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철학
양현길 지음 / 초록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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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철학, 양현길 지음, 초록북스

우리는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때론 다이나믹하고 심장이 쫄릴 만큼 엄청난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분명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허무한 생각이 들고 삶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양현길 님은 삶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10년 넘게 심리,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있는 분이다.

저자는 현대사회는 재미있는 것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재미의 시대'가 아니고, 반복적인 자극으로 무감각함과 비참함이 이어지고 불안감과 불쾌함을 느끼게 되는 '무의미와 무기력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공허함과 무기력함은 인생의 방향을 재설정하고,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내가 진정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라며, 인생의 의미를 고민해온 역사 속의 위인이자 철학자들인 알베르 카뮈, 윌리엄 제임스, 아르투어 쇼펜하우서, 임마누엘 칸트, 루트비히 브트겐슈타인,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각자의 시대에서 삶의 무의미를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한 통찰력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인간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잃어버렸을 때 나타나는 삶이 공허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무기력함이 깊어지는 것을 '실존적 공허'라고 한다고 한다. 나는 약 50년을 살면서, 사는 게 허무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진 경험이 딱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2009년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되고 제본된 박사논문을 들고 심사를 해 주신 교수님들을 찾아 뵈었을 때였다. 코스 워크를 하는 동안에 임신을 해서 불룩한 배로 졸음을 참아가며 수업을 듣고 실험을 하던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신 부심 교수님의 위로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두 번째는 2015년 워킹맘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매일 야근을 하던 시절, 암에 걸렸을 때였다. 너무너무 억울해서 한 달 내내 밤마다 울었던 것 같다. 실컷 울고, 수술을 받았고, 10년동안 재발되지 않도록 건강관리 하며 지내고 있다. 세 번째는 2024년 아빠 소천 후 8개월 후에 교통사고로 엄마가 갑자기 소천하신 사건이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 나와 통화를 했고, 내일 우리집에 오신다며 신나하셨고, 바로 코앞에 있는 동생 집에 저녁식사를 하러 가시던 길에 아파트 단지내에서 뺑소니 교통사로를 당하셨다. 범인은 지목되었고, 국과수 부검과 수사 진행 중이다. 내 인생의 버팀목이었고, 신앙의 선배이고, 세상 그 누구보다 내 편으로 나를 이해해 주시던 두 분이 갑자기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리도 가볍고 허무한 것일까? 이 책에 표현처럼 내 인생에 구멍이 난 듯이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중세 유럽인들은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모두 신에게 달려 있다고 굳게 믿었다. 부유한 귀족들은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헌신을 표현하기 위해 예루살렘, 로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등의 성지순례 길에 올랐다. 내가 부자가 된 것도 신의 은총이고, 전쟁, 기아를 비롯한 대재앙이 벌어졌을 때에는 신이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상황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이러한 신앙으로 인해 사람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현대사회는 서로를 평가하고, 견제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생겨도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 이렇게 개인주의, 능력주의가 팽배해지면 내 책임이고, 내 잘못이라 여기게 되면 극복하고 이겨내기가 힘들다. 우리 인간이 할 일은 어떤 일이 벌어져도 신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감사하면 그만이다. 죽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죽음이 삶의 끝이라고 생각하면 삶의 무의미함을 부축이는 도구가 될 수 밖에 없다. 최근에 읽었던 99세가 된 나이에도 활발히 자기 삶을 살고 있는 일본 의사분이 한 말이 떠 올랐다. 내가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내가 살아 있기 때문이니 이 또한 감사하단다.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을 존재이니, 오늘 하루를 후회없이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까뮈의 소설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소는 돈, 결혼, 승진, 심지어 자신이 사형을 당할지도 모르는 재판에서 조차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무관심하다. 저자는 누군가 나를 괴롭힌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나에 대한 우선순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나의 한마디 말이 그 사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그랬구나. 내 인생에서 없는 사람이라고 치부하기로 했는데, 그 사람은 나의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의 인생을 지배하기 때문에 계속 나를 괴롭히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고소하면서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나에게 더 집중하고 나의 인생에 집중하며 살아야 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바람대로, 수많은 철학자들이 던진 질문과 답을 읽으며 무의미하고 무기력해지려고 하는 나의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었고,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나는 막내딸을 마음 아프게 바라보던 부모님에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왔다. 내가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낀 이유는 더이상 내 모습을 보여줄 부모님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인들에게 돈이 삶의 목적이고, 우상이 되는 것처럼 어쩌면 나는 부모님의 기대가 우선순위였을지도모른다. 나를 상담하던 의사가 말했던 것처럼 내 인생에서 내가 없었던 것 같다. 윌리엄 제임스는 '삶의 의미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라고 했다. 저자는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맛 보는 것, 이모든 것들에 삶의 가치가 구석구석 숨어 있다고 했다. 나의 삶에 대한 믿음과 가치각 굳건해 져서, 중세 사람들처럼 나의 삶의 목적과 의미가 신에 대한 감사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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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공간들 - 소란하지만 행복했던, 다정한 그곳에 대한 단상
이주희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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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공간들, 이주희 지음, 청림출판


