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883년 태어난 프란츠 카프카는 부유한 유대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너무 엄격하고 비논리적인 아버지의 냉정함과 압력으로 가뜩이나 마르고 창백하고 말수가 적었던 카프카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성장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학과를 선택했고 학위까지 받았지만 글을 쓸 수 없는 환경인 보험회사를 사직하고 오후2시에 퇴근할 수 있는 보험공단에서 14년간 근무했다.

성실한 직원으로 평가받았지만 그를 행복하게 한 것은 글을 쓰는 일이었다.


카프카의 작품 '변신'은 기괴하다. 점차 벌레가 되어가는 그레고리. 카프카 자신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써낸 작품들을 결핵으로 죽어가던 어느 날 친구인 막스 브로트에게 일기, 편지를 포함하여 다 태워달라고 부탁한다. 브로트는 이 유언을 따르지 않았고 결국 세상밖으로 카프카의 명작들이 출간되었다. 왜 작품을 없애달라고 했을까. 자신의 비루하게 살다간 흔적이라고 생각해서 없애려고 했을까. 아예 이 세상에 왔다간 흔적조차 지우고 싶었을까.


어린 카프카가 자다 일어나서 물을 달라는 말이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 아들을 베란다밖에 밤새 세워두는 아버지라니...카프카는 평생 그 기억을 잊지 못했고 깊은 상처로 남게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기괴하면서도 어둡다. 그래서 어린시절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밝은 환경에서 사랑받고 자랐다면 아마도 카프카는 이런 작품보다는 더 밝은 글들을 썼을지도 모른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매독으로 인해 불안한 어린시절을 보내야했던 에곤 실레역시 피해자였다. 매독에 걸린 상태로 임신을 한 어머니 몸에서 태어난 동생들은 얼마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의 부끄러운 삶을 지켜보고 죽어가는 여동생들을 아프게 보냈던 에곤 실레 역시 아름다운 풍경을 그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여인의 몸, 그것도, 나신, 특히 자신의 몸을 많이 그렸던 에곤 실레는 거울이 가장 두려우면서도 친밀하지 않았을까. 당시에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누드화로 인해 외설작가로 낙인찍히기도 했지만 결국은 인정을 받아 꽃길만 걸을 줄 알았는데 당시 유행했던 스페인독감으로 임신한 아내와 자신까지 숨지고 만다.


폭군과도 같은 아버지, 매독에 걸려 정신착란을 겪는 아버지...

내가 요즘 푹빠진 범죄 다큐같은걸 보면 살인자, 특히 연쇄살인자들의 특징이 바로 이런 아버지때문이었다는게 밝혀진다. 술주정, 폭력, 성추행...도대체 왜 자기 자식에게 이런 불행을 안겨주고 괴물을 만드는 것일까.


카프카와 실레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고 비슷한 트라우마를 겪었다.

평생 만난 적은 없었지만 묘하게 닮은 삶을 살았다. 그래서 제목에 '만나지 않은 쌍둥이'를 붙인 것 같다.

그리고 뒤에 실린 그들의 작품들, 일기며 편지같은 것들에서 그들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변신'을 다시 읽어볼 기회가 있어서 감사했다. 더구나 읽지 못했던 작품까지.

에곤 실레의 그림들도 만나볼 수 있다. 과연 이게 외설작품이라고 보이는지 판단해보자.

단단한 표지만큼이나 든든하고 묵직한 작품들이 실려있어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고독한 삶을 살았지만 명작을 남긴 두 남자! 지금쯤은 서로 만나 친하게 지내고 있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