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메아리처럼
앤절라 미영 허 지음, 임슬애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처럼 드라마같은 시간을 겪어낸 민족이 또 있을까.

반도의 조그만 땅에는 수많은 외적들이 쳐들어왔었지만 기적같이 이 땅을 지킨 민족이다.

하지만 할퀴고 간 상처를 깊었고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겪은 땅은 폐허가 되었다.

누구도 이 땅이 지금의 번영을 이렇게 빨리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도.


그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가난이 남겨졌다. 아마 그 때쯤부터였을 것이다.

버려진 아이들이 이국으로 팔려나가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낳기는 했지만 먹일 수가 없었던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먹이고 키워줄 새로운 부모를 찾도록 비행기에 아이들을 실었다. 가장 많이 건너간 땅이 북유럽의 땅들이라고 하던가.


소설이라기 보다는 자전적 고백서가 아닐까 싶은 이 책의 주인공 엘사는 한국전쟁후 미군부대에서 일을 하던 소년, 즉 아버지의 미국 이민으로 태어난 아이다. 엄마는 결혼을 위해 아버지가 불러들인 한국인이었고 세 아이들 낳았다. 오빠인 크리스와 막내인 엘사 사이에 딸이 하나 더 있었다는데 사산이었는지 태어나 죽었는지 암튼 세상에는 없는 존재이다.


엄마는 한국에서 대학까지 나왔다는데 엘사에게 한국전래동화를 실제처럼 얘기해주는게 취미이자 특기였다. 그 얘기는 태어나지 않았지만 모국인 한국을 가장 많이 알게 해준다.

아버지는 정비센터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지만 아내를 때렸다. 사랑없는 결혼이었다.

닿지 못했던 땅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를 엄마만큼 많이 아는 사람이 또 있으려나.

하지만 그랬던 엄마는 사고를 당했고 결국 숨을 거두게 된다.


엘사는 문신처럼 새겨진 동화속 핍박받는 여주인공들의 설화가 싫어서 였을까. 가장 이성적인 직업으로 보이는 물리학자가 되어 남극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엄마가 낳았다는 아이 하나가 입양되었을지도 모르는 스웨덴으로 향한다.

과연 그 곳에 엘사가 궁금해왔고 알고 싶었던 답이 있을까.


미국 이민2세라고 믿기 힘들정도로 한국의 고전 전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저자의 설화와 현실, 그리고 존재감을 찾아가는 여정이 짧지 않다.

미국, 남극, 스웨덴의 섬에 이르기까지의 긴 시간속에는 한국이 겪어내야 했던 특히 여자들이 겪어내야 했던 아픔이 새겨져있다. 분명 시민권까지 가지고 있지만 인종차별을 겪어야 했던 이민자들의 고단함과 입양인으로서 받아들여야 했던 인내와 적응의 스토리까지 많은 것들을

담은 대서사의 소설이다. 한국에 대해 잘 몰랐던 영문화권 독자들에게 많은 것들을 전한 기회가 되었으리라. 어디에 있던 피의 존재감은 어쩔 수 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