"인생의 서사는 자신이 머무른 곳에서 부터 시작된다. 소란하지만 행복했던 다정한 그곳에서의 단상들" 책 앞뒷면에 있는 이 카피문구가 딱 이 책을 잘 정의하고 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겨울은 뭔가 허전해지고 비워지는 그래서 더 허기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50을 맞이한 내 인생도 더이상 아등바등 소란스럽게 살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되었다. 가볍게 편하게 카페 읽을 만한 책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인생을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 보게 되었고 중간중간 자꾸 멈추며 생각하다 보니 며칠 동안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인 이주희님은 54년 동안 세상을 경험했고, 워킹맘으로 멋지게 살았고, 현재는 일하며 살아오며 느낀 소소한 깨달음을 글과 강연으로 전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던 <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주희님의 책이 나에게 더 감동적인 이유는 아마도 나와 비슷한 연배, 내 언니 또래의 나이였기에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시대를 공유하며 살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수많은 장면들과 공간들에서 나도 문득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 아빠,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내가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것들이 나의 노력이 아니라 선물이었음을 알게 되것이 40대였고, 50대가 되면서 여전히 불안하고, 흔들리고,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치며 살아 왔다. 목욕탕에서 세신사에게 몸을 맡길 때 힘을 빼야 세신사가 덜 힘들게 때를 밀 수 있는 것처럼, 내 인생에서 나는 너무 많은 힘을 주고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주변의 시선이나 부모님의 기대, 가족들을 위해 많은 부분을 참고, 희생하고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걸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조금 더 나에게 친절하고 관대하지 않았을까?


결혼식 봉투에 쓰는 축 화혼(의 '화'자가 자작나무 '화'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사전을 찾아보니 남자 결혼에는 축결혼을 쓰지만, 여자한테는 축화혼을 쓴다고 한다. 자작나무에 불이 붙듯이 부부의 인연이 더 깊어 지라는 의미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결혼생활이란 상대에 대한 마음을 활활 태워 자작나무처럼 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로 얼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서로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며, 우리는 너무 안맞다고 그려려니 하니 포기하는 경지에 이르기 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제 한 발짝 떨어져서 차갑게 얼리면 상대방을 조금더 객관적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러시아 속담에 '싸움터에 갈 때는 한 번,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을까?


나이가 들어가니, 고등학교 동기 단톡방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부고가 올라온다. 나도 사랑하는 부모님이 올해 2월과 10월 소천하셨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실감에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의사는 이런 나를 '적응장애'라고 했다. 언니는 나처럼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며 미안해했다. 이 세상에 왔으니 돌아가는게 당연한 이치인데, 내 부모님은 평생 나와 같이 있을 것만 같았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전화를 할 사람이 내 곁에 없다는 게 적응이 안되었다. 불과 한 시간 전에도 통화를 했던 엄마의 부고를 동생에게 들었을 때에는 '거짓말'이라는 말부터 나왔다. 인생이 이렇게 허무할 줄이야. 엄마는 평생 하나님의 일을 하며 살다가 천국가시기를 원했는데, 진짜 그렇게 소천하였다. 결혼하고 애를 키우고 일을 하면서 문득문득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힘들었겠구나, 나를 위해 참 많이 희생하고 배려하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주위 사람들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오죽하면 장례식이 끝난 후 친정집에서 언니와 둘이 자는데 언니의 코 코는 소리에 안정감을 느꼈을까? 가끔씩 맛있는 점심을 사주는 친구, 선배가 있고, '함밥'을 해 주는 가족이 있어 감사하다. 저자의 말처럼 상실의 슬픔이 나를 성숙하게 만들기를 바래본다.


소설가 채만식이 1939년에 잡지 <조광>에 기고한 글에는 커피를 '힝기레 밍기레한 게 맹물 쇰직한 맛'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처음 커피를 마실 때에만 해도 설탕이나 프림이 꼭 있어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설탕, 프림없은 원두 그대로를 좋아하게 되었다.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왔을 때, 톨 사이즈 카페라떼를 먹으며 양이 왜 이렇게 많냐며 남편과 나눠 먹곤 했었는데, 이제는 각자 그란데 사이즈를 마신다. 아이를 낳고 워킹맘으로 살면서 몸살감기가 올 때면 따뜻한 카페라때 한잔 마셔주면 거뜬해졌었다. 드롱기 반자동 머신을 사서 아침마다 커피를 만들어 먹는 재미에 빠지기도 하고, 핸드드립의 매력에 빠져 각양각색의 나라에서 재배된 원두와 가공방법, 로스팅 방식을 달리 할 때 달라지는 커피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남이 만들어준 커피가 제일 맛있다. 커피가 주는 위로가 참 좋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일고 있는 지금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을 위로하고 편안함을 주는 이 책과 함께여서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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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다 아름다웠더라
이종순 지음 / 프로방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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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다 아름다웠더라

