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중심 주제는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쿤데라는 이 복합적인 주제를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을 구분하는 파르메니데 와 영원 회귀의 유토피아를 생각해 낸 니체로부터 이끌어 낸다. 삶의 회귀와 반복의 가능성은 책임의 엄청난 부담을 인간 존재에게 짐 지울 것이 다. 이와는 반대로 삶의 비반복성은 아찔한 가벼움을 인간 존재에게 부여한다. 우리의 이성은 회귀(다른 사람이 되어 이 세상으로 오는)가 가능하다고생각하지 않는다. 지구에서 펼쳐지는 우리 삶은 일회적이며 최종적이다.
우리 삶은 반복 가능성을 배제하고, 그렇기 때문에 실수를 만회할 가능성역시 없는 것이다. 자연의 존재와 인간 현존 간의 근본적인 차이 - 현대현상 철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다. - 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해는 뜨고 진다. 계절은 때에 따라 바뀐다. 바닷가에서는 한 치도 어김없이 밀물과 썰물이 들고 난다. 유일하게 인간만이 자신의 인생길을단 한 차례만 밟고 지나간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이 잘못했던 것을 회수할 수도, 수정할 수도 없다. 자연과 달리 인간은 영장의 선물, 즉 의식, 사고로 무장되어 있다. 인간은 자기 실존의 유한성을 어찌할 수 없다. 그의 ‘자의식‘은 자신의 유한성의 의식인 동시에 죽음의 불가피성의 의식이다.
자아는 자신의 현존을, 그러나 동시에 탄생과 죽음으로 경계 지어진 자기행로의 비극적 제약성 또한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