였다고 한다.

오래된 유럽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모자는 거의 필수였던 것 같고 백의 민족이라고 말하는 우리민족도 과거에는 갓이 필수였을 정도로 격식을 나타내는 소중한 존재였던 것 같다.


모자를 유심하게 보지 않는 편이어서 남자들이 쓰는 모자는 거의 중절모가 아닌가 싶었는데 모자의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종류의 모자들을 보니 시대별로 유행하는 디자인이 다양했다.

내가 어려서 즐겨보던 서부영화에는 항상 카우보이 모자가 등장했다.

서부영화의 주무대가 사막이나 열대지방이어서일까? 유난히 챙이 큰 모자가 기억에 남아있다.


모자에 관심이 없었으니 브랜드명은 아예 모르는데 스텟슨이란 브랜드는 모자가 유행하던 시절 엄청난 부를 일구었고 직원복지에도 상당히 기여했던 기업이라고 해서 기억해두려고 한다.

모자를 팔아서 대학까지 설립을 했다니 정말 대단한 모자 브랜드가 아닌가 말이다.


모자를 주제로 한 인문학이 가능하려나 싶은 의구심은 책을 읽어갈 수록 사라지고 화학과 출신이면서 후일 모자사업에 뛰어든 저자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박식함에 놀라게 된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박완서 작가의 '여덟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까지 떠올리다니...분명 읽은 작품인데 전혀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긴 모자 사업을 하시는 분이니 '모자'자만 봐도 입력이 가능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이 작품에서 모자의 의미는 어떠한 것인지를 풀이하는 장면에서 문학적 깊이까지 느껴졌다.


체 게베라가 쿠바혁명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임은 알지만 그가 아르헨티나 출신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굳이 남미의 다른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체 게바라하면 그의 강렬한 눈빛과 함께 베레모가 떠오른다. 당시 그 모자가 유행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항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이미지의 모자로 선택된 베레모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이렇게 살아남을 것인지 몰랐을 것이다.

빵 만드는 사람은 거리에서 빵집만 보이고 모자를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 얼굴보다 모자가 더 눈에 들어올 것이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사람이 썼다는 모자가 난 기억에 없다.

그 모자가 저자의 회사에서 만들어 수출한 모자였단다. 판매권이 미국에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살 수 없는 모자라는데 이 책의 저자는 성공한 모자 브랜드를 창업한 주인공이었다.

한 가지에 열정을 바친 사람의 지독한 사랑이 이 책을 탄생시켰다.

때로는 햇빛을, 추위를 막아주는 모자를 넘어서 시대별 모자에 담긴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누군가 정성스레 만든 모자가 자신을 빛내는 존재로 거듭나기를...

정체를 숨기고 죄를 감추려는 공범으로 쓰여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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