이 책은 무려 세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던 이종순 님이 보이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며 쓴 책이다. 돌아보니 다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을 초월한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의 일부 상황이 나와 공통점이 있어 더 공감하며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나 역시 저자처럼 암을 경험했고, 아버자와의 관계가 누구보다 애틋한 셋째딸이다. 턱선이 발달한 얼굴, 굵은 손가락, 굵은 뼈, 성격까지 나는 아빠를 많이 닮았다. 내가 대학교 2학년이었던 1993년 아빠가 재생불량성빈혈에 걸려 30년을 매달 수혈 받았는데 내가 암에 걸리자 묘한 동질감을 느껴 서로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건강하게 잘 살자 다짐했었다.

올해 2월 설날 아침, 자녀와 손자손녀를 모아놓고 한 시간 넘게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식사도 평소보다 잘 하셨고, 컨디션도 좋았었는데 다음날 갑자기 급성폐렴이 왔고 막내손자가 올 때 까지 기다리셨다가 숨을 거두셨다. 받은 사랑이 많고 아빠가 평소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터라 아빠의 소천이 실감이 나지 않았고, 퇴근하며 운전하다가, 슬픈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올 때, 저녁 노을이 너무 예쁘게 물들었을 때, 하늘의 구름이 너무 예쁠 때 아빠 생각에 많이 울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싶었다. 아빠의 빈자리를 엄마와 함께 나누며 슬퍼했었는데, 불과 8개월 후에 엄마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소천하셨다. 내가 어떻게 이 상황을 견디어야 할 지 감당이 안된다.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많은 위로가 되었다. 누구나 사람들은 남모를 슬픔과 고통이 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원망할 겨를도 없이 슬픔이 찾아왔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미래의 나에게 자양분이 되고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깨닫을 날이 올거라고 위로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빛나는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저자의 말 한마디가 너무나 큰 위로가 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느낀 사소한 것들까지도 감사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인생은 숙제의 연속이라는 밀라논나 님의 말처럼 끊임없이 내 앞에 뭔가가 계속 나타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일 수도 있지만 그러면 또 너무 재미없는 인생이지 않을까? 새로운 일이 펼쳐지고 또 그것 때문에 힘들어 질지라도 뭐 어떤가? 저자가 결혼 후 시집살이가 힘들어 37kg 까지 살이 빠졌을 때 친구가 한 말이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가게 되어 있으니 긍정적인 마음으로 편하게 생각하라는 거 였단다. 나도 나를 챙겨가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 한 발짝 한 발짝 걸어 보려고 한다. 이 고통이 지난간 후에 저자의 나이만큼 되었을 때, 저자처럼 돌아보니 다 아름다웠더라고 말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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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먹었으면 즐길 때도 됐잖아 - 좋은 건 계속하고 싫은 건 그만두는 거침없고 유쾌한 노후를 위한 조언
와다 히데키 지음, 유미진 옮김 / 오아시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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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먹었으면 즐길 때도 됐잖아

사실 이 책은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이다. 평생 헌신하는 삶을 사셨던 우리네 어머니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던 우리 엄마는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살았고, 늘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이 먼저 였다. 심지어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식당에 모시고 가면 아빠가 좋아했던 거라며 눈시울을 적시곤 하셨다. 그런 보며 이제 엄마를 위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평균수명, 기대수명이 늘어났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인구 평균나이가 40대였지만, 60대 이상 인구가 30%를 넘어서는 고령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사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일본의 경우 개인 금율자산의 70%를 60대가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경제력과 건강이 뒷받침 되는 영시니어다.

