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좌파 2 - 왜 정치는 불평등을 악화시킬까? 강남 좌파 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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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좌파2, 강준만 저, 인물과사상사

오래간만에 카페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존경하는 강준만 교수님의 신간이라 너무나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20대때, 인물과 사상이 처음 발간되었을 때 밑줄 그어 가며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강준만 교수님은 인물 비평과 냉철한 비평을 하는 분으로 유명합니다.수많은 자료 수집을 통해 철저한 분석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인물과 사상> 전 33권, <미국사 산책> 전 17권, <한국 근대사 산책> 전 23권, <한국 현대사 산책> 전 10권은 책꽂이에 꽂아만 두어도 든든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저를 본 지인인 저보고 강남 좌파냐고 묻더군요. 돈이 없어 개털이니 강남에서 부터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좌파, 우파 굳이 나눈다면 나는 어떤 성향인가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단편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최근 조국 장관 사태를 시작으로 강남좌파들 뿐만 아니라 고위계층의 특혜가 수면위로 떠 올랐습니다. 논문에 기여도가 전혀 없는 중, 고등학생이 올라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그들끼리 서로 스펙을 쌓아주는 일들은 일반인들이 몰랐을 뿐이지 공공연한 일이었습니다. 미국의 권위있는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게 된 후배가 깜짝 놀랐다고 한 것은, 학생들에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고, 우리가 배운 것들을 사회에 환원할 것인가를 가르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책임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정치 참여에서부터 정치자금에 이르기까지 부자 유권자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서 서민들을 위한 경제정책을 만드는게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 386세대 진보적 정치인들이 민중을 생각하는 것처럼 전투적인 말을 많이 하지만 민중들과 접촉할 기회보다는 자신의 계급적 기반과 동질적인 동료 압력이나 교류로 인해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것이라 착각하고, 개혁적 정책을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한다는 부분에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에서 가장 중요한 입법으로 내세웠던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은 따지고 보면 민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부동산 문제에 대해 호전적인 말을 쏟아 내었지만 부동산 정책을 실패였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통계적 수치로도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는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더욱 벌어졌다고 합니다. 현정권에서도 검찰개혁에 정권의 면운을 걸고 있지만, 민생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집권 세력의 책임 윤리는 반대의 결과를 낳았고, 이명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공정거래를 책임진다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10여명을 대기업에 재취업시켜주고 있으며, 고시 비고시 출신을 나누어 억대 연봉 지침까지 기업에 정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민들 또한 정치적 사건에는 자기 일보다 더 쉽게 분노하면서도 그것 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야할 민생 사건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는 말에 절대 공감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정책이 아름다운 결과로 이어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 정책들이 시행될 때 생겨날 수 있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나 부작용에 대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하는데 현정부는 당위성만 있었지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고, 결과적으로는 갈등만 키우는 꼴이 되어버렸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한국정치가 늘 중하층의 민생을 외면해왔던 가장 큰 이유는 진보 정권, 강남 좌파의 탓이 아니라 개혁 의제 설정에 있어서 정치인들의 당파성과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이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진보파는 수구꼴통을 제압하기는 커녕 잘못된 의제 설정, 도적적 우월감으로 독선과 오만으로 스스로 무너져 버리게 된다면, 또다시 수구꼴통의 전성시대를 만들어주는 전철을 범하게 될 것이라는 말에 등골이 오싹해 졌습니다. 사회적 책임에 투자를 많이 했던 기업들이 나중에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것은 도덕적 면허 효과(moral licensing)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과거 선행이나 도적적 행동으로 인해 도덕성에 대한 자기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이러한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가 자기 정당화의 방편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 정부를 지지하고 있지만, 강남좌파를 읽다보니 현정부가 자칫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선악 이분법이 아니라 개별 사안을 더 정확하고 공정하게 파악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권에 대해서 얼마나 보듬어주고 눈감아주고 있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도덕적 우월감 때문에 죽 쒀서 개주는 식의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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