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닿았다 불처럼 뜨거웠으며 혜성의 궤도처럼, 불규칙한 당신의 심장박동이 나의 머리카락을 핥았다 저 어디쯤 소혹성으로 간다 했다 이름도 없는, 피뢰침이 전달하는 위험이라는식상함 (식상하다 라는 말이 언제부터 이렇게 식상해졌는지)냄새를 맡는다 배설해 놓은 나의, 당신의 사랑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손가락 사이에서, 당신이, 내가 빠져나갔다 이 후각같은, 변기 속 콧구멍 같은 사랑이여 (스너프 필름의 주인공인나는 렌즈 너머의 당신을 느낀다) 당연한 결과가 가끔은 세상을 미치게 하고 연애를 닮은 당신의 미소가 밤새 살인작법을만들게도 한다 오후, 소혹성행 비행기가 추락했던 사건, (정말식상하다 하지만)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나의 장미꽃은없는가, 순망치한(脣亡齒寒 -당신은 입술이고 나는 이빨이다) 세상 속 당신을 닮은 얼굴들이 바람을 타고 맴돌며 웃는다 아니웃는 듯 흐느낀다 케세라세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진들은 과거의 유물들이며, 일어났던 일들의 흔적들이다. 만약 살아 있는 사람들이 그 과거를 자신들의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만약 그 과거가 사람들이 자신들 스스로의 이력을 만들어 나가는과정에서 절대 필요한 부분이 된다면, 그 다음 모든 사진들은 포착된 순간으로서 존재하는 대신에 살아 있는 맥락을 다시 가질수 있게 되며, 계속해서 시간 속에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사진술이 아직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성취되지 않은, 인간의 기억에대한 예언이 되리라는 것은 아주 가능한 일이다. 그러한 기억은과거에 대한 이미지가 아무리 비극적인 것이건, 아무리 떳떳치 못한 것이건 그것을 그 자체의 연속성 속에 포함하게 된다. 사진의사적인 이용 방식과 공적인 이용 방식 사이의 구별은 초월되게될 것이다. 인간 가족은 존재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원은 어쩔 수 없이 실망시키는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물원의 공적인 존재 목적은 관람객들에게 동물을 구경하는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원에 처음 들어선 사람이그곳에서 동물다운 동물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란 어디에도 없다. 고작해야 깜박이며 스치듯 외면해 버리는 동물들의 시선을 만날 수 있을 뿐이다. 그것들은 곁눈질로 쳐다본다. 그것들은맹목적으로 먼 허공을 바라본다. 그것들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 어떤 것도 그것들의 주의에서 더 이상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들은 뭔가와 만나는 것에 면역이 되어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마지막 기쁨은
사(詩)의 액셀러레이터 밟고 또 밟아
시계(視界) 좁아질 만큼 내리 밟아
한 무리 환한 참단풍에 눈이 열려
벨트 맨 채 한계령 절벽 너머로다이빙.
몸과 허공 0밀리 간격 만남.
아 내 눈!

속에서 타는 단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싸락눈 내리는 늦겨울 저녁꽃도 병(病)도 없어기계적으로 물 주며 잊고 살던 소심(心)과최근 들어서는 늘 곁에 놓아두고 두리번 찾던 시간을(내 안경 어디 있지?)다시 만나리.
한번 만나고 나면 세상의 온갖 선(線)들이 시들해지는부석사 무량수전 가벼이 살짝 쳐든 처마의 선을받침기둥 하나와 수인사하고서로 자리 슬쩍 바꿔두 팔로 받치고 서 있으리.
싸락눈 맞으며.
다음엔 마음놓고 금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