전두엽은 40대 이후부터 퇴화하기 시작한다. 노화를 늦추려면 전두엽을 자극하는 일을 해야한다. 젊을 때는 돈을 벌기위해 일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누군가를 돕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에 가치를 두는 것이 좋다. 돈을 벌어야 가치있다고 생각하면 체력과 기력만 소진할 뿐이다.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노화를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추미나 자원봉사든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필요하다. 국가에서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하는 것도 결국은 의료비절감이나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들면 운전면허를 반납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실제 교통사고를 많이 내는 연령은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10대~20대라고 한다. 게다가 시골에 살거나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사는데 차가 없으면 외출이 힘들어 지고, 집에만 있게 된다고 오히려 좋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 아빠도 매달 경북대병원으로 수혈 받으러 가셔야 했는데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직접 운전해서 병원을 다니셨다. 인공고관절 수술로 거동이 불편하셨기에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가셔야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외출을 더 많이 했을텐데 집에만 계셔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돌아가신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나의 삶을 즐기며 사는 방법들에 대해 읽으면서, 대학로에 뮤지컬을 보러 갔던 기억이 떠 올랐다. 커튼콜 때 다 같이 일어나 박수치고 노래를 같이 부르고 있었는데, 내 옆에 앞으신 나보다 훨씬 나이드신 분이 신나게 춤을 추고 계셨다. 그 모습이 얼마나 멋있어 보였는지, 나도 저렇게 늙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은 치열하게 살았던 우리 부모님과 이모, 고모들을 위한 책이다. 이제 나도 곧 60대가 되기 때문에 내 삶을 돌아보고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영시니어들을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아침에 생각이 바뀌는 것이 아니니,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정책적으로도 많이 보완되고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는 언제가 다 늙는다. 유쾌하고 즐겁게 늙어가며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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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의 기술 - 90%는 모르는 변호사의 실전 테크닉
현창윤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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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의 기술: 90%는 모르는 변호사의 실전 테크닉

<고소의 기술>의 읽는다니까 지인이 이제 하다하다 별걸 다 읽는단다. 나도 내가 이런 책을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저자가 서문에 쓴 것처럼 고소는 누구나 할 수 있도,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아직 고소를 당한 적은 없지만, 누군가로부터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아 본 적도 있고, 또 다른 일로 누군가를 고소해야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워낙 흉흉하니...

이 책의 저자는 덕명 법률 사무소 대표 변호사 분들이다. 현창윤 변호사는 김영철의 파워FM에 출연한 분으로 들어 본 적이 있다. 변호사로서 중요하게생각하는문제는 상황의 정확한 판단과 전략적인 대응이라고 한다.

저자는 절차를 단순하게 소극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절차를 미리 예상해보고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큰 전략, 세부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호사들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실전 노하우를 알아야하는 법!

최근에 친구 변호사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내 이야기를 들으며 냉철한 질문을 하던 친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조목조목 알려주었다. 심지어 지금부터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변호사 배불리는 일이니 일단 우리가 급할 것은 없으니 1차 결과를 보고 대응하라는 조언도 해 주었다. 변호사로서의 오랜 경험으로 단계별 조언을 해 주었던 것이다.

바쁜 친구를 붙잡고 매번 물어볼 수 없으니, 기본적인 건 알아야겠다 싶었는데 이 방면으로는 너무나 무지한 나에게 이 책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설명하듯 차근차근 쓰여진 문장들은 마치 옆에 앉혀 놓고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소를 당하고 경찰 출석하는 단계에서도 당장 응하지 않고 최소한의 법률 상담을 받아보 후 출석해도 된다고 한다. 심지어 고소가 접수된 사실을 지금 알았으니 답변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고소장을 열람할 시간을 받고 싶다고 요청해도 된단다. 이 책에는 이런 세세한 것부터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하나라도 놓치며 안 될 정보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민사소송은 손해의 발생과 그 손해 금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그 입증의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피해액이 나온 구체적인 근거를 1원 단위까지 계산해서 청구해야 재판부에서 인정해 주는데, 만약 대충 청구해 놓고 아무런 입증을 하지 않으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문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이 부분은 대략적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해 보았는데 범죄사실을 증명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하게 된다. 아직 끝난게 아니다. 해당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면 바로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고, 수사 기록을 검토한 후 관할경찰서로 이송하여 보완수사 요구 처분을 할 수도 있다. 만약 여기서도 불기소 처분을 받게 된다며 항고를 할 수 있다. 항고를 했음에도 항고기각 결정을 받게 되면, 10일 이내에 법원을 통해 판단을 받는 재정신청을 지방검찰청검사장 또는 지청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일견의 과정에서 깨알같은 조언을 해 주고 있다. 공소시표가 남아 있다면 언제든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증거 소실 등의 문제로 불리할 수있으니 되도록 1개월 내에 하는 것이 좋으나, 너무 성급하게 하지 말고 불송치 이유를 정확히 검토할 것은 당부하고 있다.

고소는 스트레스 이상의 것이다. 저자는 고소라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과정이고,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설명한 방법(생존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부록에서도 오늘 재판을 간다면 알고 갈 것들, 소송과 고소는 얼마나 걸리는가, 변호사 상담을 잘 받는 방법까지 깨알 팁을 제공한다. 잘 몰랐던 내용이 대부분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변호사 두 분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기에 더 유용하고 피부에 와 닿는 책이었다. 파워FM 진행자인 김영철 님의 말처럼, 미리 보약을 챙겨 먹듯 알아 두면 좋을 내용이니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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