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속에 니코틴이라는 화학적 성분이 들어 있다면, 파리의 공기 속에는
‘파리진Parisine‘이라는 특수한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파리의 장소들 정수복,
문학과 지성사에 따르면, 이 ‘파리진‘은 니코틴처럼 중독성은 있지만 유독성은 없는 물질이라고 한다. 파리진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해주는 마법을 지니고 있는 환상적 물질이다. 파리는 ‘이곳을 그리고 싶다‘, ‘이곳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창작욕을 불붙게 만드는 공간, 예술가들에게 그 자체로 살아있는뮤즈가 되어주는 공간이다.
《춘희)의 아르망과 마르그리트는 이 독특한 ‘파리진‘이 중매한 커플이지만,
그 파리적인 어떤 것‘이 파괴해버린 커플이기도 하다. 그들은 ‘파리가 아닌곳‘으로만 도망치면,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 정작 스스로가 ‘파리적인 어떤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이 세상 어딜 가도 파리에 있었던 것이다. ‘파리진‘의 매없었다면, 두 사람은 평생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운명을 거스르려 그들리를 떠나 시골로 도망쳤지만, 그들의 몸속 깊숙이 밴 중독성 강한 그리리진을 떨쳐낼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