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이 되기 전에는 나도 이상이며 꿈들을 품고 있었고 그 꿈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도 했습니다. 제2의 케루악(Jack Kerouac, 미국의 소설가 겸 시인, 미국전역을 떠돌아다닌 잭 케루악은 3주일 만에 『길 위에서(On theRoad)』를 썼지만 시대를 너무 앞선 내용으로 출판되기까지 6년이 걸렸다. 옮긴이)이 되고 싶어서 각성제에 취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녀 보았지만 그럴싸한 문장은 한 줄도쓰지 못했어요. 제2의 부코우스키(Charles Bukowski, 미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 중의 한 사람. 그는 글을 쓰면서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면서 글을 썼다 옮긴이)가 되어보려고 술에 절어본 결과,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었죠. 그쯤에서 나는 작가가 될 인물이 아니었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림에 도전해 보았어요.
거의 재난 수준이었죠. 붓을 쓰지 않고 물감을 뿌리는 드리핑 기법조차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쉽지 않더군요. 배우를 해 보려고 했지만, 그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노숙을 하게 되었지요. 길에서 잠을 자는 경험을 해 보았다는 것에는 만족하고 있답니다.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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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서 이제 막 피려는 나이니 못생겨도 한창 예뻐 보일 때지. 여자의 전성기는 스물에서 서른이라느니 서른 중반은 돼야 제대로 농익었다고 한다지만, 나처럼 나이 든 노인은 저히려 사이가 나빴던 할망구하고는 그래도 같은 여자라고 뭔가 이야기도 하지만 내게는 아예 말도 걸어 주질 않아. 아들놈도 아들놈이지, 가게에 얼굴을 내밀면 노골적으로 거북한 표정을 짓는다네. 그래서 이 별채에서 하루 종일, 후후훗, 이렇게 고양이나 저 계집을정도로 젊은 쪽이 좋아. 저쪽도 자네처럼 젊은 남자보다 내 쪽이 좋다고 생각할 걸세.

남자는 이상한 동물이라서 젊었을 때는 묘하게 연상에 끌리기도하는데, 여자도 그건 매한가지. 남자건 여자건 나이를 먹으면 상대방은 되도록 젊은 쪽이 바람직하지. 요컨대 기운이 남아돌 때는 상대방에게 나누어 주고, 부족해지면 상대방에게 나눠 받는 모양이라할 수 있네.

한창때가 지난 여자에게 남자가 눈길도 주지 않듯이 여자도 나같은 노인네에게는 차가워진다네. 우리 며느리가 좋은 예지. 예전에는 뭔가 선물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시아버지에게 드리라고 하던사랑스러운 며느리였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지만 시어머니와는사이가 좋지 않아서 나도 음으로 양으로 뭐든 감싸 줬지. 그런데 어떤가. 그 며느리가 서른을 넘어서부터 갑자기 쌀쌀맞아진 걸세. 오무릎에 앉혀 놓고 세월을 보내는 걸세.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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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를 만나게 해 달라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만, 그건 그다지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안내서 표지에 실린 오이란은 그 기루에서가장 잘나가는 유녀이기 때문에 단골손님만으로 이미 예약이 꽉 차있어서 좀처럼 만나기조차 힘들답니다. 설사 만났다고 해도 쉽게단골이 될 수도 없고, 대충 상대해 주기 때문에 씁쓸한 기분만 들뿐이죠. 그보다는 저희가 오랫동안 인연이 될 수 있는 상대를 골라서 소개해 드리는 편이 결국 손님에게 좋답니다.
아, 그야 돈을 내고 사는데 취향에 맞는 유녀를 원하는 것은 손님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죠. 그렇기는 하지만 역시 남녀 사이에는 궁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자는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죠. 성격도다양해서 까다로운 성격이 있는가 하면 누긋한 성격의 유녀도 있고, 손님들 역시 활달한 유녀가 재미있다는 분도 있는가 하면 자상한 성격의 유녀에게 위로받고 싶다는 분도 계십니다. 이런 일을 오랫동안 하다 보면, 조금만 이야기를 해 봐도 이 손님에게는 어떤 유녀가 좋을지 감이 딱 오죠. 호호호,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없어요.
