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집 한 권을 챙겨 온 것이
그에 대한 앎의 전부였다.


˝비겁은 비겁한 자들의 통행증이고
고상함은 고상한 자들의 묘비이다˝로 시작하는
그의 시 <대답>군데군데에 밑줄이 그어져 있는
그의 시집 <한밤의 가수>에서
˝꿈이 거짓임을 나는 믿지 않는다.
죽으면 보답이 없다는 걸 나는 믿지 않는다˝에
또다시 밑줄을 긋는 내가 그를 맞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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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라고 교수가 묻자 나는 남한산성의 벽돌 하나가 무럭무럭 자라난게지 라고 속으로 답했다. 학생들 표정을 살펴보니다들 자신 없는 눈치, 누구나 그렇듯 내가 태어나서처음 지은 표정은 울상이었다. 동네 친구들은 내가울상을 지을 때마다 웃었다. 내 울상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우리는 옆 동네 아이들과 자주 패싸움을 벌였으나 매번 패하였다. 옆 동네 골목대장은 벽돌 공장 공장장 아들, 벽돌 조각들이 우리 쪽으로 되새 떼처럼 날아왔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물론, 내가 대표로 울었다. 아일랜드 가수 시네이드 오코너는 자기네 민족이 오직 감자만 먹도록 허락받았다고 탄식조로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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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가 시려 보니 시소 위에 앉아 있는 밤이야. 반팔 티셔츠에 팬티 바람으로 시소 위에 앉아 있는 밤이야.
정글짐도 있고 그네도 있고 철봉도 있고 미끄럼틀도 있는데 시소 위에 앉아 있는 밤이야. 건너편에 누가 없으니세월아 네월아 시소 위에 앉아 있는 밤이야. 건너편에 누가 정말 없는 걸까 노려보다 시소 위에 앉아 있는 밤이야. 누가 불러 나왔나 내가 홀려 나왔지 혼자니까 시소위에 앉아 있는 밤이야. 발에 묻은 모래 털기 귀찮으니까모래 속에 발을 더 파묻어가며 시소 위에 앉아 있는 밤이야. 어느 밤 그랬으니까 다신 그런 밤 없기를 하였는데또 까먹고 시소 위에 앉아 있는 밤이야. 시소 위에 비가앉으면 치사해서 안 나가던 밤이야. 시소 위에 눈이 앉으면 더러워서 안 나가던 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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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다가 마침 문밖에 서 있게 되었지,
공책을 펴 들고서,
그렇게 난 매일 아침을 시작해.
그때 굴뚝새가 쥐똥나무에서 노래하기 시작했어.
굴뚝새는 열정에 흠뻑 젖어 있었고,
그 이유는 나도 몰라. 그렇지만 안 될 것도 없지.
난 당신이 무엇을 믿건 무엇을 믿지 않건당신을 설득할 생각은 없어. 그건 당신 일이니까.
하지만 난 굴뚝새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지,
이게 기도가 아니면 무엇일 수 있을까?
그래서 펜을 들고, 잠자코 그 노래를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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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산책을 했지요.
되도록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요.
당신, 그리고 당신 아닌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난해의 친구들, 그중 제일 조용한 친구에 대해.
내일의 미망으로 쫓겨난희미한 빛과 가녀린 쥐에 대해,
지워지지 않는 지상의 얼룩 위로나는 한껏 허리를 구부리고 걸어갔지요.
SINA중간에 아는 시인을 봤지만 모른 체했어요.
시인끼리는 서로 모른 체하는 게 좋은 일이랍니다.
시인은 항상 좀도둑처럼 긴장하고 있지요.
느릿느릿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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