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웬수 저래두 웬수
김영희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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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왜 없어. 안하면 되지.

지금같은 생각으로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혼에 대해 손익계산서를 쓴다면 나는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생 자체의 계산서를 봐도 그닥 이익을 많이 남긴 편은 못되는 저렴한 삶인지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 때는 결혼은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알았다.

돈은 없지만-뒤에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착해보이는 남자를 만나 결혼이란걸 하고 나라도 벌어서 살면 되지 하고 허세를 부린 것 까지는 좋았는데-정말 돈만 못 버는게 아니고 집을 두 번이나 말아먹는 대참사를 벌이는 대책없는 인간이란걸 나중에 알았다-

그야말로 전생에 무슨 악연이었는지 현생에서는 진짜 '웬수'였던 것이다.


돈 사고는 이후 우리 가족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후 정신없이 가장으로 살아왔다.

아직까지 일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 하는 일 없이 살아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평균수명 83.5세이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수명이 66세라니 나는 딱 거기에 도착했다.

늘 평균은 하는 편이었으니 15년 정도는 살 가능성이 있다고 하고 저자의 조언대로 날로 계산해보니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었다. 그나마 사고가 없다면 그 숫자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 사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도 몇 가지 약을 먹고 있고 더 먹을 가능서이 많다. 나중에 하지 했다가 못하고 있는 세계여행도 어쩐지 물 건너간 것 같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먹고 싶은 음식도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결국 못하고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래도 할 건 하고 가야 하는데...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했다고 할 수는 없어 이래도 웬수, 저래도 웬수같은 말은 달고 살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어갈 수록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이 큰 힘이라는걸 깨달았다.

병원에 같이 가주고 약도 챙겨주고 혹시 아침에 못깨어나면 제일 먼저 알아채줄 사람이 있다는거.


남해의 섬과 서울을 오가며 살다보니 각방을 쓰는 정도가 아니라 각자의 섬에서 살아가는 형세이다.

그래서 엄청 편하다. 잠자는데 걸거치는 것도 없고 가끔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전화로 다정하게 안부를 묻기도 한다. 졸혼도 아니건만 각자의 위치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이런 방식도 좋은 것 같다.

우리는 오랜 세월 함께 살았으니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저자의 시도대로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를 적어보라고 하면 아주 오래전 들었던 것을 적거나 아예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누군가는 삼식이어서 힘들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나마 살아있어줘고 고맙다고도 한다.

소중한 것은 잃어봐야 더 가치가 느껴진다. 그러니 있을 때, 서로 잘하고 살자.

늙고보니 힘은 없지만 자식보다 나은 것이 반쪽이더라. 없는 힘이라도 짜내서 같이 노를 저어보자.

혼자보다 둘이 낫지 않겠는가. 지금 딱 내 나이에 이른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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