이건 비밀입니다만, 사실 손님처럼 말끔하고 남자다운 분이야 상관없지만 아무리 봐도 여자에게 호감을 얻기는 힘든 분이 오시면저희도 유녀를 찾는 데 조금 고생을 한답니다. 네? 어떤 손님을 싫어하냐고요? 흠, 오이란이 거들떠보지 않는 손님은 대체로 무사들이죠. 아니요, 풍류를 즐길 줄 아는 하타모토 나 루스이 같은 상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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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생일선물들을 하나로 합쳐놓은 것처럼 보일 게 분명하니까.
안으로 들어가니 벽장보다 조금 클까 말까 한 작은 현관홀이 나온다. 어찌나 비좁은지 중개인이 뒤따라 들어오자 편하게 서 있기도 힘들어 안을 살펴보겠느냐는 질문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냥 들어간다.
이번에는 내가 와우, 하고 감탄할 차례다. 실내는 한마디로 장관이다. 작은 정원과 높은 돌담 쪽으로 난 커다란 창문들로 빛이 쏟아져들어온다. 넓지 않아도 공간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벽과 바닥은 모두 똑같이 옅은 빛깔의 석재로 시공되어 있다. 벽과 바닥이맞닿는 부분이 오목하게 파여 있어서, 마치 벽이 둥둥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텅 비어 있다. 물론 가구가 없지는 않다. 실내의 한쪽에는 석조 테이블과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보이는몹시 근사한 식탁 의자 몇 개, 짙은 크림색 천으로 마감한 길고 낮은 소파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 밖에 눈길을 끌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는 황당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문도, 선반도, 사진도,
창틀도, 눈에 띄는 전기 콘센트도, 조명도, 심지어 전기 스위치조차 없다. 그런데도 방치되었다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 느낌이 들지않으면서 동시에 어수선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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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트레이시 힉맨의 소설(그가 좋아하는 인물은 물론 레이스틀린이었다)을 흠모해 마지않았고, 1980년대에 들어선 뒤에는 종말론그의 사랑과 두려움, 열망, 욕망, 그리고 욕정의 중력질량은 하루하루 녀석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그는 그런 애착을 불꽃튀는 포스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여자도 감지하지 못했기에 그것언제나 도서관 구석에 처박혀서 톨킨과 나중에는 마거릿 바이에 점점 더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가 접하지 않은 묵시록적 영화나 책, 게임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윈드햄이나 크리스토퍼의 작품과 감마 월드 게임을 제일 좋아했다.) 이만하면 상상이 가지 않는가. 그의 이런 꼴통스러움이 십대 시절에 일말의 연애 가능성조차앗아갔음은 물론이다. 오스카가 DM 스크린‘에 얼굴을 묻고 교실뒷자리에 앉아서 사춘기가 지나가는 걸 속절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 때, 다른 아이들은 첫사랑과 첫 데이트, 첫 키스의 두려움과 기쁨을 체험하고 있었다. 사춘기에 왕따가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개떡 같은 일이다. 태양이 백 년 만에 얼굴을 드러낸 그 순간에 금성에서 옷장에 갇혀 있는 기분이랄까. 내가 아는 다른 꼴통 녀석들처럼 오스카가 여자한테 무관심했다면 모르지만 그는 쉽게, 그리고깊게 사랑에 빠지는 열정적인 남자였다. 그가 짝사랑하는 여자는여기저기 많기도 많았다. 곱슬머리에 덩치가 큰 여자애, 오스카 같은 찌질이한테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 여자애에 대한 꿈을 오스카는 결코 버리지 못했다. 그의 애착은, 즉 외모나 나이, 애인이 있는지 없는지에 관계없이 부근에서 눈에 띄는 모든 여자에게 향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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