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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 - 몸과 마음, 물건과 사람, 자신과 마주하는 법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2월
평점 :

어쩌다보니 50살이네요, 히로세 유코 저(글담)
20대에서 30대로 갈 때 단지 한살 나이가 더 먹는 것 뿐이었는데, 무척 불안해하고 걱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이 달라질 것만 같았었는데, 막상 30대가 되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애키우며 직장 다니느라 바삐 살다가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갔고, 벌써 4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가끔씩 내 나이를 상기하게 될 때 마다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내가 40대, 그것도 중반이라니! 마음은 아직도 30대이지만, 몸은 40대가 맞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지 못하고, 온몸이 뻣뻣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40대까지 달려왔지만, 50대는 좀 다르게 맞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쩌다보니 50살이네요>를 읽게 되었네요. 백세 시대이니 50대가 되어 봤자 이제 반편생 산 것이겠지만,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왔던 그동안의 삶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 히로세 유코의 모습을 보면 평화롭고, 자유롭고, 그저 감사하며 하루하루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빨리 한 사람에게는 50대면 아이는 다 키워놓았고,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물론 저는 50대가 되어도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있어 더 힘들게 보낼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저자는 언제는 가고 싶으면 떠나기 위해 잘 보이는 곳에 여행가방을 놓아두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정말 사고 싶었던 디자인의 가방으로요. 매일 사용하는 것은 매일 사용하니까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듯이, 가끔 사용하는 것은 가끔씩만 사용하니까 더욱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것을 고르고 싶었다고 합니다(본문 72쪽). 사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는 내 물건을 고르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나름 괜찮은 품질에 가격대비 저렴한 것을 골랐습니다. 50대가 되었을 때에는 나를 위해 좋은 것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구역예배 모임이 있어 50대 혹은 60대 권사님들 댁에 가보면 집이 정말 깔끔합니다. 우리집은 아이 장난감과 책, 아이가 만들어온 다양한 만들기 작품까지 정리안된 수많은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는데, 어른들의 집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깔끔합니다. 필요없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고, 앞으로의 일을 준비하고 계시니까 그렇겠지요.
히로세 유코처럼 저도 오랫동안 사용한 물건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있나 봅니다. 승용차도 10년이 훨씬 넘도록 같은 차를 타고 있고, 옷은 기본적으로 10년이상 된 것들이 수두룩합니다. 오래 사용해서 나에게 친숙한 것들이라 늘 손이 갑니다.
저자는 10대 후반부터 홍차를 마셨다고 합니다. 홍차를 마시면서 나를 리셋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합니다. 저도 커피나 차를 좋아합니다. 나를 위해 수고스럽게 원두를 그라인딩하고, 핸드드립커피를 만들거나 스팀밀크를 내고 에소프레소를 추출하여 카페라떼를 만들기도 하고, 1초에 한방울 씩 떨어지는 더치커피를 3시간 넘게 걸려 만들기도 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 놓고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시간을 참 좋아하는데, 저자의 말처럼 아마도 나를 리셋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어쩌다보니 50살이네요>를 읽고 나니 50대는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면서 무리하지 않도록 살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